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때: ‘AI 경제 파멸’ 시나리오

지난 주말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금융 분석 기관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인공지능(AI)의 미래 영향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 하락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시트리니는 이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Global Intelligence Crisis)라는 보고서가 엑스(X)에서만 2,2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AI ‘에이전트’(스스로 목표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가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인간 노동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그렇게 되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이어 소비가 붕괴하며이른바 사적 신용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해 경기침체가 촉발될 것이라고 보았다.

시트리니 보고서 작성자들은 자신들이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고 밝혔다그 시나리오는 이르면 2028년 6월에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그들은 주가가 38% 폭락하고실업률이 10%를 넘으며신용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가정했다그리고 그 원인은 AI가 지나치게 성공해 AI 에이전트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특히 현재 숙련된 기술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와 기타 첨단 기술 개발 분야에서 인간 노동이 빠르게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트리니는 왜 이러한 경제·주식시장·수백만 숙련 노동자에게 닥칠 파멸적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며그것이 어떻게 미국 투자자들을 적어도 하루 정도 설득했을까그들의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거대 기술 기업들이 개발한 AI 에이전트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아 기업들이 값비싼 인간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되면 수백만 명이 임금을 잃게 되고 이전처럼 소비할 수 없게 된다결국 소비 중심 경제가 붕괴하면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해진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2028년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컴퓨팅 자원을 소유한 이들의 부는 노동 비용이 사라지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반면 실질 임금 상승은 붕괴했다행정부는 기록적인 생산성을 반복해서 자랑했지만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더 낮은 임금의 직업으로 밀려났다… 화폐 유통 속도는 정체됐다당시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던 인간 중심 소비 경제는 시들어 버렸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러한 파국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이를 막을 상쇄 요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즉 자연적 제동장치가 없다는 것이다소득 감소는 주택담보대출 연체를 초래할 것이며이번에는 저소득 노동자가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높은 임금을 받던 첨단 기술 노동자들이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보았다.

시트리니 시나리오는 위기를 창조적 파괴로 설명하는 전통적 견해를 부정한다전통적 견해는 기술 혁신이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본다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보고서는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안전 연구자인프라 기술자 같은 직업이다인간은 여전히 최고 수준에서 조정 역할을 하거나 미적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시스템 안에 남아 있다그러나 AI가 만든 새로운 역할 하나마다 수십 개의 기존 직업이 사라졌다그리고 새 일자리의 임금은 기존 직업보다 훨씬 낮았다고 설명했다따라서 이후에 나타날 경기침체는 전통적인 경기순환적 불황이 아니라구조적으로 지속되는 침체가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왼쪽) 전통적인 경기순환적 불황(자기 교정적)
과잉 건설/재고 과잉 ->건설 둔화/재고 정리 ->금리 인하/재고 보충->신규 건설/경기 회복(이 메커니즘은 자체적인 회복 기능을 포함한다.)
(오른쪽) AI 주도 경제 피드백 고리(자연적 제동 없음)
AI 투자 증가&AI 능력 향상->기업은 더 적은 노동자를 필요로 함->화이트칼라 해고 증가->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소비 감소, 경제 약화->기업은 이윤 방어를 위해 AI 투자 확대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AI는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비용은 더 낮아졌다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했고그 절감된 비용으로 더 많은 AI 역량을 구입했다그러면 다시 더 많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었다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소비를 줄였다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던 기업들은 판매량이 줄어 약해졌고이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AI에 투자했다. AI는 다시 더 좋아지고 더 저렴해졌다자연적인 제동 장치가 없는 피드백 고리가 형성됐다.” 인간 지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기계 지능은 이제 점점 더 많은 작업 영역에서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유능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대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멸적 시나리오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적어도 하루 동안은 미국 기술주 시장의 많은 투자자들이 이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과 다른 전문가들이 시트리니가 단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며그것이 불과 2년 안에 현실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하자 투자자들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앞선 글들에서도 설명했듯이기술 혁신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어 생산성과 노동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OECD는 AI가 범용 기술로 자리 잡기까지 최대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이는 AI 모델과 에이전트가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고 인간만큼 오류가 적은 수준에 도달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또 다른 보고서는 1830년대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와 조지프 헨리(Joseph Henry)가 전류를 생성한 이후 전기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 구조 변화를 이끄는 데 약 100년이 걸렸다고 지적한다챗지피티(ChatGPT)는 불과 5년 전에 등장했을 뿐이다.

그렇다. AI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경제가 등장하고 있다소비자용 AI 에이전트는 이미 여행 예약을 하거나 쇼핑을 대신해 소규모 구매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머지않아 더 복잡한 구매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구매 과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가격과 조건을 협상하고배송과 반품을 조정하며기계 속도로 다른 에이전트들과 거래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다. 2024년 54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2034년에는 2,3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인간 노동자를 두지 않게 될 수도 있다개인을 대신해 행동하는 에이전트들이 등장해 판매자물류 제공자결제 처리자를 대표하는 다른 에이전트들과 상호작용하게 될 것이다상업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결국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수 있다이러한 에이전트들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고 숙련되고 경험 많은 인간 노동과 맞먹는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또한 AI 에이전트는 디지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필요로 하는 물리적 상품을 생산할 수 없다이를 위해서는 에이전트가 로봇과 결합해야 하지만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향후 경기침체의 실제 시나리오일 수 있다시트리니 보고서를 논평한 많은 주류 평론가들은 이 보고서가 순수한 마르크스주의라고 평가했다소비 붕괴가 회복 없이 이어지는 상황즉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정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비 중심의 침체와 붕괴는 마르크스의 위기 이론이 아니다많은 주류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일부 좌파 경제학자들도 그렇게 이해하지만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르크스는 여러 차례 과소소비’ 이론을 거부했다마르크스의 위기 이론은 소비 부족이 아니라 과잉 투자 또는 과잉 축적에 기반한다자본주의는 생산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노동을 줄이고 기술과 기계를 도입한다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따르면 생산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인간 노동뿐이다따라서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을 대거 제거하려는 시도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시도 사이에 모순이 발생한다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하락하면 이윤이 감소하고 결국 자본가들은 투자 파업을 벌인다이것이 바로 시트리니가 AI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자연적 제동장치자본가들이 투자를 중단하면 노동자들이 해고되고그때 노동자들은 소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시트리니를 비판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의 구매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 지적 자체는 옳다그러나 그들은 더 근본적인 파국 시나리오를 간과한다생산성이 상승하면 가치 성장률이 낮아지고 결국 수익성이 하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의 영향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기술 변화는 역사적으로 고용 증가의 주요 동력이기도 했다오늘날 미국 노동자의 약 60%는 1940년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한다. 1840년대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기계화가 일자리를 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역사학자 로버트 앨런(Robert Allen)은 이 시기를 엥겔스의 휴지기라고 불렀다산업혁명은 생산을 급격히 확대했지만 임금과 고용은 뒤따르지 못했다는 의미다실질 임금은 1850년대의 장기 호황기에 이르러서야 상승하기 시작했다.

1850년대에 마르크스는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두 측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계가 특정 산업 부문에서 노동자의 일부를 해방시키면예비 노동자들은 새로운 고용 분야로 이동해 다른 부문에 흡수된다그러나 전환기 동안 원래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굶주리고 파멸한다.”(⟪그룬트리세⟫(Grundrisse)). 따라서 새로운 기술은 결국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지만그것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가능하며 노동의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진다그리고 그 과정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AI 에이전트와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정부가 실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다이것이 시트리니가 제시한 재앙에 대해 흔히 제안되는 해법이다그러나 수익성이 결국 압박을 받는다면 이러한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대신 필요한 것은 AI 기술과 그것을 소유한 사적 소유자들을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체제다그래야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사회적 필요즉 노동시간 단축과 공공재 및 공공서비스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

시트리니 시나리오의 논리에는 여러 허점이 있음에도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처음에 크게 동요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투자자들은 이미 AI 모델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AI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또한 인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AI 에이전트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보였다그리고 거품이 붕괴할 경우 규제가 거의 없는 사적 신용 대출 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돼 시스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그러나 시트리니의 파멸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은 안정을 되찾았고당분간 시장은 다시 평상시 상태로 돌아갔다.

[출처] Citrini and the AI doom scenario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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