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긴 감마선 폭발(long GRB, gamma-ray burst)이 거대하고 빠르게 회전하는 별의 중심핵에서 연료가 고갈되면서 붕괴하고, 그 결과 별 중심에 블랙홀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고 본다. 이 상상도에서 두 개의 제트가 죽어가는 별에서 분출해 주변의 가스와 먼지와 상호작용을 한다. 출처: 미국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개념 영상 연구소(Conceptual Image Lab)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극단적인 폭발 가운데 일부는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최초의 폭발은 보이지 않지만, 충격파 전면이 주변 환경을 밀어내며 진행할 때 남기는 오래 지속되는 메아리를 우리는 관측으로 포착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될 예정인 새로운 연구에서 우리는 이러한 숨겨진 폭발의 가장 명확한 사례일 가능성이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초기 폭발은 관측되지 않았지만 강력한 감마선 폭발의 전파 잔광을 확인했다.
우리가 관측한 현상을 설명할 다른 유일한 가능성은, 별이 중간질량 블랙홀에 의해 찢어지는 매우 드문 사건이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오랫동안 존재가 제안되었지만, 탐지가 어려웠던 블랙홀의 한 종류다.
어느 경우이든 우리는 우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희귀한 사건 가운데 하나의 느린 여파를 관측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놓치는 폭발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은 짧지만 매우 강력한 고에너지 복사 제트다. 이 현상은 몇 초 사이에 태양이 평생 방출할 에너지와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거대질량별이 죽어 블랙홀을 형성할 때 이러한 폭발이 발생한다.
이 제트는 여러 방향으로 방출하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 방출 방향이 지구를 향한 일부만 관측한다. 제트가 우리 방향을 향하지 않으면 초기 섬광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서서히 약해지는 잔광만 관측한다.
좁고 고에너지인 제트를 보여주는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러한 감마선 폭발의 ‘고아 잔광(orphan afterglow)’은 수십 년 전부터 예측했지만 실제로 발견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고에너지 섬광이 사건의 발생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수천 제곱도에 달하는 하늘을 탐색해야 한다.
그 결과 이러한 우주 폭발은 쉽게 놓치고, 나타나더라도 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주에서 나타난 유령
우리는 서호주 이냐리만하 일가리 분다라(Inyarrimanha Ilgari Bundara)에 있는 36개 안테나 전파망원경인 호주 SKA 패스파인더(Australian SKA Pathfinder, ASKAP)를 사용해 하늘의 넓은 영역을 탐색했다. 우리는 수 주에서 수년에 걸쳐 나타나고 변화하는 장수명 전파 천체, 즉 전파 변광 천체를 찾았다. 우리는 서서히 약해지는 전파 방출을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희귀한 사건을 포착하려 했다.
이 광역 탐사 자료에서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파원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는 이 천체를 ASKAP J005512-255834라고 명명했다.
이 전파원은 빠르게 밝아지며 초당 10³²줄의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했다. 이는 수십억 개 태양이 방출하는 전파 에너지 총량에 필적한다. 이후 이 전파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어두워졌다.
ASKAP으로 수행한 RACS 탐사에서 검출한 전파 잔광의 밝기 증가를 보여준다. 2022년에 시작한 관측에서 이 전파원이 처음 나타나는 모습을 포착했으며, 이후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관측 가능했다. 출처: 에밀 렌츠(Emil Lenc)
이러한 거동은 즉시 다른 전파 변광 천체와 구별됐다. 대부분의 전파 변광 천체는 빠르게 진화하거나 반복적으로 밝아진다. 그러나 이 전파원은 그렇지 않았다. 대신 단 한 번 발생한 매우 강력한 폭발의 오래 지속되는 메아리처럼 행동했다.
ASKAP J005512-255834는 전파 파장에서는 밝았지만, 다른 파장에서는 거의 신호를 남기지 않았다. 우리는 가시광이나 X선에서 대응 천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러한 특징은 바로 고아 잔광에서 예상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처음에는 지구 방향을 향하지 않았던 좁은 우주 제트가 시간이 지나며 감속하고 퍼지면서 서서히 넓어지는 빛을 방출할 때 우리는 그 잔광을 관측한다.
17억 광년 떨어진 분주한 은하 환경
이 희귀한 변광 천체는 지구에서 약 17억 광년 떨어진 작지만 밝은 은하에 있다. 이 은하는 불규칙한 구조를 가지며 활발한 별 형성을 보인다. 이러한 환경은 별 붕괴나 격렬한 항성 파괴와 같은 극단적 천체 현상이 발생하기에 자연스러운 장소다.
왼쪽 영상은 칠레의 마젤란 망원경(Magellan Telescope)으로 촬영한 은하 2dFGRS TGS143Z140 내부에서 전파 잔광이 위치한 지점을 보여준다. 오른쪽 영상은 인도의 자이언트 미터파 전파망원경(Giant Metrewave Radio Telescope)으로 검출한 동일한 전파원을 보여준다. 출처: 아슈나 굴라티(Ashna Gulati)
폭발의 위치는 은하 중심 핵과 정렬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대신 이 사건은 조밀한 별 형성 영역, 아마도 핵성단(nuclear star cluster)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이러한 강력한 우주 사건이 어떤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ASKAP J005512-255834는 매우 특이한 천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정체를 규명하려고 일종의 탐정 작업을 수행했다. 우리는 별, 펄서, 초신성 등 여러 대안적 설명을 면밀히 검토하고 배제했다.
관측된 전파 거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유일한 시나리오는 별이 중간질량 블랙홀에 의해 찢어지는 사건이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항성 잔해 블랙홀과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사이에 위치하는 희귀한 블랙홀 집단이다.
이러한 사건은 전파 파장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만약 이를 확인한다면 이는 최초의 사례가 되며, 고아 감마선 폭발을 발견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발견이 된다.
전파로 드러나는 숨겨진 우주
이번 발견은 단순한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새로운 천체 집단을 처음으로 엿본 것일까. 최근까지 우리는 이를 확인할 도구를 갖지 못했다.
ASKAP J005512-255834는 지금까지 확인한 고아 감마선 폭발 잔광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다. 우리는 발생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폭발의 오래 지속되는 메아리를 전파망원경으로 탐색해 이 천체를 발견했다.
우리는 동일한 접근 방식을 이용해 더 많은 고아 잔광을 발견하고, 마침내 이들을 우주의 역사 속에 자리 잡게 하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감마선 폭발 집단 전체의 모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섬광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지만, 전파 하늘 속에서 유령처럼 조용히 남아 있던 사건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출처] A cosmic explosion with the force of a billion Suns went unseen – until we caught its echo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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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나 굴라티(Ashna Gulati)는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전파천문학 박사과정 연구자다. 타라 머피(Tara Murphy)는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전파천문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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