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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식1일차(3.10)-지하철조합장의 구사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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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경은    
작성일 2000년 03월 12일 10시 54분 39초
오늘 아침에는 군자에 근무하시는 조합원님들게 선전전을 했습니다.

봄햇살이 모포처럼 등을 내리 비추고 우리는 하얀색 민복을 입고서는 아시바 위에 가지런히 앉았습니다. 생각처럼 아직까지 머리는 맑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평상시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첫날입니다. 지난 3월 5일부터 9일 점심까지 죽을 먹고 절식을 준비한 상태인지라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볶은 소금과 물을 밥처럼 먹고 있는데 새삼 소금의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이처럼 소금맛이 달고 맛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군자의 점심시간은 11시30분부터 13시까지 인데, 우리가 아시바에 올라앉은지 30분이 지났을까 답십리역앞에 있는 뚜주루피자집 자전거가 저희를 향해 달려 오더군요. 배일도위원장의 처남 "김준용"이가 시켰다며 피자 한판과 콜라를 들이밀더군요.

그 피자는 김준용이 핸드폰을 주워준 대가로 저희에게 사주겠다고 했던것인데 그 만 오천원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던 김준용이가 피자를 시킨 것입니다.

배위원장의 처남 김준용은 그렇치 않아도 매일 3층에 올라와 행패를 부리고 싸움을 걸더니 이제는 저희들이 단식농성을 한다고 하니 약을 올리려고 한 모양입니다. 다시 2층으로 돌려보냈더니 저희들끼리 맛있게 먹고는 쓰레기는 나와 있더군요. 그이는 아마 노동운동을 한게 아니라 구사대되는 법을 배운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그의 얄팍한 술수와 잔머리로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저희들의 투쟁을 단단하게 할 뿐입니다. 배일도 위원장이 저희들을 원직복직 시키고, 당사자에게 사과할때까지 말입니다.



오늘도 저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동지들의 방문을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저희 출정식때 공연을 해주신 노래패 소리물결동지들과 몸짓패 두더지동지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마침 두더지 동지들은 3·8여성노동자대회를 같이 준비하는 '재능교육, 의료보함노동조합'동지들까지 함께 찾아와 주셔서 더욱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노조사무원 해고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 동지들의 2차모임도 있었습니다. 한참 회의를 하고 있는데 큰소리가 나 나가보니 또 배일도 처남 김준용이 와서 맞짱을 뜨자며 한바탕 행패를 부리고는 갑니다. 아마 저희들이 힘없는 여자들이라 가끔 생각날때마다 올라오는가 봅니다.

그러나 저희들 김준용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가 구사대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문제는 배일도위원장과 저희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는 배일도 위원장에게 과잉충성을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단식1일차의 밤은 깊어가고 저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동지들도 내일의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쉬움으로 돌아가는 동지들과 투쟁후의 정겨운 만남을 기약합니다.

저희들도 하루 생활을 정리하고는 잠자리에 듭니다. 하루째의 단식, 배는 안고픈데 머리가 찌끈하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배일도 위원장이 다리뻗고 누워있을 생각하면 불끈 힘이 솟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투쟁을 준비합니다.



-단식 1일차. 상근노조 이경은 위원장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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