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일기
몸은 가뿐하다.
몸이 가라앉고 정신이 없을땐 조합원이 사다준 십자수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가끔씩 비닐천막의 문을 열고
걸으면, 날씨가 참 좋다.
아침, 한 조합원이 천막입구에서
하얀봉투를 들고 약간 주저한다.
'누군가가 전해달라고 한다'라며 재빨리 건네고 간다.
낮모르는 조합원, 그 누군가라는 건 아마 본인일게다.
봉투를 보니, 편지한장과 3만원의 성금이 들어있다.
정비부 직원이라고 씌어있는 편지의 내용은 우리
투쟁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내용이 아니라, 단식을 하면서
자기와의 대화를 많이 하라는 침착하고 뜻깊은 조언이었다.
지지합니다. 열심히 투쟁하십쇼 하면서 건네준 성금보다
왠지 단식농성 천막 주변 직원의 진솔한 자기의견이 정겹다.
이경은 동지는 답장을 꼭 쓰겠다고 한다.
편지를 건네준 직원의 얼굴을 기억해 놓았으니,
전달이 가능할 거라고 하면서...
내일 운영위원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오후에
들려온다. 지하철운영위원의 절반가량이 서명을 해서
우리문제 해결을 안건으로 해서 운영위원회 소집요구를
한 모양이었다. 마구 힘이 난다.
그러나 동시에 어렵게 열린 운영위원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또 안건논의자체가 안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
병원에 있다는 배일도 위원장이 소집만 해놓고 안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여러 가지 걱정이 많다.
그러나, 일단 운영위원회 개최자체가 큰 성과다.
소집요구까지 가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동지들이 고맙다.
6시쯤 지하철 내부사람들의 주최로 '노조 사무원 부당해고
규탄대회'를 개최하였다. 추운날씨에도 120-30명의 조합원
들이 참석을 했고, 전해투 서울지역 여성노조 동지들이
규탄사를 해주셨다.
우리는 집회장 뒤쪽에 나란히 앉아 끝까지 집회를 지켜보았다.
지하철 지부장, 지회장들의 연대서명이 담긴 성명서가 채택이
되면서 규탄대회를 끝이 났다.
내일 10시에 개최되는 '운영위원회'에 근거없는 기대들이
몽실몽실 일어난다. 절박함이 기대로 전화되고 있다.
모두들 그럴 것이다.
단식 7일차를 맞는 잠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월남 단식투쟁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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