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사태 농성과 관련하여 평택지부 한겨례리빙 6월 3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오늘로 나는 각하를 배신하렵니다.
한겨레리빙[평택] 편집국장 김윤채
존경하는 대통령각하!
저는 30대 중반에 살기까지 이제껏 각하를 미워해 보거나 싫어해 본적이 없습니다. 때로 섭섭한 생각도 들었지만 정치라는 것은 현실적인 생물이라는 이야기도 귀동냥으로 들었고 누구보다 치밀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개혁적인 대통령이기에 언젠가는 이 사회가 살아갈 만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추호의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하. 이제 저는 2000년 6월 28일자로 눈물을 머금고 각하를 배신하렵니다. 인권 대통령의 '인'자도 꺼내지 마십시오. 노벨상의 '노'자도 꺼내지 마십시오. 부끄럽습니다.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터져 오르는 분노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늘 28일 모처럼 날씨도 화창하여 노처녀 환장할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경기도 남부 끝자락 조그만 평택이라는 도시에 벌써 수년동안 에바다사태 정상화를 위해 이날도 농아인들과 장애인 대학 동아리 학생들 40여명이 시청앞에서 '개혁적인 이사진 구성'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김선기 평택시장은 오늘(28일) 에바다 구 재단인 최성창씨 등을 이사진으로 발표하자 휠체어에 앉거나, 목발을 잡거나, 온몸이 뒤틀린 소위 '병신새끼' 장애인 20여명과 장애아들을 사랑한다는 철없는 대학동아리 학생 등 40여명은 시청 앞에서 정문을 사이에 두고 김선기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물론 상투적인 욕설을 있었지요, 또 이 시위는 벌써 며칠 째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우 6시 30분 경 10미터 전방에서 바라보는 저는 가슴이 미어지고 울분에 차 도대체 이 사회를 어찌 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위자들은 정문앞에서 시위중이고 정문을 가로막은 5백여명의 전투경찰과 2백여명의 시청공무원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일순간 후문으로 우회하여 나온 100여명의 전투경찰이 시위대를 덮쳤습니다. 이를 손자병법에 이야기하는 '양동작전'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사면초가'라고 하나요?
오뉴월 개 맞듯이 맞았습니다. 전광석화와 같은 전법으로 1명의 시위자당 약 10여명이 달라붙어 방패로 내리찍고 주먹으로 어퍼컷을 날리고 이단옆차기로 옆구리를 가격했습니다. 쓰러져 머리를 감싸고 나뒹구는 시위자들은 군화발로 머리통을 걷어차고.... 마치 전쟁영화에서 보는 백병전이었습니다. 백마고지 탈환을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한순간에 쑥대밭을 만들었습니다. 200여병의 공무원들은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혹시 각하께서는 어릴 적 개구리를 잡아 땡볕의 신작로에 올려놓고 물푸레 회초리로 내리쳐 본 적이 있나요? 물 속에 있어야 할 개구리는 이미 땡볕에 잡혀 나온 것 만으로도 반죽음이요. 회초리로 내리치는 그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하죠. 개구리가 두 다리를 좍 뻗으면서 바르르 떠는 모습에 대한 쾌감은 우리들이 가진 단어로는 표현 못하죠.
각하.
이것이 시위진압입니까?
이것이 장애인에 대한 정책입니까?
이것이 인권 대통령의 모습입니까?
이것이 각하께서 '국민과의 2차 대화'에서 지시한 에바다 해별법입니까?
500여명의 전투경찰이, 200여명의 공무원이 40여명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니.... 그래서 자꾸 이민 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 살면 설마 이보다 더 못살겠습니까?
각하께서 알고 있는 에바다 문제의 발단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고 김선기 평택시장에게 메아리 없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 참여연대, 경실련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에바다문제를 풀어야 450만 장애인에 대한 문제가 풀어진다고 주장하며 개혁적인 이사진 편성을 요구하는 데 왜 개혁적인 이사진을 편성하지 않는지? 혹시 개혁은 나쁜 것이고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럼 개혁을 주장하는 각하도 빨갱이인지?
- 에바다 공대위에서는 허구한 날 김선기시장을 "X같은 X" "뇌물먹은 X"이라고 주장해대는데 정말 떳떳하다면 왜 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지? 또는 구 재단, 공대위, 시청, 시민 모두가 모여 시민 공청회나 토론회를 하지 않는지? 왜 다른 민원인은 날마다 만나면서 공개적인 면담을 해주지 않는지?
- 구 재단인 최씨측에서 툭하면 "김시장이 제대로 처신하지 않으면 김시장과의 관계를 까발리겠다고 하는데, 왜 이말에는 주눅들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공식적인 반박을 하지 않는지?
각하. 오늘밤은 잠이 오질 않을 것 같습니다.
편히 주무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NGOKOREA.ORG (자유게시판:#9459) 필명:시지푸스 2000/07/15 18: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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