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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 장애인이 주인되는 장애인의 날로!
번호 1835 분류   조회/추천 2023  /  144
글쓴이 장총련    
작성일 2002년 04월 19일 14시 15분 4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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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이 주인되는 장애인의 날로 !!!

오는 4월 20일은, 우리 450만 장애인들이 장애인주권을 통해 장애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것을 엄숙히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는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돌아오면 온갖 행사에 손님으로 대접받아왔다.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동원되는가 하면 놀이공원이나 고궁 등 나들이행사나 축하공연에 초대받아왔다. 또 이 날에는 평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없던 언론들도 다투어 장애인 프로그램을 특별 기획해서 집중적으로 내보내므로 특별히 방송에서도 장애인을 많이 보아오곤 했다. 장애인은 일년내내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마치 장애인의 날에 하루만 존재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450만 장애인은 장애인의 날에만 특별한 관심 또는 위로를 받기보다 일년 내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면서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심각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은 일년 중 단 하루 외출하면서 위로받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으며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이동권, 접근권을 완전하게 누리면서 제대로 교육받고 노동하며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올바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은 뒤로 한 채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보고 개인적으로 극복할 것을 강요하며, 장애극복상을 만들어 매년 4월 20에 시상식까지 갖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정부나 사회가 장애인의 날 단 하루만 장애인에게 관심과 동정을 보이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처럼 생색낼 것이 아니라 장애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장애인고용촉진걷기대회' '장애인정보화대회' '장애인차별철폐투쟁' 등 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한 장애인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 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인의 날의 손님이기를 바라지 않으며, 전시용 반짝행사에 동원되어 대상화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제 우리 장애인들은 장애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새롭게 자각하고 장애인의 날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기를 거부하며 "장애인의 완전 참여와 평등"이라는 구호 아래 전세계 장애인들이 하나가 되어 각국의 인권현실을 개척하고자 세계장애인의 날로 선포한 12월 3일을 진정한 장애인의 날로 기리고자 한다. 4월 20일은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4월 셋째주를 장애인재활주간으로 정하고 그 중 하루를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으로서 우리 450만 장애인당사자의 생일 일 수 없는 반면, 세계장애인의 날은 다른 누군가가 장애인에게 선물로 준 날이 아니고, 바로 우리 장애인당사자의 힘으로 일구어낸 의미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노동자에겐 메이데이(5월 1일)가 있듯이 전세계 장애인에게는 12월 3일만이 진정한 장애인의 날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장애인당사자들이 장애인의 인권 현실을 바꾸기 위해 기울여온 헌신과 희생,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동정과 시혜 차원에서 주어진 기념일을 거부하고 장애인이 주인되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일년 중 단 하루만 기억되는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게 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02년 4월 1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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