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수의 음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중 가요와도 인디 락의 형식과도 동떨어져 있는 그의 음악은 듣는 순간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락 매니아들을 사로잡을 만한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프로그레시브적이라고 말할 수박에 없을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떤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처럼 진지한 과정을 수반한다.
데뷔 앨범 [A-Men]이 비록 레이블 [인디]에서 나왔지만, 인디에서 나온 다른 앨범들과 한의수의 앨범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벌어져 있었다. (물론 레이블 [인디]에서 나온 앨범들이 한가지로 모아질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나온 그의 두번째 앨범이 나온 것은 아트락과 프로그레시브 락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시완 레코드]이다.
[無]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이번 앨범을 가로지르는 컨셉은 한의수가 지난 가을에 썼다는 짤막한 글 속에 다 담겨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엇인가 할 일을 찾는 사람들…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끊임 없는 반복의 연속… 내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 초월인 것이다. 시간 초월…"
여린 여자아이의 허밍으로 불려지는 로 정적이고 사색적인 앨범의 문이 열린다.
어린 시절 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딜 가든지(심지어 극장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애국가가 상징하는 것은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고(국기 게양식과 국기 강하식이 있었던 그 시절, 거리에서 들려오는 애국가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듣고 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은 뉴에이지 풍의 평화로운 곡이지만, 이 평화로움은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평화로움이다.
(마지막 부분의 불길한 천둥소리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트랙의 기타를 맡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한상원이다)
불안한 전주로 시작되는 <달의 광시곡>("유앤미블루"로 알려진 방준석이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기도 하다)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전쟁을 의미한다. 차가운 전자 사운드가 지배적인 이 트랙은 이 앨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데, 일상 속에서 치뤄지는 이런 전쟁의 결과가 바로 "無"이다.
비틀거리며 내달리는 듯한 <달의 광시곡> 다음으로 오는 <無 1>과 여섯 번째 트랙인 <無 2>는 난해하고 복잡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소리들을 다 모은 듯한 이 두 트랙은 매우 화려하고 힘이 넘친다.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 나타나 있는 <無 1>의 드라마틱한 구성은 한의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을 그려내고 있으며, 꽉 짜여진 구조로 완벽을 기하고 있다.
건반 악기로 시작되는 <생일>은 오케스트라적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애국가 허밍을 맡았던 어린이 김수현의 천진난만한 음성이 한없이 고운 트랙이다. (<회상>에서도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김수현의 음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아이의 음성은 화려하고 무겁고 비극적인 느낌이 다소 강한 앨범에 다채로운 색깔과 동화적인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
모든 것을 파괴하고야 말겠다는 욕구를 표현한 <無 2>와 곱디 고운 노영미의 음성과 김수현의 천진한 나레이션으로 파괴의 보류와 갈등의 해소가 표현되고 있는 <회상>으로 대단원의 막은 내리게 된다. …모든 것은 '시간'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프로그레시브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긍지가 될 만한 작품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보장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앨범이다.
퍼온곳:블루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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