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아, 이 원통한 죽음을 어찌할 것인가 !
- 故 조항민 동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는 오늘 가슴이 부서져 무너저내리는 애통함으로 고 조항민 동지의 죽음을 전한다.
7월 3일 고 조항민 동지가 스스로 목을 메 세상을 떠났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38살의 꽃다운 나이. 잘 생긴 얼굴. 새마을호 기차바퀴를 제 몸처럼 만질 줄 알았던, 모두가 인정하는 작업반장 핵심 검수원.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철도. 철도를 천직으로 알고 12년 세월 청춘을 바쳤던 사람. 99년 서울동차(용산차량) 수석부지부장을 맡아 철도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헌신했던 고 조항민 동지.
그렇게 성실했던, 그토록 당당했던 동지가 왜 우리 곁을 떠났단 말인가? 무엇이 그토록 힘들었길래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세상까지 등진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우리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일년 열두 달 연가 한 번 쓰지 않으면서 오직 철도밖에 몰랐던 그가 아니었던가. 탁구, 배트민턴, 등산, 축구 남달리 운동을 좋아했고 제1인자였던 패기 넘치는 사나이지 않았던가. 철도청의 야만적인 징계와 전출을 마주하고서도 오히려 해고된 동생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내라던 따뜻한 가슴의 낙천주의자이지 않았던가.
우리는 오늘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으로 조항민 동지의 죽음을 생각한다.
조항민 동지는 경제적인 문제 등 생활을 비관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조항민 동지는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우리 곁을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조항민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보통의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삶의 무게였다. 그토록 성실하고 당당했던 그에게 철도청의 야만적인 징계와 전출이 없었다면 그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도 저 멀리 동해로 부당하게 전출되지만 않았다면 그는 지금 자타가 인정하는 기차바퀴의 1인자로, 동료들의 모든 애경사를 챙겨주던 예전의 우리들의 형으로, 동생으로 살았을 것이다. 끔찍이 사랑했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진기와 명기 두 아들과 함께 자신의 평소 소망처럼 소박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3만 철도노동자의 애환과 억누르기 힘든 분노로 외친다. 고 조항민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은 바로 철도청이다. 남의 피눈물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알량한 출세욕을 채우고자 했던 비리청장 정종환과 이 살인행위에 가담한 비열한 하수인들이다. 우리는 그 자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자들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다. 조항민 동지의 징계와 전출이유가 무엇이었던가? 그의 죄목이란 노동조합의 부지부장으로서, 가슴이 따뜻했던 형으로서 단지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며 리본 패용과 조합원서명을 대표했던 것이 전부다. 도대체 이만한 이유로 가정이 파탄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려야 한단 말인가? 이 나라에 진정 최소한의 법이라도 존재하는 것인가? 도대체 이 철도에 노동조합이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는 조항민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철도청과 어용 철노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뼈에 사무치도록 기억속에 남겨 둘 것이다. "나는 노동조합은 잘 몰라.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아"라면서 "우리는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한다"는 마지막 외침과 함께 유배지로 떠나던 조항민 동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 모진 일을 도맡아했던 그의 따뜻한 가슴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항민 동지의 뜻을 받들어 철도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울 것이다. 기필코 민주철노를 건설하여 더 이상 철도노동자들이 억압과 설움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조항민 동지를 죽인 비리청장과 그 하수인들을 즉각 구속 처벌하라!
동지의 뜻 이어받아 생존권을 사수하고 민주철노 건설하자!
서러워서 못살겠다 3만 철도노동자 일어서자!
기억하자 동지의 죽음! 풀어주자 동지의 원한!
2000. 7. 5
민주철노 건설과 민영화저지 공동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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