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파업의 정당성을 언젠가는 인정받게 될 것"

[인터뷰] - 이상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부대변인

-벌써 파업 일주일인데 조합원들이 지쳐 하거나 힘든 분위기는 아닌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들 자신감에 차 있고 분위기도 아주 좋다. 해외에 발이 묶여 있는 조합원들을 포함하면 22일 현재 399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언론에서 파업 이탈자와 노조 탈퇴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파업 참가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도표를 보여주며) 어제(21일) 4명이 또 합류했다. 이들은 사측이 파업 합류를 방해하고자 귀국 스케줄을 잡아주지 않아 지금까지 LA에 있었다. 아직도 9명이 더 있다. 노동조합 탈퇴자는 파업 이후에 17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우리가 파업 찬반투표를 할 때 98%가 투표했고 84%가 찬성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전체 조합원 520명 중에 그정도 인원의 탈퇴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 만큼 크게 특이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최근에 사측의 관리자가 여성 조합원에게 폭언을 가하는 일이 있었다던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지만 쇼크가 워낙 커서 집으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노조에서 유선상으로 사측에 직접 항의도 하고 성명서도 발표했다. 현재도 사측에서 조합원들에게 회유하는 전화를 많이 걸고 있다. 주로 팀장들인데 조합원들과의 친분이나 학교 선후배 사이 등의 관계를 이용해서 (이탈 종용을)하는것 같다. 사측에서는 현재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조종사들을 인천공항 인근의 하얏트 호텔에 강제로 숙박시키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파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제안했다. 왜곡보도나 여론몰이에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인지

사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요구안을 제대로 알리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다. MBC 100분토론에서 실제로 섭외가 들어왔었고 노조측은 수락했지만 사측에서 거절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파업을 다루는 언론 보도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심한 수준이다. 처음에는 기자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쓸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젠 '언론'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웃음)

오히려 언론 보도의 편파성, 왜곡성이 심하게 악질적이다 보니 파업 대오 내부 결속력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노동자 개념에 깊은 성찰이 없었고 파업도 처음인데 언론 플레이하는 사측에 대한 공분이 형성되다 보니 단결력과 결속력이 강해졌다. '어설프게 (파업)해선 안되겠다'는 각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 여론몰이를 당하는데 분노는 있지만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정당성을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들이 강하다. 여론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참 순진한 거다.(웃음)

-최근 언론에서는 항공사 직원, 승무원들과 조종사들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일도 있다

당장 불편을 겪고 있는 승객들은 당장 직원들에게 항의를 많이 할 것이고 그런 일들로 인해 직원분들이나 승무원분들도 많이 힘들고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원인과 책임은 회사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갈등 역시 부풀려진 측면이 많고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에서는 아시다시피 지지 성명서도 내주셨고 어제도 방문하셨었다.

  헌혈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조합원들

-어떻게 파업 대오가 집단적으로 헌혈을 하게 됐나

우리 요구안과 관련이 있다. 보통 '음주측정 거부'로 알려져 있는데, 사측에서는 비행 전후에 테스트를 받는 내용인 '운항기술기준'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음주측정을 한다며 채혈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단체협약안을 만들때는 국제조종사협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놓고 대개 그 범주에서 정한다. 사측이 주장하는 운항기술기준은 하위의 규약같은 것이어서 법을 어길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선 가이드라인을 따라 '임무 전 테스트' 부분만 뺀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지금까지 40여 차례의 교섭 테이블에서 단 한번 언급된 적도 없다. 그만큼 핵심 쟁점이 아닌 사항인 것이다.

이 조항이 크게 호도되고 ('피뽑기 싫어하는 조종사들'이라는 식으로)여론의 뭇매를 맞다보니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하자는 건의를 자유게시판에 해주었다. 조종사들은 평소에 회사의 제한 때문에 헌혈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해보자는 동의가 많았다.

-교섭에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핵심 쟁점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갖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하지만 핵심 사항을 우리가 양보하긴 어렵다. 사측에서는 빨리 해결하라는 여론에 떠밀려서 교섭을 하긴 하는데 전권을 가진 사람도 나오지 않고 똑같은 입장만 반복하는 등 실제론 협상의 의지가 없다. 이대로라면 파업 장기화를 예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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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시민

    얼굴 보니 구역질 나네

  • 대구에서

    언론에서도 난리를 치지만....조종사들의 요구안과 그 해설을 한번 봤으면 하는데(언론에 나온 것은 전부 자기네들이 해석한 것 들 뿐이라서) 어디에 가면 볼수 있는지?

  • 빈삼각

    단지 월급을 받는것이 노동자의 충족요건인가...
    노동자들의 투쟁선상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인간들이 '월급쟁이 = 노동자'라는 이상한 논리로 같은 자리매김을 하려하다니.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노동자인가?
    종합병원의 의사들이 노동자인가?
    단지 월급을 받는다는것이 노, 사의 구분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체의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못해, 몸뚱아리만 남았기에 할 수없이 조종사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 있을까?

    저들은 단지 임금협상 기간동안만 노동자의 허울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 유랑거사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승객의 안전을 위한요구를 하고있는 파일럿노조원들의 투쟁은 관제여론의 왜곡보도를 극복하며 시간이흐른뒤 그정당성을 기록으로 남길수있을것이다.
    엘지 칼텍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것을 증명하고있다.
    공권력의 완전봉쇄를통한 외부연대의 원천차단,여론을 총동원한 흑색선전 중노위를 통한 부정행위등 숱한 압박속에서도 견디어왔기에 명예를 회복할수있었고 아시아나 파일럿노조또한 엘지동지들의 고난을 잊지않는다면,또한 정당한투쟁이라면 결코 자본에굴복하지않는 깨끗한 투쟁을 견지해주시기를.....

  • 영세

    법무법인 변호사도 노동자 맞구, 종합병원 의사들도 노동자 맞다. 조종사가 많은 임금받는것을 제외하면 어떤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나? 비행기술을 가지고 있는것일뿐...
    임금협상 기간동안만 노동자하고, 그 뒤에 노동자와 동떨어졌다면 그 부분에 대해 비판하면 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