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참여는 교원평가 수용할 위험 많다”

전교조 협의체 합의 결정에 쓴소리 쏟아져

전교조가 교육부와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뒤, 전교조 집행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20 합의안에 대한 전교조 교육선전안 [출처: 전교조 홈페이지]

협의체 구성은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집행부의 승리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협의체 참여에 대한 반발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교원평가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교조 내부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번 협의체 참여 결정을 계기로 교원평가를 둘러싼 내부 논란이 겉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중집 내부에서도 “협의체 참여 안 된다” 목소리

이수일 위원장이 교육부와 협상에 들어간 것은 두 차례에 거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결정된 것이었다. 8일 중집이 교육부와 협상 방침을 밝힌 이후 17일 교육부와 ‘학교교육력 제고 시범사업에 대해 합의된 부분은 2학기 우선 실시’까지 합의가 된 상황에서, 18일 중집은 △2학기 우선 추진 삭제 △교육부장관과 가합의(假合意)는 중집위원 공동책임으로 위원장에게 위임 △가합의안은 전교조 기본요구안 이상으로 타결 △가합의안은 7월 15일 전에 전국대의원대회를 위원장이 소집하고 부의 등이 담긴 개선안을 결정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협의체 참여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대전, 충북, 울산, 강원 4개 지부의 경우 협의체 참여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평가 실시를 전제로 하는 협의체 참여는 교원평가 수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계속 반대했지만 입장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4개 지부는 차선책으로 2학기 우선 실시를 막아내는 것과 가합의안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부의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선안을 중집에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인 결과가 앞서 언급한 네 개 조항으로 정리된 것이다.

성광진 대전지부장, “여전히 입장은 협의 반대, 위원장에게 위임했으니..”

성광진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우리는 협의체 참여를 반대했고, 교원평가 실시를 전제로 하는 협의체 참여는 안 된다고 계속 문제제기 했다”고 말했다. 협의체에서 교원평가를 원점에서 재논의한다고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평가 실시를 전제로 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협의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광진 지부장은 “교원평가 자체를 원점에서 논의하고, 공교육 강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하고 “실시를 전제로 들어오는 교육부와의 협의체는 동상이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협의체에서 전교조의 입장을 관철시킬 지는 위원장한테 위임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어쨌든 대의원대회에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평가 받아들이고 시범실시 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0일 ‘정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본부가 교원평가를 받아들인다면 분회활동을 더 이상 힘듭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조합원은 “얼마 전 대의원대회를 거쳐 통과된 투쟁방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집에서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는 겁니까?”라고 물으며 “본부는 애써 회동의 결과를 미화하고 축소하려고 하지만, 평가를 받아들이고 시범실시를 하겠다는 의지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어떤 식으로든 본부가 교원평가를 받아들인다면 현장에서 더 이상의 분회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본부는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당초 교원평가 저지를 위해 교총과 함께 열기로 했던 625 교원총궐기 대회는
협의체 구성이 결정되자 사학법 개정, 표준수업시수법제화를 공동기조로 내걸었다.

이민숙 대의원, “교육부에 한두 번 당했냐”

이민숙 전교조 대의원은 “합의문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며 “협의체에 들어갔을 때 우려되는 지점을 명확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숙 대의원은 지난 5월 3일 교육부의 일방적 공청회를 막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 죄로 종로서에 소환된 바 있다.

이민숙 대의원은 "대의원대회도 협의체를 할 거냐 말 거냐가 아니라 교원평가 저지 투쟁의 현재,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5월 1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하자고 결의를 모은 바 있는데 이런 식의 협의체 참여를 어떻게 봐야겠냐”고 말했다. 또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맥락 하에 위치해 있으며 구조조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하고 “따라서 교원평가 저지 투쟁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숙 대의원은 이어 “우리가 교육부에 한두 번 당해 본 것도 아닌데, 대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중집결정과 더군다나 노무현정권에 대해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정면으로 비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송원재 분회장, “협상 진행하면서 대중투쟁한다는 것 사실상 불가능”

송원재 서울공항고 전교조 분회장은 “네이스 같은 경우 당시 인권위의 결정도 있었고 여론도 우리를 지지해서 협의체를 꾸려 가까스로 합의를 했었지만 지금은 학부모들도 전교조 쪽이 아니고 국민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체를 통해 교원평가를 완전히 막아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밝힌 송원재 분회장은 “어느 정도 조건을 달아서 수용하게 될 위험이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집행부에서 조합원들에게 교원평가 관련해서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며 “협의체를 꾸린다면 어떤 내용으로 어느 수준으로 교원평가를 만들고 수용할 것인지 한 번도 얘기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송원재 분회장은 “협상을 하면서 대중투쟁을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전국의 조합원들이 협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중투쟁이 벌어지고 그 힘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밖에서 대중투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5월 28일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전교조 분회장 대회 [출처: 전교조 홈페이지]

진보교육연구소 최문경, “상층 중심의 운동질서 지향해선 안 돼”

최문경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처장은 교원평가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못박는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실시는 비정규 로드맵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최문경 사무처장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서 교원평가를 봐야한다”고 밝혔다.

최문경 사무처장은 이번 전교조 집행부의 협의체 참여가 상층 중심의 운동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전술적으로 협의체 참여를 할 수도 있지만 이번 결정은 지난 임시대대의 결정 상황을 뒤엎는, 비민주적 결정이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문경 사무처장에 따르면 협의체에 들어가겠다는 결정을 하는 중집 회의를 처음에는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다고 한다. 참관 자체도 봉쇄하려고 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대중투쟁이 활성화되고 위력적으로 전개되어 그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상층 중심으로 가는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그 협의체의 결과가 대중투쟁을 종속시키는 식이 된다”고 비판하고 “비정규법 관련해서 민주노총도 그랬고 이번 전교조도 그렇고 상층 중심으로 가는 운동질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전교조의 협의체 참여는 현재 가합의안이며, 7월 15일 예정인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부의하기로 되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