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동부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과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양 법안들은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파견 금지 업종에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의 전환, 파견 허용기간의 확대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공익위원회 안보다 후퇴한 정부안에 대해서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미디어참세상은 노동계 출신 여야 3당 의원과 양대노총 위원장 연쇄 인터뷰를 편성했다. 인터뷰는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
열리우리당 제5정조위원장 이목희 의원
"파견을 제한하면 그들을 정규직으로 쓰겠나? 아마 다 퇴출될 거다."
![]() |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목희 의원은 때로는 법안의 문제점들을 선선히 인정하기도 했고 공세적 질문에 대해서는 어조를 높이기도 했다. 이목희 의원은 현재 나와있는 법안은 정부여당안이 아니라 정부안이라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법안의 기조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목희 의원 자신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어떠한 헤라클레스도 신자유주의라는 물결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이목희 의원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고 말하며 불법 행위들을 철저히 신고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스스로 돕는 자가 신고 잘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대목이다. 또한 정부 여당의 노동자 민중에 대한 '선한 의지'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두고 "아직도 우리 나라에 이런 일이 있느냐"고 말할 정도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보수언론이 노동자와 대통령을 이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 특유의 '보수언론 책임론'을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한 것이다.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의원회관 이목희 의원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개정파견법)과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 제정안(기간제법)에 관한 정부여당안이 노사정위원회 공익안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지적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지적하는 건 아니다. 물론, 노동계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온 법안은 정부여당안이 아니라 정부안이다. 공무원들은 국제적 사례를 많이 본다. 국제적으로 볼 때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근로자 파견에 대한 제한이 없다. 국제적 사례들이나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 만든 것 아니겠냐?
현 정부안은 여당과 협의 없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당정협의를 취소시켰다. 언론에는 이부영 의장이 취소시킨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내가 취소시킨 것이다.
여당과 협의 뿐 아니라 노동계와도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된 것은 아닌지? 공청회 개최 등은 부랴부랴 이루어진 감이 있는데
노동계 뿐 아니라 재계에도 확인을 해봤더니 실무 선에서는 몇 번 협의가 있었지만 공식적인 틀 안에서는 협의가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번 당정협의 취소나 공청회 또한 요식적 행위가 아닌가
나는 세상을 그런 식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대우자동차 희망센터 이사장 출신이다. 이번 당정협의를 취소한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당정협의 연기는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위한 것이다. 사실 정부가 모든 법안을 만들 때 관계 당사자와 일일이 협의를 거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법안의 경우 '모든 법안'에 묶어버릴 정도로 간단한 사안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다른 사람 말 듣고 내 소신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내 관점은 정해져 있다. 한국경제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노동자 대중, 비정규직 대중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다. 물론 운동 진영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만 말할 수 있지만 국가와 정부는 다르다. 현재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있는 헤라클레스는 없다.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비정규직을 만든 게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만든 거다. 물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고통을 강화시킨 측면은 있다.
파견 금지 업종에 대한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네거티브 리스트로의 전환이 핵심적인 개악이라는 지적이 있다.
업종 지정은 검토해봐야 한다. 핵심적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로 비정규직과 차별을 줄여야 하고, 두 번째로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비정규든 파견이든 간에 일자리 한 번 못 얻어 본 사람들도 많다. 물론 파견 금지 업종을 더 찾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이 법안은 제조업 부문에 파견을 열어놓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직접 생산공정을 제외한 부서'는 3년까지 파견이 가능해졌고, 전환배치 등을 통해 사내하청도 완전 합법화될 것 같은데
임시적 간헐적 업무에 한해서만 최장 6개월간 파견이 허용된다. 물론 나도 이 법안을 100%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생산공정을 제외한 부서에 파견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오해다.(인터뷰 이후 법안을 확인한 결과 직접 생산공정에 임시적, 간헐적으로 6개월간 파견이 허용되고 간접 생산공정이나 지원부서에는 3년까지 파견이 허용되는 것으로 나와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불법파견이 있을 수는 있다. 정부의 단속의지가 중요한 거다.
현재도 준고령 노동자들이 경비·청소·환경미화 업무에서 용역으로 대거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파견법에 따르면 이들에 대해서는 파견기간도 무제한이고 직접고용 의무조항도 적용되지 않게 되는데 더 열악해지지 않겠나
파견을 제한하면 그들을 정규직으로 쓰겠나? 아마 다 퇴출될 거다.
'시장원리'로 따질 때 그들을 다 퇴출시킬 수 있겠나
이런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 하루 몇 천 원이라도 벌고자 하는 노년층들도 많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측면과 함께 생각해보자.
현 정권에서 사회적 일자리에 관한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나
물론 정부의 아이디어가 빈곤하다. 이번에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사회적 일자리 문제는 밀어붙이겠다. 정부에 채찍을 가하겠다.
![]() |
인정한다. 노동부 입장에서는 할말이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기간제고용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대통령령을 통해 계속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둠으로써 사실상 무제한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준고령자를 제외하고는 3년 이상 파견을 쓸 방법이 없다.
해고제한 규정을 놓고 언론에서는 기간제 고용 기한이 3년이며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인가
파견근로 3년이면 고용의제(정규직으로 인정)가 되고 기간제가 3년 이상이면 근기법에 의거하지 않고는 해고할 수 없다. 정규직은 안 되지만 상용직은 된다. 근기법과 취업규칙 등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해고하지 못한다. 고용의 연속성 부분에선 정규직과 차이가 없어진다.
사업주는 3년 파견직 쓰고 3개월 계약직 쓰고 또 3년 파견직 쓰지 않겠나?
예전 법도 마찬가지다. 1년으로 해도 똑같다. 어차피 막을 방도가 있나? 대안이 있으면 나한테 제시하라.
파견 금지 업종이 포지티브 방식일 때도 불법파견이나 차별적 대우를 제대로 감시, 통제하지 못했는데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확대되면 실효성이 있겠나
네거티브로 해서 합법화의 길을 크게 열어주면 감시할 대상이 줄어든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파견업종 확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부의 의지 문제고. 불법 파견을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지금도 공정위와 함께 현자, 대우조선 불법파견을 조사중이다.
소나기만 피하는 식으로 단속망을 빠져나가는 업주들이 많다
물론 그렇다. 그래서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때에 따라서 노조가 단속을 반대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파견법 통과 이후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무권리 상태의 저임 노동자가 증가할 뿐 아니라 불법파견이 성행하고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이번 법안은 일본 사례를 많이 따라간 것인데, 그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차별금지 항목을 보면 개별 노동자가 노동위에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돼 있어 실효성이 있겠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의 권리가 보호되는 법이다. 노동대중의 권익을 주창하는 사람과 눈감고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같은 대접을 받을 순 없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불법 파견이나 차별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 그러나 왕도는 없다. 의지를 가져야 한다. 노동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 경각심을 갖고 신고도 하고 그래야 한다.
![]() |
권리주장을 하고 싶어하는 비정규노동자, 파견노동자들에게 탄압이 심하다. 작년엔 심지어 월차 휴가를 이야기 하다가 관리자로부터 아킬레스건을 절단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다. 대통령이 대기업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정규직, 중소기업에 대해 언급한 바도 많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이 비정규, 파견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해준 건 별반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 노동자를 공격하는 무기로만 써먹은 것은 아닌가
이 정부만큼 빈부격차, 차별 시정의 의지를 가진 정부는 없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이 땅에 노동자만 있다면 뭐든 가능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말은 좋다. 그거 실시하면 기업들은 망하거나 해외로 나가버린다. 비정규직 문제를 한칼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물론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노동계에서 비판한다면 그건 인정하겠다. 그러나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말아달라. 나 또한 정부가 더디게 나간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노동계의 반발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도 물 건너 간 것 같은데
노동계의 불만이 온당한 부분도 있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이번 법안과 관련해서 노사정 대화가 물 건너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노동계 역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방법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설 것이라 낙관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내심 미소를 지으면서도 언론을 통해 엄살을 부리고 있다. 여당 내 분위기나 이목희 의원의 입장은 어떠한가
당내 의견이 다양하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내가 열린우리당 의원 중 제일 좌측이다.
현 정권이 노동현장의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뭐가 나올 게 있겠는지
노동계, 경영계 등 이익집단은 항상 죽는 소리만 한다. 잘 하는 것도 평가해달라. 차별금지법 같은 것은 획기적인 법안 내용이다. 비판할 건 비판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대화가 될것이다.
양 법안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장점을 살리자는 입장인 것 같다. 정부의 의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근로감독관을 두 배로 늘리면 가능하다. 지금은 근로감독관들이 임금체불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올해도 이미 행자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시로 유례 없이 증원했다. 명예근로감독관 도입까지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대통령께서 타워크레인(작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죽음)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이 미어 터진다고 하였고, 아직도 우리 나라에 이런 현실이 있냐고 개탄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노동자 서민 이야기하면 언론에 안 나올 뿐이다. 보수 언론이 싸움 붙인다, 대통령은 분명히 관심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