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opyleft- 참세상뉴스 이진숙]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제도가 빈곤계층의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난이 높다.
지난 5일 뇌성마비 1급 중증 여성장애인 최옥란씨가 최저생계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면서 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 개정이 아닌 '개악'이었다는 평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전국실업극복연대회의, 노들장애인야학, 민중복지연대 등은 최옥란씨와 함께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명동과 정부종합청사 등에서 농성과 집회를 벌였다. 또한 최옥란씨와 농성단은 지난 5일과 6일 정부종합청사와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 집을 방문해 국무총리에게 생계비 18만원과 수급권을 반환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처럼 수급권자와 빈곤계층을 중심으로 생계권 확보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법이 제정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번 기초법이 수급권자의 생존권을 담보해 내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엄태근 사무국장은 "지난 1년간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빈곤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이런 평가의 원인은 비현실적인 생계·의료·주거급여와 수급권자 선정의 불합리성 등에 기인한다. 현재 1인 가구 수급자의 경우 최고 생계비는 28만6천원이지만 대부분의 수급자에게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12만원이고, 4인 가구의 경우 84만원이지만 35만원 가량이 지급된다.
한 달에 총 급여액 23만원을 지급 받는 최옥란씨는 영구임대아파트 관리비만 해도 13만원, 의료비와 기본적인 생계비를 고작 10만원으로 충당해야하는 현실이다.
이렇게 책정액과 수급액이 다른 이유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수급자에게 소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수급액에서 일정액을 공제하기 때문. 또한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 부양가족이 생계를 지원함과 관계없이 부양비를 공제하고 있다.
주거급여의 경우 1인 가구에 현행 2만3천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 금액은 영구임대주택은 고사하고 한 달에 7∼8만원 하는 쪽방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또한 현행 의료보호는 지원금의 규모에 따라 1·2종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약물 등 현물 지원에 대해 모둔 수급자가 똑같은 금액의 의료보호비를 공제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빈곤사회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수급자가 개정 이후 150만 여명에 달해 수급자의 양적 증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수급액은 개정 이전보다 더욱 열악해졌다"고 지적한다. 민중복지연대 배영희 사무국장은 "김대중 정부가 복지선진국 운운하며 우리나라 복지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린 듯 선전하고 있지만 20여 만원의 생계급여를 지급 받는 수급자들을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 복지정책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농성단을 비롯한 복지사회단체들은 수급자 선정 기준을 지역별, 가구별 특성에 따른 최저생계비 보장과 생계급여의 현실화, 수급자의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 자활사업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도시와 농촌의 생계비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행 기초법에서는 일괄적으로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취학아동, 장애인, 노인가구 등 추가적인 지출이 있는 가구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생계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실업극복운동연대 유의선 실장은 비현실적인 기초법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이 필수적이고 차상위 계층까지 수급자 범위를 확대하고 현실적인 자활사업의 확개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8일 명동성당 앞에서는 최저생계비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사회당, 민노당, 자활사업후견기관과 농성단 등 백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최옥란씨와 농성단의 1주일간의 투쟁의 노력으로 오는 10일에는 헌법재판소에 헙법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 달말 생존권쟁취 대책위가 꾸려질 전망이다. 이번 투쟁을 정리하며 서실련 유의선실장은 "이번 투쟁이 작은 사람들의 시작이었지만 운동진영과 사회에 수급권자들의 최저생계 문제를 알려내고, 지지를 얻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 달 동안 서명운동과 가두 시위 등을 벌여 나가며, 각 운동진영과 연대해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향후 투쟁일정을 밝혔다.
이진숙기자 kokore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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