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의 광기(Reaper Madness) 출처: Mr. Fish
〈힌드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는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이야기를 하나의 원형적 이야기로 끌어올린다. 그 이야기는 가자에서 살해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동차에 갇혀 있던 여섯 살 소녀 힌드 라잡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 이야기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것은 모든 종교적·도덕적 문학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 이야기는 권력이 지닌 잔혹함과 냉혹함을 무력한 자들의 공감과 연민과 맞세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묻는다. 오만, 지배, 폭력으로 규정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연민, 정의, 자기희생으로 규정되는 삶을 살 것인가? 이것은 정치적 질문이 아니라 도덕적 질문이다.
전쟁에서 악마화된 사람들의 생명을 돌보고 지키며 보호하려 하면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전복 세력, 적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죽음의 위험에 직면한다. 전쟁, 특히 집단학살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타나토스(Thanatos)라고 부른 죽음 충동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이 충동은 인간을 타인의 파괴와 자기 파괴로 몰아간다. 에로스(Eros), 즉 생명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제거된다. 이 분열이 영화의 핵심에 놓여 있다. 그것은 선과 악, 빛과 어둠 사이의 투쟁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흔히 그렇듯이 타나토스가 승리한다. 거의 확실한 패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죽음의 세력에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의심할 여지 없는 고귀함이 부여된다.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자행하는 대량 학살을 유지하는 관료적 기계 장치를 외부 세계가 보지 못하게 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세계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간성을 보는 것을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뉴욕시의 ‘필름 포럼’(Film Forum)에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이동해야 했다. 상영은 오후 4시 45분 단 한 번뿐이었다. 그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오스카 후보에 오른 감독이 만들었으며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 같은 영화계 거물들이 참여했지만, 튀니지 출신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가 연출한 이 작품은 미국 배급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데드라인>(Deadline) 보도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정치적 내용에 대한 “두려움”과 “이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단지 참혹하고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영화적 걸작이다. 그리고 수사와 선전의 모든 층을 벗겨내 이스라엘 점령자와 점령당한 사람들 사이의 근본적인 투쟁을 드러낸다. 이 투쟁은 물론 팔레스타인 땅의 강탈을 둘러싼 갈등이다. 동시에 그것은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점령을 둘러싼 갈등이며, 가자에서는 전면적인 집단학살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투쟁은 또한 생명의 힘과 죽음의 힘 사이의 오래된 싸움이기도 하다.
가자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살육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힌드 라잡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2024년 1월 29일 이스라엘 군은 가자 텔 알하와(Tel al-Hawa) 지역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하마다(Hamadeh) 가족 여섯 명과 여섯 살 조카 힌드는 검은색 기아 자동차에 몸을 욱여넣고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이스라엘 탱크가 차량에 발포했고 힌드와 열다섯 살 사촌 라얀(Layan)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망했다. 라얀은 숨진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alestinian Red Crescent Society, PRCS)에 연락할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총을 쏘고 있어요. 탱크가 제 바로 옆에 있어요.” 라얀은 라말라에 있는 응급 의료 노동자이자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직원인 오마르 알캄(Omar Alqam)에게 이렇게 말한다.
“숨어 있니?” 팔레스타인 배우 모타즈 말히스(Motaz Malhees)가 연기한 오마르가 묻는다.
“네, 차 안에 있어요. 우리는 차 안에 있어요. 탱크가 바로 옆에 있어요.” 라얀이 말한다.
“차 안에 있다고?” 오마르가 다시 묻는다.
그 순간 총성이 들린다. 6초 동안 62발의 총성이 울린다. 라얀이 비명을 지른다.
전화가 끊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마르가 말한다.
대답이 없다.
적신월사는 즉시 다시 전화를 건다.
힌드가 전화를 받는다. 그는 라얀이 총에 맞았고 차 안의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다고 말한다. 힌드는 피로 뒤덮인 채 죽은 친척들 사이에서 차 안에 갇혀 있다.
비가 내리고 있다.
그다음 세 시간 동안 응급 구조대원들은 불과 8분 거리에 있는 구급차가 소녀를 구조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당국에 통로 승인을 요청하며 필사적으로 연락을 취한다. 영화는 이스라엘 점령이라는 시지프스적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려는 구조대원들의 좌절, 절망, 그리고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피로 뒤덮인 친척들의 시신 사이에서 자동차에 갇힌 작은 소녀의 공포를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에 스펙트로그램 형태로 나타나는 힌드의 목소리 녹음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힌드를 안심시키고 위로하려는 적신월사 구조대원들이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부서인 ‘점령지 정부 활동 조정기구(Coordination of Government Activities in the Territories, COGAT)’와 연락하는 중재 기관인 적십자와 이후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필사적으로 호소하며,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구급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안전 통로를 요청한다. 힌드와의 전화는 계속 끊긴다. 적신월사 구조대원들은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며 극도로 긴장한다.
이스라엘 점령의 굴욕적이고 억압적인 통치 아래 살아가는 무력한 구조대원들의 좌절과 트라우마는 압도적이다.
응급 구조대원들은 국제적 분노를 끌어내기 위해 통화 음성과 힌드의 사진을 영어 자막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공개한다. 그러나 집단학살이 그렇듯이, 서방 정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학살, 특히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에도 무관심하다.
힌드가 전화를 붙잡고 있는 동안 총성이 계속 들린다.
또 다른 통신원 라나 알파키흐(Rana al-Faqih) — 팔레스타인계 캐나다 배우 사자 킬라니(Saja Kilani)가 연기했다 — 는 힌드에게 곧 구조될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그는 소녀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꾸란 구절을 낭송하도록 도와준다.
“너무 무서워요.” 힌드가 말한다. “제발 와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힌드가 숨어 있는 차량은 파레스 주유소 근처에 있다. 해가 진다. 가자시는 어둠에 잠긴다.
“어둠이 무서워요.” 힌드가 라나에게 말한다.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리니?” 라나가 묻는다.
“네.” 힌드가 말한다. “제발 와서 저를 데려가 주세요.”
세 시간이 지난 뒤, 이스라엘군(IDF)은 구급차가 지나야 할 경로가 표시된 지도를 전달하며 구조를 허가한다.
“힌드!” 오마르가 전화로 외친다. “1분 뒤에 차가 너에게 도착할 거야. 지금 천천히 이동하고 있어.”
구급차의 구급대원 아흐메드 알마드훈(Ahmed al-Madhoun)과 유수프 자이노(Yusuf Zeino)가 현장으로 접근한다. 그들은 차량에서 약 162피트(약 50미터)까지 가까이 다가간다.
“차가 보이나?” 통신원이 묻는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 구급대원이 답한다.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고 있습니까?” 통신원이 묻는다.
“경광등만 켜져 있고 사이렌은 아닙니다… 아, 저기 있습니다 — ”
그 순간 갑작스러운 총성과 폭발음이 들린다.
구급대원들과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오마르는 힌드에게 폭발음을 들었는지 묻는다. 힌드는 들었다고 대답한다.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 주세요.” 힌드는 계속해서 애원한다.
긴 침묵이 흐른다.
“왜 말하지 않니?” 라나가 힌드에게 묻는다.
“입에서 피가 나서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힌드가 말한다.
“손으로 닦고 아직 피가 나는지 말해 줄래?” 라나가 말한다.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요. 셔츠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힌드가 답한다.
“괜찮아. 입을 닦아. 내가 씻어 줄게, 사랑하는 아이야.” 라나가 말한다.
“네.” 힌드가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점점 희미해진다.
힌드의 어머니 위삼(Wissam)은 병원에서 초조하게 기다린다. 그는 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구급차를 살피며 딸을 필사적으로 찾는다.
이스라엘군은 텔 알하와 지역을 봉쇄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2일이 지나서야 차량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그 지역에 들어갔을 때, 힌드를 구하기 위해 출동했던 구급차의 불에 탄 잔해를 발견한다.
그때까지 이스라엘은 이미 구급차 80대를 파괴했고, 대부분의 경우 그 안에 있던 구급대원들도 함께 사망했다.
구급차가 있던 곳에서 조금 더 위쪽 거리로 올라가자, 사람들은 힌드의 친척들과 함께 자동차 뒷좌석에 있는 힌드의 부패한 시신을 발견했다.
차에는 총탄 자국이 335개 남아 있었고 창문은 모두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가자시 텔 알하와(Tel al-Hawa)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여섯 살 힌드 라잡과 가족 다섯 명이 사망한 차량의 파괴된 모습. (사진: 다우드 아보 알카스/Dawoud Abo Alkas, 아나돌루/Anadolu)
힌드의 마지막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구급차의 번쩍이는 경광등을 보았을까? 자신이 구조될 것이라고 믿었을까? 탱크 포탄이 구급차를 산산이 찢어 놓고 구급대원들이 죽는 장면을 보았을까? 총격이 시작되기 전에 이스라엘 기관총을 보았을까?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을까? 사촌 라얀처럼 피투성이가 된 채 부상을 입고 한동안 버티고 있었을까? 결국 자신이 구해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어둠과 공포 속에서 홀로 마지막 말을 남겼을까?
〈힌드의 목소리〉는 무관심이 공모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비인간화하는 데 사용되는 수사를 조롱한다. 또한 군사 점령이 지닌 사소하면서도 치명적인 폭정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점령이 낳는 무력감, 굴욕, 잔혹한 폭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쟁과 집단학살의 본질을 폭로한다. 그리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를 증언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출처] The Voice of Hind Rajab: The Film They Don’t Want You to Se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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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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