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선정 11월의 나쁜 사설/좋은 사설
번호 433 분류   조회/추천 532  /  67
글쓴이 민언련 신문모니터    
작성일 2000년 12월 14일 03시 25분 17초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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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동아, 중앙, 조선, 한국, 한겨레 5개 일간지 사설 및 내부필자 칼럼
제목 : 11월 이 달의 좋은 사설·나쁜 사설
전송일자 : 2000. 12. 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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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11월의 좋은 사설로 한겨레 <구조조정 잘못가고 있다>(11/28일자)와 한국일보 <대북인식 왜 '모 아니면 도'인가>(11/16일자) 두 개의 사설을 첨예한 논란 끝에 모두 선정하였습니다.
또 최근 경제위기 상황을 두고 노동자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여론을 호도한 중앙일보의 <대우차,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11/29일자)를 나쁜 사설로 선정하였습니다. 아울러 조선일보의 <2중대 발언보다 더 부적절한 야당사정>(11/17일자)은 나쁜 사설보다 더 '부적절한 사설'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 최고 사설

① 한겨레 신문 11월 28일자 <구조조정 잘못가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언론의 진단과 해법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야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측면만 부각시키는가 하면, '일방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이의제기'는‘구조조정 발목 잡기 위한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또는‘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노동자들'로 보도하면서 노동자들을 매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 부도사태를 전후로 언론은 대우자동차 부도나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기까지 하다. 또 일부 기사에서는 개혁에 미온적인 재벌 경영진과 해고 위기에 몰린 근로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판함으로써 부실기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겨레가 11월 28일자에 실은 정석구 경제부장의 데스크칼럼 「구조조정 잘못가고 있다」는 현재의 구조조정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날카로움을 보였다. 대부분의 언론이 노동자들의 대량 정리해고를 주요 내용으로 한 구조조정이 만병통치약인양 강조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이러한 지적은 매우 의미있는 시각을 보인 것이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 칼럼을 11월의 좋은 사설로 선정하였다.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능사아니다"

이 칼럼은 "최근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보면 3년 동안 줄기차게 우리를 압박했던, 그리고 또다시 그 강도를 높이고 있는 구조조정의 실체가 드러난다"며 구조조정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접근을 보였다. 이어 "구조조정의 핵심인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뜯어고치기보다는 고용인력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것이었고, 그 최대 피해자는 일터에서 쫓겨났거나 쫓겨날 처지에 몰린 노동자였다"고 적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한겨레의 이러한 주장은 구조조정의 '이면'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력감축을 근간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정작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고치는데 실패했으며 그 최대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준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칼럼은 "인력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그대로 강행된다면, 설사 그 구조조정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이었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게 된다"며 본질적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회 각층의 고통분담보다는 노동계의 고통전담으로 일관돼 왔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기술하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을 퇴출되는 두셋에게 모두 떠넘기고 나머지만 더욱 잘살게 하는 구조조정만은 최소한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힘없는 노동자들만 일터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헤매는 동안, 정치인들은 세비 꼬박꼬박 받아가며 권력다툼으로 날 새는 줄 모르고, 일부 벤처기업인들이 수백, 수천억원씩을 가지고 돈질을 하고,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회삿돈 빼돌려 흥청거리며 살 수 있게 하는 그런 구조조정은 더 이상 안 된다"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에 제동을 거는 날카로운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했다는 평이다. 사회안정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일부 사회적 강자를 위한 언론이 판치는 지금의 상황에 작지만 의미있는 파문을 일으킨 셈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만으로도 이 사설의 공은 인정해줄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모색이나 대안제시 미비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 한겨레는 풍부한 문제의식이 칼럼에서는 물론 다른 지면의 기사에서도 이어지고 무엇보다도 대안모색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② 한국일보 - 11월 16일자 <대북인식 왜 '모 아니면 도'인가>

지난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드디어 겨레의 톱니바퀴 두 개가 서로 맞물려 돌기 시작했지만, 남한 내부에서는 이래저래 시끄러운 마찰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북은 남에게 동포인가 적인가'라는 이분법적 인식은 그러한 내부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인식의 혼란은 오랜 동안 분단되어 온 객관적 현실로 볼 때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치권의 무책임한 대립속에서 엉키고 부풀려진 측면도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이달의 좋은 사설로 뽑힌 한국일보 사설 <대북인식 왜 '모 아니면 도'인가, 11월 16일자>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여야의 책임을 고루 비판한 경우다.

최근 어느 교수는 남북한을 수 십년 동안 서로 마주보고 치달았던 두 대의 자동차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제는 함께 방향을 바꿔 나란히 달리게 되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남한의 경우는 급격한 정세 변화에 직면하여 민족적 신뢰를 충분히 성숙시킬 여유를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남북화해를 정치적 집안 싸움의 볼모로 전락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사설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김용갑 의원의 발언을 '반통일적이며 비민주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원인으로 남한 내부의 정치적 극한대결이라는 점을 꼽으며 보다 거시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결구도를 조성한 정부 여당과 야당의 책임을 각각 따지고 온당하게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는 북한도 햇볕을 쬐면 남쪽이 원하는 만큼 변할 것이라고 오판했으며, 동포라는 명분 아래 조급하게 '합당한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일'이 있었다는 것. 정작 북한이 남쪽의 기대만큼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자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처음부터 북한의 속사정을 드러내어 남북화해가 곧 체제의 포기는 아니고, 생존전략인 측면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이 사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토대위애 햇볕정책의 신뢰를 쌓고 내부적으로 평화정책의 지지기반을 넓혀가야 했다는 게 핵심주장이다.

다음으로, 야당 역시 '무조건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대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북한이 이미 벼랑 끝 외교를 벗어났기 때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야당이 햇볕정책을 부정한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이 사설을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에 이어 '한 자리에 앉아 진지한 토론'을 요청한 대목은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다. 하지만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남북 화해를 볼모로 삼은 '제로섬 게임'을 그만두자는 주장은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화해와 협력보다는 남북한의 차이와 갈등을 강조하는 교묘한 논리로 포장된 일부 냉전 언론은 하루빨리 굳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일보 역시 북한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과 비합리성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2. 나쁜 사설

- 중앙일보 11월 29일자 <대우차, 지금부터가 더 문제> -

지난 11월 27일 대우자동차 노사는 어렵사리 구조조정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회생의 가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신문들은 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으로 일관하며 합리성을 상실하였다. 그 중에서 중앙일보의 <대우車, 지금부터가 더 문제>라는 11월 29일자 사설이 대표적인 사례였기에 '11월의 나쁜 사설'로 선정하였다.
우선, 이 사설은 도입부에서 왜곡된 사실들을 담고 있다. '노조가 구조조정 동의서를 수용하지 않아 11월 8일 최종부도처리된'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대우자동차 부도 당시 "노조가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대우자동차가 최종부도 위기에 몰렸다"고 비난하던 이른바 노조책임론이 그것이다. 물론 채권단의 원칙에 따른 것이었음이 사실이나, 근본적인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지 않고 부도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누가 봐도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 동의서' 거절은 잘못됐다"(27일자 사설)며 책임을 들씌우던 중앙일보는 노조의 입장을 외면함으로써 최소한의 형평성을 상실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작년 12월 이미 회사측의 자구계획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경영악화와 임금체불 등 더 나빠질 뿐이었다고 비판하고, 불과 석달 밖에 안된 고용안정협약을 스스로 파기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도 밝혔듯이, 동의서 요구는 고용안정특별협약을 무효화함으로써 GM과의 매각협상을 수월하게 진행하려는 채권단의 포석이었다. 그렇다면 노조가 3천5백명의 감원과 30% 임금삭감을 요지로 하는 동의서를 거부하는 이유는 더 이상 뺏길 것이 없는 데다 그러한 합의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이종대 대우차 회장조차 "노조 동의한다고 얼마나 갔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서, 동의서 문제를 마무리지은 11월 27일 노사합의를 평가하는 대목은 노조에 대한 음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진일보'했다며 중앙일보가 '정말 다행'스러워한 것은 바로 감원 합의 때문이다.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는 법정관리 허용과 채권단의 자금지원 등에만 목적을 둔 전술적 후퇴라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노조를 옭아매는 태도를 보였다. 이제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노조가 진심으로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격렬한 파업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심지어 합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노조는 '언제든 파업을 단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대목은 노조에 대한 적개심 이외의 어떠한 합리성도 찾아볼 수 없다. 갈등과 혼란을 무책임하게 노조의 탓으로 전가함으로써, 노사가 대화를 통해 힘겹게 이끌어낸 타협의 의미를 무색케 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파업보다는 노사와 정부, 채권단이 함께 하는 4자협의기구를 주된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화를 중요시해온 결과, 이번 합의에 이것을 포함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노조를 매도하는 중앙일보의 비합리적 입장은 대화를 통한 타협의 여지를 좁히고 날카로운 대립을 부추길 따름이다. 노동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지만 실제로는 기만에 가까운 노조책임론을 확산하는 언론이 '상생의 해법'을 찾을 리 만무하다. 정부 역시 구조조정을 짜임새 있게 추진하되,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의 입장을 도외시한 채 노조와 협의 없이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몰아친다면 사회적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나쁜 사설보다 '더 부적절한' 사설
- 조선일보 11월 17일자 사설 <2중대 발언보다 더 부적절한 야당사정> -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느닷없는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인해 국회는 또다시 정쟁의 아수라장이 될 뻔했다. 굳이 이같은 음해성 발언의 표적이 된 민주당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역시 총재단 회의에서는 당장 '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시기상 부적절한 것이었다'면서 김 의원에게 속기록 삭제와 유감표명을 권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11월17일자 사설 <2중대 발언보다 더 부적절한 야당 사정>이라는 제목하에 김용갑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대응을 매섭게 질타함으로써 수구 냉전적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조선일보는 우선 총재단의 대응을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규정, 이러면 '누가 당의 전면에 나서서 소신발언을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음해수준에 지나지 않는 김용갑 의원의 발언조차도 정치전략과 내부 통합을 위해서는 감싸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한나라당을 훈계해 왔던 조선일보지만 이번 발언에 대한 조선일보의 감싸기는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 정작 이부영, 서상섭 의원 등 지역감정과 극우 이념화를 경계하는 합리적 입장은 '해당적인 발언이며 지역성이 강한 발언'으로 매도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한참 떨어져있는 냉전 상업주의일 뿐임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민언련 신문모니터분과위원회는 이 사설이 이성적, 합리적 판단의 여지는 배제한 채 감성에 의존한 '자기편 편들기' 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하며 나쁜 사설의 범주에조차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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