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필리핀까지, AI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개인과 지역사회는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노동 같은 빅테크의 AI 인프라 요구와 운영 방식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AI 인프라가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균등하지 않다. 유엔은 세계 경제가 점점 AI 중심의 생산과 공정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부유한 국가들이 더 빠르게 이익을 얻고 있으며, 가난한 국가들은 더욱 뒤처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는 칠레, 케냐, 필리핀 같은 나라의 자원에 의존해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AI 모델을 훈련하며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대학 박사과정 연구원 카린 루스(Carine Roos)<레스트 오브 월드>이들 국가의 노동자와 지역사회는 이제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와 운영 방식에 맞서기 시작했다이런 구조가 지역사회에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논의가 여전히 AI를 주로 디지털 기술로만 접근하지만, 많은 국가에서는 AI를 지탱하는 인프라를 통해 그 존재를 체감하고 있다데이터센터, 광물 채굴, 에너지 수요,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냉각 시스템, 디지털 노동 사슬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같은 기술 중심지에 집중되지만, 환경적·사회적 비용은 이런 지역들이 떠안고 있다이 때문에 지역사회는 이런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삶과 발전 경로를 어떻게 바꾸는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레스트 오브 월드>는 AI 기업들에 맞서 싸우는 여러 개인과 지역사회를 직접 만났다.

로드리고 바예호스(Rodrigo Vallejos), 28, 칠레 산티아고

환경운동가 로드리고 바예호스는 2022년부터 산티아고의 데이터센터들을 감시해 왔다. 여기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시설들도 포함된다. 칠레에는 약 70개의 데이터센터가 있으며, 상당수가 산티아고와 그 주변에 몰려 있다. 바예호스는 이 기업들이 환경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법학을 공부하던 시절 바예호스는 칠레 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수백 건의 공개 문서를 검토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 킬리쿠라에 31,700만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덕분에 연중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예호스는 당국에 제출된 문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냉각 시스템이 이미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의 지하수에 일부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데이터센터가 가습 용도로 소량의 물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바예호스와 이웃 주민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100건이 넘는 시민 민원을 제기했다. 이 민원들은 국가 데이터센터 계획 논의 과정에 포함됐지만, 2024년 계획이 발표됐을 때 더 엄격한 환경 규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좌절이 바예호스를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세리요스(Cerrillos)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구글은 해당 시설의 물 사용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대략 골프장 한 곳이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바예호스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산티아고에 더 이상 데이터센터를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규모 물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적절한 환경 보상을 제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초래할 환경적 결과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 기업들이 자신들의 환경 관련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고 수자원 복원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환경 주장은 단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타니아 로드리게스(Tania Rodríguez), 54, 칠레 산티아고

타니아 로드리게스(맨 오른쪽)가 칠레 산티아고의 한 활동가 집에서 다른 모사카트(Mosacat) 활동가들과 만나고 있다.

타니아 로드리게스는 산티아고에서 학교 교사로 일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의 핵심 활동가로 떠올랐다. 그는 토지와 물을 위한 사회환경공동체운동(Movimiento Socio Ambiental Comunitario por la Tierra y el Agua·Mosacat)의 공동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단체는 칠레에서 자원 수탈에 맞서 활동한다.

구글은 2015년 산티아고에 첫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식 문서에 따르면 구글은 2020년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위해 연간 70억 리터가 넘는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모사카트는 데이터센터로 전용될 물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여러 차례 시위를 벌였다. 이에 산티아고 환경재판소는 2024년 구글이 환경 영향을 다시 평가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로드리게스와 10~15명 규모의 작은 활동팀은 지금도 AI 기업들을 감시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국가 데이터센터 계획 논의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기술 기업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대화를 중단했다고 로드리게스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그는 구글에 맞선 모사카트의 캠페인은 국제적 관심을 끌었고,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에 맞서 싸우는 다른 단체와 활동가들을 연결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빅테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자원 수탈에 짓밟히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칠레 킬리쿠라(Quilicura) 지역사회

131일 칠레에서도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킬리쿠라 주민들은 원래 AI 챗봇에 던졌을 질문들에 직접 답하는 자원 활동에 참여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퀼리.AI(Quili.AI) 플랫폼을 통해 67개국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낸 25,000개 이상의 질문에 답했다. 이 플랫폼은 질문이 AI 챗봇으로 전달됐다면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됐을지를 추정해 보여줬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비영리단체 코르포라시온 엔젠(Corporación NGEN)수천 건에 달하는 매우 인간적이고 종종 놀라운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자원봉사자는 시지프스 신화를 언급하며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스스로 묻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지역 예술가 세 명은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개, 고양이와 하이파이브하는 칠면조, 날개 달린 프렌치 불도그 같은 그림을 직접 그렸다.

코르포라시온 엔젠의 문화 중재자 로레나 안티만(Lorena Antiman)데이터센터와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에게 AI의 환경적 영향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매일 체감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퀼리.AI는 특히 무심코 AI에 질문을 던지는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고, 물 부족 지역에서 이런 시스템이 어떻게 책임 있게 확장돼야 하는지 더 폭넓게 논의할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AI에 무심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되거나, 이런 시스템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묻기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올림피아 코랄 멜로(Olimpia Coral Melo), 35, 멕시코 푸에블라

올림피아 코랄 멜로가 18세였을 때 그의 전 남자친구는 동의 없이 사적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 이 사건은 멜로가 동의 없는 성적 콘텐츠 유포를 범죄화하고 다른 여성들을 디지털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7년 동안 활동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사이버 괴롭힘과 온라인 폭력에 맞서는 여성 활동 단체 디펜소라스 디히탈레스(Defensoras Digitales)의 지원을 받은 멜로는 일련의 입법 개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2021년 동의 없는 성적 이미지 유포를 범죄로 규정한 올림피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이후 아르헨티나의 올림피아법과 미국의 테이크 잇 다운 법(Take it Down Act)’ 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멕시코의 올림피아법은 여전히 한계가 크다. 2024년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가 1,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됐고, 그중 절반 이상이 여성인데도 지금까지 이 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단 5명뿐이다. 또한 올림피아법은 AI가 생성한 비동의 성적 이미지 문제를 다루지 않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도 묻지 않는다.

멜로는 이제 올림피아법에 딥페이크 문제를 포함시키고 기술 기업들이 이 문제를 명확하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그는 디지털 폭력 문제를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공유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문제는 구조적이며 디지털 플랫폼도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은 단지 콘텐츠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증폭하고 추천하며 종종 수익화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조안 키뉴아(Joan Kinyua), 36, 케냐 나이로비

조안 키뉴아는 2016년 데이터 라벨링 업체 사마소스(Samasource)에서 일을 시작했다. 키뉴아와 동료들은 메타(Meta), 자율주행차 기업 등을 위해 데이터와 이미지를 분류하고 라벨링했다. 그는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이미지를 반복해서 봐야 했지만 정신 건강 보호 장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키뉴아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업무 환경은 단지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착취적이었다노조를 만들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후 키뉴아는 다른 데이터 라벨링 업체인 클라우드팩토리(CloudFactory)로 옮겼고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리모태스크(Remotasks)에서 클릭 노동도 병행했다. 그는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 몇 시간 동안 플랫폼 업무를 한 뒤 본업으로 출근했다. 오후 4시에 퇴근한 뒤에는 회사 화장실에 숨어 사무실 노트북으로 플랫폼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작업마다 엄격한 시간 제한이 있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몇 시간을 일하고도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키뉴아는 8년 동안 여러 회사에서 데이터 라벨링 업무를 하며 저임금, 착취적 노동 환경, 노동 보호 부재, 성별 및 계급 편견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지난해 다른 9명과 함께 데이터 라벨러 협회(Data Labelers Association·DLA)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AI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DLA는 공정한 임금과 투명성,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키뉴아는 우리는 디지털 노동이 보이고, 가치 있게 평가받고, 조직되는 운동을 만들고 있다“AI의 인간적 기반이 혁신의 주변 요소가 아니라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AI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기술이 세상을 바꿀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어떤 기술 발전도 인간의 존엄과 공정한 임금, 정신 건강, 노동 보호를 희생시키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코드 AI(Code AI), 필리핀

코드 AI(Coalition of Digital Employees Artificial Intelligence)20251월 출범했다. 이 단체는 필리핀에서 약 180만 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강력한 BPO 산업 노동자 네트워크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한 콜센터 노동자가 AI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품질관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폭로했다가 해고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코드 AIAI로 대체된 노동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AI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놓인 콜센터 상담원과 데이터 라벨러, 콘텐츠 검토자, 기타 기술 노동자들의 노동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초기 캠페인을 주도했던 렌소 바잘라(Renso Bajala)는 현재 코드 AI의 조직 담당자로 활동하며 AI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이 단체는 지금까지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집회 권리와 법적 대응 권리를 주장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바잘라는 우리는 노동자들 사이의 집단적 힘을 조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면 많은 경우 목소리를 내기보다 다음 일자리를 구하는 데 급급하다고 설명했다.

코드 AIBPO 노동자 권리 보호를 목표로 한 법안 초안인 ‘BPO 노동자 권리장전작성에도 참여했다. 바잘라는 이 법안에는 기업이 AI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행위를 직접 제한하는 조항은 없지만,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협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된 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현재 프리랜서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잘라는 AI가 노동시장을 너무 빠르게 재편하고 있어 코드 AI 역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문제를 이제 막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순간, 다른 곳에서 또 대규모 해고 사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출처] Beyond Silicon Valley: The global fight against AI’s ecological footprint - Rest of World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다니엘라 딥(Daniela Dib)은 멕시코시티(Mexico City)를 기반으로 중남미의 비즈니스와 기술 분야를 취재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그는 이전에 <레스트 오브 월드> 기자로 활동했다. 리나 찬드란(Rina Chandran)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스트 오브 월드>의 부편집장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