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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사논평] 시대착오적 정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번호 225 분류   조회/추천 388  /  83
글쓴이 장기표    
작성일 2000년 07월 02일 17시 38분 33초
시대착오적 정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금년은 참으로 특이한 해다. 굳이 인간해방이 실현되는 새로운 시

대가 열리리라는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상식적으

로 우리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음이 분명하다.

천년만에 한번 도래하는 새 천년(New Millenium)을 맞는 해인데다 민

족분단 55년만에 처음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는 해이기도 하다. 특히 새로운 시대를 맞는데 가장 중요한 역

할을 할 정치의 영역에서는 구시대정치의 청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

를 반영하듯 시민운동단체들에 의한 낙천낙선운동이 국민의 지대한 관

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국회의원을 전원 새로 뽑는 4.13총선이 실

시된 해였다.



어느 것 하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온갖 의

미를 부여하는 축제 속에서 새 천년의 도래를 카운트다운 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또한 단순히 남북한 사이의 평화와 공동번영과

통일을 위한 몇가지 조치를 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

모두 반목과 대결의 냉전적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민족화합과 민족웅비

를 위한 새로운 발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사회구조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

는 정보문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나타남으로써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

를 맞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구시대정치의 장본인들조차 "바

꿔!"를 외쳐야 할만큼 변화와 개혁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변화와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16대 국회가 출

범했는데 그 국회가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기는커녕 구시대적 정치행태

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은 물론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

을 하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지 걱

정이다.



이한동씨의 국무총리임명동의안은 한국정치사상 처음 있은 인사청

문회를 거쳐 처리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

은 것보다 더 못하게 되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인

사청문회를 통해 이한동씨는 말을 아무렇게나 바꾸는 무소신의 정치인

임이 드러난 것은 물론 5만평이 넘는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주민등록

을 불법적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위장전입"을 했음이 밝혀졌다. 누가

보더라도 국무총리로 임명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국무총리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이한동씨에 대한 국무총리

임명의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국회는 그를 국무총리로 임명하는데 동

의하고 말았다. 변화와 개혁은 차치하고 거짓과 불법을 일삼는 정치인

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일이라도 없기를 바라는 국민의 최소한의 요

구마저 정면으로 거부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국회의 표결결과를 보면 찬성 139명에 반대 130명, 기권 2명, 무효

1명이니, 얼핏보면 겨우 통과된 듯이 보이나 이것은 16대국회가 구시

대적 행태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보일 뿐이다. 민주

당과 자민련은 전원 찬성하고 한나라당은 3명의 기권 내지 무효를 제

외하곤 전원 반대했음을 의미하는데, 분노나 실망을 넘어 놀라움을 불

러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두어달 전에 있은 국회의원 선거

에서 새로운 정치를 펼쳐보일 것을 국민에게 목이 터져라 강조했음은

물론 선거가 끝나고서는 "386"이니 "크로스 보팅"이니 하는 단어가 인

구에 회자할 만큼 소신에 따른 정치가 강조되었는데도 새정치나 국민

의 뜻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정치행태를 나타내 보이고 있으니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민주당내의 이른바 개혁세력이 이한동씨의 국무총리임명에 동의한

것이 가장 큰 질책의 대상이나,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반대가 정당했다

고 보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한동씨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면 그가 설사 토지매입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더라도 찬성했을 것이 분

명하다. 이한동씨는 한때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사

람인데다 한나라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한 사람이다. 이한동씨가 국

무총리에 임명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

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찬성과 반대를 구조화해둔 지역당구도와 소신과 정책에 따른 정치

활동을 용납하지 않는 1인지배체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이

한동씨 같은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을 제대로 갖춘 정치인이 없

다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그들이 야

당이었기 때문에 쉽게 반대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

게 투표하게 했다면 오히려 찬성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변화와 개혁을 가장 강조하고, 그리고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대중대통령마저 정치의

영역에서는 조금도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지 못하니 누구에게서 새

로운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은 회담의

당사자인 김대중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 조차 미처 예견하

지 못했던 새로운 질서가 한반도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김대중대통령 자신이 자기가 주도한 남

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구시대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펼쳐보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우리는 이한동씨의 국무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서 나타난 한국정치

의 한계가 정치권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더 큰 실망을

느낀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엉터리짓을 했다면 언론이나 시

민운동단체라도 제대로 비판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한동씨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당시나 국회임명동의안이 처리

된 후 몇몇 언론에서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적은 있으나 일과성에

그치고 말았다. 한계레의 경우 이를 비판하는 사설 하나 싣지 않았다.

이한동씨에 대한 임명동의와 관련하여 너무나 당연하게 비판받아야 할

민주당내의 "386"에 대한 비판마저 한계레는 외면하였다. 한나라당의

논평을 인용보도하는 정도였는데, 그나마 그 논평을 정략적 비난으로

폄하함으로써 그 의미를 축소해버렸다.



시민운동단체의 경우도 몇차례에 걸친 논평은 냈으나 제대로 비판

하지 못했다. 온갖 비난과 다짐 속에 치러진 총선 직후의 국회가 국민

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을 했다면 당연히 국회 앞에 가서 피켓

시위라도 벌였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정치상황이다. "젊은 돌풍"이니 "차세대지도자"

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나 진실로 젊은이의 기백과 차세대의 비전을 드

러내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런 말에 기대를 건다면 또

다시 실망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실로 새로운 정치를 실천할 정치집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민국

당의 경우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나 8월 22일의 전당

대회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새출발하고자 한다. 질책과 성원이 있기

를 바란다.



장기표시사논평(정론탁설#27)http://www.welldom.or.kr 2000/07/02 14: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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