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여자는 어릴 적 한번도 노래하는 자신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그녀는 삶의 폭풍을 만났고 어느새 그녀 삶을 뒤흔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는 어릴 적 말이 적은 그녀에게 음악은 언어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는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음악으로 아파하고, 음악으로 기뻐하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세 여자는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1년 노래마라톤을 계기로 '그대 오르는 언덕'을 부른 방기순, '진혼곡'을 부른 김영남, 꽃다지, 조국과 청춘 등의 세션으로 참여하고 곡을 만들던 신현정. 이렇게 세 여자들은 '소풍가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30대의 나이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으로 목소리를 담아 노래를 부른다. 첫 앨범 '꽃피는 나무의 여행'을 내고 유통에, 홍보에, 음반에 대한 모든 것을 하느라 바쁜 세 여자를 그녀들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지금까지의 소풍을 정리하고 새로운 소풍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들과의 대화 속에는 소풍을 가기 위해 가방을 싸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그녀들이 만나서 소풍을 준비하기 까지
"참 바람이 좋다. 문득 잠깨어 느끼다 서늘한 바람 어디에서 왔니 날설지 않구나, 나는 평화롭고 나는 머물지 않고 그 어린 꽃씨를 가슴에 품고 허공을 내달리던 바로 너였구나. 날아가 볼까 저 바람과 함께 다시 드넓은 하늘 생각만으로도 정말 신나는 여행이 될 것 같아" '꽃피는 나무의 여행' 가사 中
▲ '소풍가는날'에 김영남 씨 |
"진보적 교회음악을 했지만 다른 분들과는 활동영역이 많이 달랐어요. 처음 소풍가는 날을 하자고 마음을 먹고 함께 만든 노래를 부르려고 하니 많이 힘들었어요. 이 노래를 어떻게 접해야 하나, 어떻게 불러야 하나, 이 노래를 듣는 낯선 대중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나... 공연을 하나 할 때, 한마디의 메시지를 던질 때 마치 나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방기순 씨의 말처럼 그녀들은 다른 길을 걸어왔었다. 그리고 같이 걷기 위해 길을 찾는 중이다. 신현정 씨가 말을 받았다. "대중가요 매장을 가도 그렇고, 민중가요 싸이트를 뒤져도 그렇고 우리 같은 음악은 없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리던 20대를 넘어 30대의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사춘기, 흔히 질풍노도라고 하나? 그것보다 더욱 찾기 어려운 것을 찾는 것 같다"
소풍을 떠나고 첫 도착지에 이르기까지
"자욱한 안개 속에 젖어들다 난데없이 심장 한 가운데서 용기가 솟아 난 앞으로 발을 내딛었어. 한 걸음 또 한 걸음 안개 속에로 천천히 난 앞으로 안개 속으로" '안개 자욱한 밤' 가사 中
▲ '소풍가는날'의 신현정 씨 |
▲ 소풍가는날 첫 앨범 표지 |
앨범 소개를 부탁하자. 앨범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앨범 표지에는 그녀들이 웃고 있다. 앨범 표지는 디자이너가 음악만 듣고 그렸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우리를 보고 그렸다면 오히려 이런 그림이 안나왔을 거예요.(웃음) 다들 이 표지를 보면 우리가 떠오른다고 해요" 앨범에는 8곡이 담겨 있다. 8곡 모두 하나하나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 '소풍가는날'의 방기순 씨 |
소풍을 함께 떠날 친구들에게
"문득 이런 생각 해봤어. 이 욕심 많은 세상에 그대가 여기 없었다면 난 얼마나 허전했을까. 나도 그런 생각 해봤지 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대가 여기 없었다면 난 얼마나 흔들렸을까. 구르는 돌처럼 세상에 던져져 그 어설픈 작은 위로가 나에게는 커다란 힘. 함께 나눈 얘기들 나를 평화롭게 하지" '이런생각' 가사 中
"그냥 음악을 듣는 동안 만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나를 위로하기도 바쁘지만요.(웃음) 이걸 듣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이 전해져서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녀들은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을 위로하며 앨범을 만들었다. "노래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이 행복하면 노래도 행복해 질 것 같아요. 되도록 복잡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노래로 들렸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번 앨범 만큼은 정말 솔직하게 진행했거든요" 그녀들의 마지막 당부였다.
어느날 세 여자가 만나고, 외로움이 가득한 인생이라는 소풍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이제 그녀들은 첫 번째 소풍지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헤메이기도 했고, 소나기를 만나 옷을 적시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이 맞다고 우기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아팠던 만큼, 걸어온 길의 거리만큼 그녀들은 아름다운 소풍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