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단괴담'으로 악명 높은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
입니다. 오늘(2000년 10월 27일)부터 11월 15일까지 1차로 각 운동조
직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례를 수집한다는 것을 알립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그것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구조
화하는 가부장제에 반대합니다.
운동사회가 다른 사회집단과 조직에 비해 민주적이고 평등한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 구조로부터 결코 자유
롭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난 20여년 동안 외부의 '적들'과 치열하게 싸우느라 조직
내부의 권력관계와 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문제제기 되지 못한 경우
도 많지요. 공동체주의, 조직 보위의 논리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
쟁점화된 보건의료노조 성폭력 사건이 대표적 예이지요. 폭력을 당
한 여성의 문제제기는 운동권의 도덕성을 훼손시키고, 적들(혹은 반
대파)에게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은폐되어야 했
습니다.
결과는 어땠나요? 운동권의 도덕성의 굳은 옹벽이 철통같이 지켜졌
나요? 물론 아닙니다. 대외적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 조직이 안으로
는 심하게 곪아 있는 경우를 우리는 무수하게 보아왔습니다.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은 가해자는 재차로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비일비
재했고, 그들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동안 피해
를 당한 여성은 침묵의 고통을 겪거나 운동판을 떠나가야 했습니다.
우리 조직에는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여기는 분들은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우리들의 그러한 확신이 그녀
들의 침묵과 고통 위에 쌓은 모래성은 아니었는지를 두 눈을 부릅뜨
고 응시하십시오.
정말,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습니다.
말하기도 무안할 정도로 예전의 일이라구요? 그 문제가 제대로 해결
되지 않은 이상, 그것은 결코 과거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50년도
더 된 '군대 위안부' 문제가 우리에게 여전히 '현재'인 것처럼 말입
니다.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구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폭력은 영혼
을 잠식하지요. 우리는 어느 새 무력해졌고,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
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폭력을 당한 것이 우리의 잘못인가요?
우리는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무력한 피해자가 아
니라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생존자(surviver)'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합니다.
우리의 운동이 가부장적 '구조'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에 대한 단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동의
합니다. 하지만 구조와 행위자가 어떻게 분리가능한 것인가요?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주의적 인간형으로 길러졌지만,
단지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자본주의의 공기를 흡입하며 사는 것과,
구사대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집단 폭행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입니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가부장적 구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개별 가해자들의 범죄 사실을 묻어둔
채 함께 참회하는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구조'의 문제를 운운하다
가 정작 가해행위의 책임은 물타기 되는 것이죠. 가해자 공개는 가
부장제적 구조를 타격하는데 필수적인 첫 단계입니다. 가해자의 재
차 범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우려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문제제기가 운동사회를 도탄에 빠뜨리고, 적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 꺼리를 던져주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는 오
히려 이러한 반인권적인 행위가 지속되는 것이야 말로 운동사회를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도발적이고 위협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우리들의 실천은
그러나 우리가 더욱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
련할 것입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례 접수는 e-mail로만 받습니다. 물론 주변에 있는 100인 위원회
성원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e-mail 주소는
wom100@hanmail.net입니다.
*1차 기한은 11월 15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접수되는 대로
2차 공개를 할 예정이니, 그 이후에도 연락은 계속 받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