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그대에게...내 따스한 손길이 닿는 지
그대! 오늘밤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까?
아무도 없을 그 삭막한 철거 직전의 공간에서 그대 이 밤도 남아 있는가?
모든 공간엔 거기에 살아온 이들의 땀냄새, 살냄새가 겹겹이 쌓이고 내려 앉아
마침내는 그 공간 자체가 삶이 되고 역사가 되는 법인 데....
그대가 만든 공간의 내음과 켠켠한 자욱들이 이렇게도 아련히 생생한 데...
그대! 이제 무작정 나가라한단 말인가?
그대! 이 밤! 친구 몇몇, 친구 몇몇과 함께 긴 한숨으로 벼랑처럼 떠 밀리는
내일을 맞고 있나?
이것 참!
그 참혹하게 몰아 붙이던 80년대 파쇼의 나라에도
'주택 임대차 보호법'이라는 게 만들어졌고 그게 지금도 존재한다지....
인정 머리 없는 배불뚝이 집주인들에게도 사회적 약자인 임대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권과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그 지랄 같던 파쇼가 만든
알량한 법 말일세...
집주인이 임대인에게 방을 빼라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눈 앞이 캄캄한 요구라도
최소한 1달전에는 미리 고지가 되어야 한다는 등등의 말일세....
그러고 보면 그대 공간의 주인임을 내세우는 이들의 소행에는 눈물이 찔끔
나도록 서럽겠구려 그대...
3일의 말미를 주었던가..
그 무슨 달동네 철거 현장에서나 나부끼는 줄 알았던
익숙한 문체요 글월이더구만...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고 당신들로 인해 입는 손해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신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던 집주인들이 모든 권한을 우리에게 물려주고
손을 땠는 데, 이제 와서 무슨 권리를 갖는가?
좋은 말로 할 때 우리 말을 듣고 고분고분 시키는 데로 이 땅을 떠나!
여기엔 우리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새 집과 상가들이 들어설 테니!
3일의 말미를 주겠다.
아 그리고 이의가 있으면 말야..
우리에겐 최소한 예의가 있어야지.. 징징거리지 말고 서면으로 질문 해와봐..
알겠지..'
'그 다음엔?
말로 안 되면 힘이지,
권력의 힘, 폭력의 힘....
얼마나 무서운 힘인 줄은 알고 있겠지?
하루도 지체해선 결코 안돼 ..여긴 이미 우리가 점령했다..
3일 후 당장 떠나라..이 지겨운 자들아!
유인물을 돌리고 악다구를 쓰며 대들어 봐야 당신들의 볼품 없는
살갗만 찢기고 터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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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생회관 2층 총학생회 공간에 대한 반환 요구서
발신 : 32대 총학생회
일시 : 299 , 2 , 21
제목 : 1학생회관 2층 총학생회 공간에 대한 반환 요구서
1학생회관내 총학생회 공간에 전사랑, 청년공동체, 새시대 2020, 저항과 연대, 전기협,
AD-will 등의 단체가 상주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98년 30대 총학생회의 귀단체들에
대한 공간 보장이 있었었고 31대 총학생회에서도 이를 수용하여 공간에 대한 재배정을
통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실을 인수인계 한 후 여러모로 비좁은 공간이지만 어렵게 겨울을 지내왔습니다. 이제 곧 개강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또한 총학생회의 구성을 마무리지어가고 있고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해나가기에 지금의 총학생회실 만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
니다. 하기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총학생회 공간을 2월 24일 까지 비워주실 것과 방 열쇠를 반납하여 주실 것을 정중히 요구합니다.
이에 관하여 문의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총학생회로 서면제출 바랍니다.
전남대학교 32대 총학생회장 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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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참!
그대! 울고 울다 돌아 누워 이제, 지쳐 잠 들어버렸나..
안 돼지, 그건 결코 안돼...
그대! 내 손길에 잠 깨어.
아! 이 밤, 찬 공기를 가르고 내 손길이 닿으려나..
그대 깨어 있어 내게 얼굴 돌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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