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정부)'(cohabitation)는 프랑스 대통령이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의 총리와 의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전에도 대통령은 사회당이고, 총리는 중도 우파인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세 번 있었다. 지금,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명목상 자유주의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정부를 이끌고 있다.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은 7월 7일 결선투표에 참여할 후보를 뽑는 지난 일요일 1차 투표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르펜의 후보들은 577개 선거구 중 297개 선거구에서 3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좌파 신인민전선(NFP)은 159개(28%)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마크롱의 범여권 연합이 승리한 선거구는 70개(21%)에 불과했다. 대통령에게는 굴욕적인 좌절이라해도, 아직 르펜의 과반수 의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선투표에서 르펜의 상대 후보들이 함께 뭉칠 '수도' 있다. 르펜의 후보들은 대체로 우파 패자들의 지지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라운드 협상 여부에 대한 초기 요구들은, 르펜이 이미 얼마나 우파 공간을 정복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드골주의 세력의 후계자이고 보수 정당 공화당(LR)의 대표인 에릭 시오티 대표는 르펜과 동맹을 맺었다. 그의 거의 모든 동료들은 이를 거부했다. 어젯밤, 시오티의 LR-RN 동맹에 반대하는 가우리스트조차 결선 투표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과 여러 장관들은 "공화주의 전선"을 요구했지만, 이것이 르펜에 대항하여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ronce Insoumise)'(프랑스 최대 좌파 세력)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명시적으로 말했다.
(이 상황의) 주된 교훈은 무엇일까? 3주 전, 6월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극우 세력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마크롱은 이번 선거를 소집할 필요가 없었다. 1차 투표에 대한 반응도 우리의 교훈을 분명히 한다. 프랑스의 친기업적 정치 기득권층은 르펜과의 '동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출처] Unsplash, ev의 사진
주류화
이번 선거에서 르펜의 최고 후보인 조르당 바르델라는 RN을 파괴적인 세력이 아니라 광범위한 우파 진영의 지도자, 심지어 "국가적 통합"을 위한 세력으로 거듭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능란한 28세의 그는 "프랑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RN 정부는 유럽연합과 나토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더욱 강력하게 옹호할 것이며, 이는 더 많은 유럽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압력일뿐 진지한 파괴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N의 정책은 '높은 지출'이 아니라, 프랑스 국가를 '혜택 사무소'로 이용하는 이민자를 타겟 삼을 것이다. 프랑스 시민에게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부정 방지 장관"을 통해 사회적 부정의에 대처할 것이다.
한때 르펜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예산 문제에서도 아버지의 레이건주의 노선으로 돌아간 듯 노골적으로 우파적 입장을 많이 채택했다. 바르델라는 세 차례에 걸친 TV 토론에서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를 향해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공공 부채"를 안고 있는 정부라 공격했는데, 이는 르펜이 2월 경제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에 기고한 칼럼에서 언급한 주제다. 바르델라가 노동자와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공약은 자동차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 일련의 세금 감면이었다(30세 미만에 대한 소득세 면제 계획은 연기되었다). 프랑스 기업들에게도 메세지가 있었다: 당신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RN이 제안한 연금안도 단순히 마크롱의 정년 연장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분담의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크롱의 통치는 르펜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는 조기선거를 소집한 명백한 전술적 오류 때문만은 아니다. 수년 동안 우리는, 자신이 프랑스인들에게 쓴 약(늦은 연금, 녹색 전환이라는 명목의 소비세 인상, 구매력 저하)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섭리의 힘인 양 오만하게 행세하는 대통령을 보아왔다. 2022년 과반수 의석 상실과 같은 선거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었고, 이로 인해 르펜은 특히 주요 도시 외곽에서 계층 간 격차를 넘어 소외된 '보통 사람들'의 옹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정치의 중도적 공간을 양쪽 '극단'에 맞서 통합하려는 마크롱의 시도가, 르펜에 대항하는 '공화주의 전선'이라는 아이디어를 크게 약화시켰다. '극좌파'에 맞서는 경로도, 어떠한 필연적인 반대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것으로 타당하지 않게 묘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마크롱 정부는 좌파에 대한 공세에서 안보, 정체성, 무슬림 프랑스의 위협에 대한 집착을 강화하여 르펜이 선호하는 화두를 국가적 논쟁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이슬람 '분리주의'라는 유령, 그 문화적, 문명적 위협의 언어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렴이 일어났다. 르펜이 '위대한 교체론'과 같은 보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아이디어를 자제해온 곳에서도 그렇다.
이러한 메시지는 바르델라의 틱톡이나 우파 채널 C뉴스, BFM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민의 안보가 장 뤽 멜랑숑과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주도하는 심각한 '이슬람 좌파' 음모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는 정부 장관들에 의해서도 퍼지고 있다. 드골주의 진영에서는, 2차 투표를 앞둔 공화당의 보도자료에서 르펜에 맞선 블록화 전략의 실패를 정당화하며 주요 좌파 정당을 "우리 문명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는 또 다른 핵심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 마크롱이 그렇게 인기가 없다면, 왜 좌파가 아닌 극우파가 그 이득을 보는 것일까? 그리고 르펜이 대규모의 기권에 의해 종종 승리한다면, 이번에 투표율이 크게 상승한 것은 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2022년 1차 경선 이후 좌파의 득표율(25.7%에서 28%로)이 완만하게 상승한 것은 몇 달 전에 우려했던 좌파의 분열보다는 낫지만, RN의 동반 상승(18.7%에서 33%로)에 비하면 왜소한 수치다.
그 해답의 일부는 최근 사회 운동의 패배와 함께, 프랑스 복지제도 및 노동법에 대한 마크롱의 리모델링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된 데에 있는 것 같다. 작년 연금 개혁 반대 운동이 인상적이었다면, 그 실제 구성(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파업과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시위)은 조직된 노동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우고 팔헤타가 지적했듯이, 르펜은 마크롱의 반사회적 조치와 저항 세력의 패배로 인해 이득을 얻었다.
이는 "경제 포퓰리즘"과 같은 개념으로 잘 포착하기 어려운, 유권자 일부에 대한 가정을 더 깊이 전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특정 정책을 넘어 극우파가 특정 정책을 넘어서, 주류가 된 많은 가정을 수용하는 일종의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한 기반을 설명한다. 어젯밤 IPSO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시 한 번 블루칼라 노동자의 상당수(투표자의 51%)가 르펜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전에는 당에 회의적이었던 연금 수급자들 뿐만아니라, 증가 추세의 보다 안정적인 중산층도 함께 르펜 후보를 지지했다.
정치학자 뤽 루방이 그의 저서 '(국민연합의 진정한 승리) La vraie victoire du RN'에서 소개한 최근 여론조사 데이터로 밝혔듯 , 이 당의 유권자들의 생각은 실제로 덜 반체제적이고, 다른 정당들과 비교해 덜 달라지고 있고, 특히 민간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델라와 르펜이 주장하는 것은 능력주의와 시장이지만, 프랑스 국민과 소규모 생산자에 대한 정치적 '편향'은 아니다. 이는 민족주의적이고 인종화된 용어로, 즉 소수자와 외부인이 오늘날 좌파 정치인들에 의해 혜택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종속적인) 위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러나 그것은 불공정 경쟁과, 다수에 대항하는 엘리트에 맞선 투쟁으로 상상된다. 이것이 바로 "낙오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하향 압력을 두려워하는 주택 소유자, 자영업자,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바르델라가 호소하는 것이다.
길들여진 극우?
마크롱의 선거 소집과, 여러 장관들이 2차 투표에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를 막기 위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 캠프가 국민연합 총리 또는 '독립적인' 우파가 이끄는 국민연합 지원 정부를 감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현재로서는 그럴듯하거나 심지어 가능성이 있는 결과다. 2012년 르펜은 1차 투표에서 43%를 득표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패배했다. 오늘날에는 비국민연합 유권자들의 이러한 강력한 연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일화적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RN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은, 그들의 권력을 제한하는 정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대통령 진영에게도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그들의 집권이 공허한 약속과 '포퓰리즘에 대한 폭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적어도 RN이 소수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들이 정부를 플랫폼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미 통제 불능 상태인 프랑스의 경찰 노조가 어떻게 활기를 띨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것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자신의 가장 큰 정치적 업적은 토니 블레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토리당이 정권을 잃었지만, 자신의 자유 시장 도그마를 근본적으로 받아들인 노동당 지도자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마크롱도 마찬가지로 프랑스 정치판을 재편함으로써 국민연합을 축소하고, 급진주의에 갇혀 있던 국민연합을 '정상적인' 우파의 일부로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확실히 오늘날의 RN은 친기업적 자격을 자랑하며 사회 지출 계획을 취소하고 유로화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르지아 멜로니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극히 소중한, 극우 온건주의를 제도권 주류로 끌어들여 그 급진주의를 길들인다는 서사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 과정은 특히 문명적 쇠퇴에 대한 프랑스와 유럽의 정치적 집착이 높아지면서 다른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야당 시절에도 RN은 현 정부에 이민법을 강화하도록 강요한 후 마크롱 진영의 법안을 지지했다. 마크롱의 측근들은 이 법안을 점점 더 이주 문제에 집착하는 여론에 대한 불가피한 양보로 포장했다.
국민연합이 지배하거나, 실제로 바르델라가 이끄는 정부는 종속적인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2027년 대선을 위한 장기 캠페인에서 자신의 권한에 대한 제한에 반발하며 마크롱의 대통령직에 맞서 싸울 것이다. 선천적 시민권, 치안 권한, '국민 선호', 이중 국적자 고용 등을 놓고 싸움을 벌일 수 있고, 고위 판사나 EU 당국으로부터의 저항이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아직 결정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7월 7일에 있을 2차 투표가 르펜의 과반 의석 확보가 무산시킬 수도 있고, 다른 정당들이 르펜에 맞서 결집하면 르펜의 의석 수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기대하지는 말자. 프랑스의 이른바 중도층은 르펜이 지배하는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해서 평화롭다.
[출처] Emmanuel Macron Has Handed Victory to the Far Right
[번역] 류민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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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는 자코뱅의 유럽 편집자이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산주의 역사학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