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추적60분 보셨나요?
번호 409 분류   조회/추천 350  /  101
글쓴이 이주노동자투쟁본부    
작성일 2000년 11월 30일 19시 23분 12초
추적60분을 보셨습니까? - "우리도 사람이에요. 때리지 마세요."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소위 사회적 이슈로 뜨면서 이 문제는 한국사회의 '인권'이란 코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는 무엇보다 언론보도 특히 추적60분류의 고발다큐 프로그램이 한 몫을 해왔으며 다른 한 축으로는 이주노동자관련 인권단체들의 캠페인이 있었다. 그래서, 의례 일간지나 방송에서 이들의 문제를 다룰 때는 산재 당했거나 폭행 혹은 사망한 노동자가 단골 아이템으로 잡혀왔으며 그들에게 확산되는 반한감정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가를, 또는 우리도 한 때 이주노동자를 수출하는 어려운 시절도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요지의 코멘트로 끝을 맺는 레파토리를 반복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이슈화된 근 5년간, 그들의 처지가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사실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언론이나 인권단체들의 인식이 여전히 동정적 시선에 머무르고 있을 뿐 별반 달라진 것 없이 흐르고 있는 탓에 이미 울궈 먹을대로 울궈 먹은 요즘에 와서는 보다 선정적인 인권침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언론에 의해 띄엄띄엄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한 "인권인식" 그리고 그것의 한계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인권'이란 무엇이며 '인권침해'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밝힌 언론 보도태도에 의하면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그들이 '노동자'로서 누려야할 권리보다 노동권외적인 안티 테제로서 권리 가령, 욕설 등을 듣지 말아야할 권리, 구타 등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 신체를 손상당하지 않을 권리로 뭉뚱그려져 있다. 그리하여 텔레비전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욕하고, 때리고, 여권을 빼앗거나 구금하고, 임금을 강탈하거나 산재보상을 하지 않는 것만이 인권침해행위로 그 영역을 좁혀 인식하도록 돕고있는 것이다.

물론 위에 열거한 행위들이 모두 인권침해임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들이 일반적인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자본과 노동의 모순 속에 있는 '노동자'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면 언론이 가진 인권개념이 매우 천박한 수준에 놓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태까지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는 근 10년 동안 연수생이거나 불법체류인 범법자였지 '노동자'로 취급받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어렵고 힘들고 더럽다는 사업장에서 한국인과 같은 일을 해도 더 낮은 임금을 받았고 쉬는 날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잔업과 특근에 시달려왔으며 안전장치도 없는 기계에 붙어 아무런 교육도 없이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산재 당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연수생이라는 이름 때문에 퇴직금도 받지 못하며 사업장에서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자본의 감시에 늘 노출되어왔다. 또한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출입국의 단속과 강제퇴거에 대한 공포로 일상적으로 심리적인 불안 속에서 지내고 있어 사장에게 불만을 얘기하지도 못한 채 노예처럼 굴종의 삶을 강요받았다. 더군다나 이런 처지 속에서 그들이 조직된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누리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음은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무정책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이들에 대한 단속과 강제퇴거, 벌금물림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저임금과 차별임금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쉴 권리의 부재 말하자면 연·월차 없음, 생리휴가 없음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산업안전교육도 안전장치도 없는 기계에 붙어 일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그들에게 노동3권을 주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이 모두는 제3세계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나마 몇푼의 돈을 쥐어주고는 엄청난 적선을 한것처럼 자본가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자,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는 너희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본가들을 위해 돈버는 기계! 말 잘듣는 노예가 될 차례이다!"
제도언론은 바로 현장에서의 노동자와 자본가와의 첨예한 적대관계로서의 인권침해가 아닌 그저 자본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하에 드러나는 사실의 일부만을 나열할 뿐이었다.



'인권'이란 자본주의사회에서 중립적인가



자본주의사회에서 과연(!) '인권'이란, 자본가의 인권과 노동자의 인권이 동일한 선상에서 존중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계급역관계에 따라 이 두 가지 인권이 줄다리기하며 제로섬게임의 양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 게임은 결코 체제가 기만적으로 표방하는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게임에서 유리한 룰을 정하는 법제도를 가지며 이를 유지할 군대와 경찰, 정보기관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탄압과 통제를 자행하게 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이 게임은 평등한 전제속에서 진행되지 않음은 명백하기에 자본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저 불평등한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이라는 허울좋은 포장물을 살짝 벗기면 바로 계급간의 충돌이 드러난다. 자본의 펜대인 제도언론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자본주의의 비밀을 여타 미사어구를 동원해 가리기, 치장하기로 도배를 하게된다. 바로 추적60분은 그러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나마 이주노동자들의 피 맺힌 한과 투쟁이 있었기에 빙산의 일각만이라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숨길 수 없는법!



제도언론이 다룬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그것의 결론은?



이노투본은 그간 선전물등을 통해 산업연수제도의 완전폐지와 기만적인 고용허가제 분쇄를 주장해왔다. 실제로 고용허가제 법안이 통과되어진다 한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 즉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으며 더욱이 대거 양산된 불법체류자들이 강제퇴출당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제도언론은 고용허가제법안통과를 앞둔 이 시점에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다루면서 애매한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산업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루는 척 하며 그것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시청자들에게 단지 한가지사실만을 이야기해 줄뿐이다. 불쌍한 존재인 이주노동자! 이것이 제도언론이 이주노동자들에게 행하는 최대한의 선의의 표현이자 계급적 태도였던 것이다.
또한 언론의 중립이라는 것이 그 선한 의도와 무관하게 항상 가진자들의 편들기로 끝나듯이 결론은 이주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하여 미개한 방식이 아닌 더욱 세련된 착취법안이 필요하다는것! 그것이 아니겠는가.
노동자시청자여 판단하라! 무엇이 진실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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