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장화 저지, 투쟁의 포문 열었다

'교육시장화 저지. 교육공공성 쟁취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

정부가 국립대법인화, 자립형사립고 법제화,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등 각종 교육시장화를 위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몰아부치고 있는 가운데 교육운동 단체를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10일 오전 11시 교육부 앞에서는 범국민교육연대, 교수노조, 대학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여러 단체 대표들이 모여 '국립대 법인화 ·교육시장화 저지 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립대법인화, 자립형사립고 법제화,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시행령..
"교육 시장화·상품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가속화되고 있어"


사회를 맡은 이철호 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은 "교육을 시장화하고 상품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무현정부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런 흐름은 하반기 들어 국립대 법인화 정책을 표상으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철호 범국민연대 사무처장

이철호 사무처장은 "시범실시 결과 귀족학교에 다름 아니라고 판명된 자립형사립고에대해서 정부는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오늘 발표된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시행령에서도 우리가 우려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내국인 비율을 개교 이후 5년 동안 30%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철호 사무처장은 이어 "오늘 자리는 이 같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철회시키고 교육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박경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교육계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박경화 수석부위원장은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육정책 앞에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노동자들의 삶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수월성이고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천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정부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교육을 저버리고 오직 자본가들의 논리로 교육을 시장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국 14만 공무원노조도 투쟁으로 기필코 이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정규환 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규환 부위원장은 "안 그래도 한국은 대학의 80% 이상이 사립대학인데,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는 이제 국립대 마저도 사영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우리보다 앞서 국립대법인화를 추진한 일본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허울 좋은 이름뿐인 법인화는 교육을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교육을 시장논리 속에 매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마저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다"

  이빈파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회발전협의회 공동대표

이빈파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회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시장에 맡겨진 학교급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달 9일 대법원은 전북교육청이 제기한 '전북 학교급식 조례에 관한 관련 규정 무효소송'에 대해 아이들이 먹는 학교급식에 국산 농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하는 조례 규정이 "WTO협정에 위배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WTO의 위력을 새삼 상기시키는 계기로 많은 이들로부터 강하게 비판받았다.

이빈파 공동대표는 "아이들을 인간답게 키우고자 하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열망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자, 아이들의 먹을거리마저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하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노중기 교수노조 대외협력실장, 유성영 대학노조 사무처장, 유재우 공무원노조교육기관본부 대외협력국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립대 법인화 철회 △제주특별자치도법 전면 폐기 △자립형사립고 법제화 전면 중단 등을 요구했다.

"초국적 교육기업에 봉사하는 WTO 교육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라"


참가자들은 국립대 법인화 정책에 대해 "2005년 하반기 우리는 대학 공공성의 살인 정책을 목도하고 있다"며 "국립대 사영화 정책의 다른 이름인 국립대 법인화를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또 "제주를 통째로 초국적 자본의 손아귀에 쥐어주겠다는 정부의 노골적 의지가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녹아있다"며 "이는 지역사회 풀뿌리 공동체 기반인 학교현장은 자본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천만 원대의 교육비를 지급하는 자립형사립고는 하루 끼니마저 걱정하는 빈곤층 민중들에게는 위화감과 절망감만을 안겨줄 뿐"이라며 "이는 계급 불평등을 심화하고 빈곤의 악순환이 대물림되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민중을 위한 교육정책을 실시"하라고 주문하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 △초국적 교육기업에 봉사하는 WTO 교육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단체들을 중심으로 오는 15일에는 '국립대법인화 교육시장화정책 저지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