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그만 둘 수 없다"

덤프연대 조합원 총회, 파업 유지 결정

10일 오후 1시 이대 목동병원 앞 안양천 주변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든 1300여 명의 덤프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이 날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총회에서는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파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가 있었고, 1377명의 투표자 중 817명의 찬성으로 앞으로 보다 고강도의 투쟁을 이어나가자는 결의가 모였다.


"이제 우리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곽희래 덤프연대노조 정책실장과 박대규 전국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경과보고 발언에서 "힘없는 노동자들이 모여서 면담을 따내고, 끈질기게 싸워서 이제 정부가 우리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대규 위원장은 "어제 건교부 관계자가 언론에다 과적법 개정안을 올 하반기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고 이제 과적 적발 시 화주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우리는 건교부 장관 이름으로 정식 공문을 만들어서 덤프연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박대규 위원장은 또 "처음에 우리가 유가보조금을 요구했을 때 재경부는 어렵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제 얘기가 준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그 방법이 건설 현장에 공사비로 지급해서 현장에서 임대단가를 올려주겠다는 식인데, 현재 업계 현실에서는 이런 방법으로는 우리 손으로 한 푼도 안 들어 올 것이 뻔하다"며 투쟁 동력을 모아 요구를 관철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파업 유지 여부를 묻는 투표 전 지부별 토론이 진행됐다.

"더 수위 높은 투쟁으로, 실력행사로 가자"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지부별 토론에서는 조합원들 간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서울서북지부 조합원들은 "그만두면 현장에 들어가서 단가투쟁을 벌이자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 아니냐"고 파업을 접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법을 바꾼다는 얘기 나왔는데 그렇다고 그 법이 성문화될 때까지 파업할 수는 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들렸다. "또 한 번의 굳센 투쟁을 결의할 거면 당장의 생계비와 투쟁기금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접는다면 현장에 돌아가 투쟁 동력 모아낼 굳센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현실적으로 지금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 "이제 실력행사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한 조합원은 "물류대란 식의 고강도 투쟁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건교부 장관의 공식적인 약속이 있을 때까지는 파업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시흥지회와 광명지회 조합원들은 토론 시간에 거수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파업을 계속하자는 전원 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여기서 파업을 접고 현장으로 돌아가서 투쟁을 준비하자는 주장이 많은지부도 있었다. 한 조합원은 "생존권의 문제다. 먹고살기가 막막한데 이대로 계속 파업하다가 결렬되면 어떡하냐"며 현장에 들어가서 남은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지부의 한 조합원은 "다 힘든 상황이지만, 살자고 여기까지 온 건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며 "과적도 내년에나 돼야 해결된다고 하고 유류비도 보장이 안 되는데 계속 투쟁하자"고 동료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보다 가열찬 총파업 투쟁으로"


이후 참석한 조합원 전원이 투표를 했고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들은 "과적악법 박살내고 면세율을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4시 40분 경 김금철 덤프연대 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투표자 1377명 중 파업 찬성 817, 반대 540, 무효 20. 김금철 의장은 "보다 가열찬 총파업 투쟁으로 나가기로 결정됐다"고 밝히고 "덤프연대 총파업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는 구호로 마무리했다.

"어려움 있겠지만 투쟁 수위 높여갈 것"

김금철 덤프연대 의장 인터뷰


파업찬성으로 결정됐는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의지 확인하니 기분도 좋다. 파업 찬성으로 결론이 났으니 앞으로 어려운 일 많겠지만 열심히 투쟁하겠다.

지금까지 파업 계속하면서 어려운 점은
일단 투쟁기금이 고갈됐다. 앞으로 투쟁 계속하려면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또 이미 27명의 동지들이 연행됐는데 갈수록 구속자가 많아질 거고, 손배도 들어올 텐데 이런 부분이 걱정이다.
10일 동안 파업을 진행하면서 워낙 생존 문제와 육체적 피로로 다들 힘든 상황이라 사실 집행부에서는 여기서 파업을 접고, 앞으로 조직확대하면서 이후 투쟁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는 많은 대오가 계속 움직이는 것보다는 적은 수로 고강도의 투쟁을 벌여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정예로 투쟁의 수위 높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