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목 단식2일차(3.11) -밟으면 밟을수록 강할 수밖에
번호 94 분류   조회/추천 371  /  156
글쓴이 이월남    
작성일 2000년 03월 12일 10시 59분 50초
점심시간, 아시바 위에 앉아 있는데, 군지기지

여성 조합원들이 우유를 가득사다가 올려 주면서

"우유는 먹어도 되잖아요"하며 안타깝게 먹어달라

주문을 한다.



종이컵 하루 한잔씩 먹는 감잎차를 두고, 보약이라고

말하는 2층 사람들을 두고 우유를 먹어면 소고기를 먹

었다고 할 게 뻔하고, 또한 단식중 음식물을 먹으면

오히려 견디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유는 먹으면 우리가 더 힘들

어져요. 방문하는 조합원들 줄께요. 고맙습니다."하고

돌려 보낸다.



오후에는 성수승무지회에서 많은 동지들이 방문을 했고,

농성장을 안전하게 다시 만들어 주고 갔다. 아시바에

매달려 올라가는 일들이 점점 힘들어 진다고 했더니

아시바 농성장의 계단까지 만들어 주고, 좀 춥다고 했더니

텐트로 농성장에 모자를 씌워주고 갔다.



방문한 사람들이 자꾸만 농담으로 삼겹살에 상추쌈 이야기를

꺼내고 또 다른사람들은 제지하고.... 그런면서 한동안 침묵

하며 고개를 떨구다가 한숨을 쉬기도 한다. 모두 우리에겐

소중한 사람들.



2층에서는 그렇다. 우리의 행동을 순수하지 않다고

악랄하게 음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단식투쟁에

도움을 주는 조합원들까지 "사용자로서 그럴수 있느냐"

라고 말하며, 제발 사용자로서 체통을 지켜달라고 울부짖기도

한다.



누가 언제 사용자가 되고 싶어 했던가.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나를 사용자로 만든 사람은

배일도 위원장이라고. 나를 이렇게 부끄럽게 만든사람이

악덕 기업주 배일도라고 말이다.



누가 철밥통을 주장했나.

다만, 부당한 해고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해고를 할 사유가 있으며 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원직복직 투쟁을 하면서 왜 이렇게 개인적인

원한이 뼈에 사무치는 것인가. 왜 이렇게도 사람이 증오스러

워지는것일까.



우리들 중 단식을 경험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

그러나 모두들 잘 견디고 있다. 우리를 견디게 하는 힘은,

배일도 위원장의 안하무인에 대한 증오와 김준용 및

2층의 음해군단들이다. 그래서 단식자체는 전혀 힘들지 않다.



어제 저녁에 방분한 한 조합원은 쑥스럽게 무언가를 내민다.

십자수다. 쿠션과 벽시계를 만드는 십자수.

시간을 주체할 수 없을 때 해 보라고 한다. 집중력에도 좋고

정신 가다듬기에도 좋고...

너무나 고맙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십자수 가는 실을 새벽 2시까지 감으며

단식 3일차가 희미하게 손짖하고 있음을 느낀다.



- 이월남 사무국장의 단식농성 일기,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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