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Chad Stembridge
제3세계 국가들의 주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제 제국주의가 폐기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법의 모든 규범을 위반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권 교체”를 노골적인 목표로 내세우며 이란을 폭격한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금까지 제국주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교체하려는 것이 실제 목표였던 경우에도, 제국주의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공식적 이유는 언제나 다른 구실로 위장되었다. 예컨대 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 또는 마약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 등 다른 이유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란의 경우에는 그러한 무화과 잎(fig-leaf)조차 벗겨졌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겉으로 내세운 분쟁 사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심지어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폭격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 행동을 통해 미국은 식민지 시대가 끝난 이후 처음으로, 제3세계 어느 곳에서든 마음대로 “정권 교체”를 실행할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슬람 공화국이 이란 국민의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었는지 여부가 아니다. 그것이 억압적인 체제였는지, 언론의 자유를 허용했는지, 야당을 용인했는지 여부도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이란에서 정권을 교체할 권리는 오직 이란 국민에게만 있으며, 그들은 스스로 그러한 변화를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미국 제국주의가 그런 일을 할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 주권이 의미하는 바다. 그리고 이러한 주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 전역에서 벌어진 반식민 투쟁이 각 나라에 쟁취해 준 성과였다. 지금까지 제국주의는 다양한 우회적 조작을 통해 이러한 주권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이제 제국주의는 이를 위해 노골적인 군사 개입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가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따라서 역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고 탈식민화의 성과를 사실상 되돌리는 길을 열어 놓는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즉각 제기된다. 첫째, 제국주의는 어떻게 이러한 공격을 감행할 만큼 대담해졌는가? 둘째, 왜 바로 지금 이런 행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는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종식이 제국주의를 이전보다 훨씬 덜 제약받는 위치에 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바의 경우, 지금도 제국주의는 정권 교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당시 소련은 쿠바로 향하던 자국 선박들에게 미국의 해상 봉쇄를 돌파하며 항해하라고 지시했고, 이는 핵전쟁 가능성까지 내포한 행동이었다. 결국 그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타협을 강요받았다. 그 결과 이후로 쿠바에 대한 직접적인 제국주의 군사 개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국주의를 제약하던 그런 조건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제약이 사라진 것은 이미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내가 아래에서 주장하듯이, 현재 제국주의는 가장 얇은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제3세계를 재식민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현재 제국주의 위기의 성격은 두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지난 30~40년 동안 선진 자본주의 국가 노동자들의 국민소득 몫과 제3세계 노동 대중의 소득 몫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경제 잉여 한 단위에서 나오는 소비는 노동자 소득 한 단위에서 나오는 소비보다 낮기 때문에, 이러한 재분배는 총수요에 비해 과잉생산 경향을 낳는다. 그 결과 실업 증가가 발생한다. 물론 미국의 경우처럼 이는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으로 위장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 대중의 고통을 크게 증가시킨다. 현재 제국주의 위기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오늘날의 주요 제국주의 국가에는 식민지 제국에 잉여를 강제로 이전시키거나 탈산업화를 강요하여 국제수지 적자를 메울 능력이 없다. 항상 주요 제국주의 국가는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경우 미국이 세계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80여 개 국가에 750개가 넘는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자의 중요한 원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당시의 주요 제국주의 국가였던 영국이 이러한 적자를 식민지의 희생을 통해 메웠다. 그러나 미국은 자체 식민지 제국이 없기 때문에 달러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적자를 메워 왔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채무국이며, 세계는 달러 또는 달러 표시 자산으로 넘쳐 나는데, 이것들은 모두 미국의 부채다.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 세계 금융 체제의 안정성에 거대한 위협을 제기한다.
종종 달러만큼 널리 사용되는 다른 통화가 없기 때문에 달러는 신뢰할 만한 위협에 직면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주장이다. 다른 통화가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달러에서 상품으로 자산을 이동하는 급격한 전환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잠시라도 발생한다면 자본주의 세계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초에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는 대처주의와 레이거노믹스의 등장 배경이 되었다. 두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각각의 나라에서 대규모 실업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들은 전후 경제 호황을 이미 경험한 상황이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조치가 반복된다면, 이미 심각한 노동자 고통 위에 그것이 더해지게 되므로 체제의 사회적 안정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국주의가 현재 취하고 있는 대응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형태의 신파시즘적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정권이나 유사한 체제가 등장하려 하고 있다). 둘째는 복종적인 정권을 세워 식민지식 지배를 다시 구축하려는 시도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한 범죄적 행위와, 미국의 후원 아래 팔라비 왕조 후손이 권력을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공격은 이러한 재식민화의 사례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모두 석유 부국이며, 특히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자원을 미국 기업이 장악한다면 미국으로 향하는 새로운 “잉여 유출”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미국의 국제수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식민화는 단지 석유 부국에서 잉여를 빼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불평등 조약을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인도–미국 무역 협정은 식민지 시대처럼 미국 상품을 위한 종속적 시장을 만들어 낸다. 물론 이러한 재식민화 시도가 제국주의의 현재 위기를 실제로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국주의가 재식민화를 위기 탈출의 길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제국주의 전략으로서의 재식민화는 최근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일부 유럽 지도자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물론 다른 언어로 표현했지만, 그의 제안은 매우 직설적이었다. 그의 주장은 “서구 문명”의 영광이 최근 몇 년 동안 공산주의의 부상과 공산주의가 지지한 반식민 운동 때문에 후퇴했으며, 이러한 후퇴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명백히 반식민 투쟁의 성과를 뒤집는 것, 즉 세계의 재식민화를 의미한다. 요컨대 루비오에 따르면 “서구 문명”의 영광을 부활시키려면 세계의 재식민화가 필요하다. 제3세계를 제국주의 지배 아래 다시 종속시키자는 이보다 더 노골적인 요구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의 논리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설득력을 발휘했다. 놀랍지 않게도, 최근 이란에 가해진 미국–이스라엘의 잔혹한 공격에 대해 유럽에서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큰 반대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탈식민화의 성과를 되돌리려는 공동의 추진을 시작하는 문턱에 서 있는 듯하다.
[출처] Imperialism’s Assault on Third World Sovereignt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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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