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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원 씨는 화물연대 총파업의 중심에 있다. 그가 총파업의 원인이 된 극동콘테이너 해고자 51명에 끼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광주공장 정문 앞 시위로 분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그가 맡은 직책이 부분회장이기 때문이다.
말도 못하고 할말도 없다는 그의 입이 열리자,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해고자. 하지만 한순간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4월 3일 부산에 집결하여 진행하려고 했던 파업이 28일 새벽 광주에서 시작되고, 그 날 조선대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내가 밥을 먹었는지를 챙긴다. 먹었다고 한사코 사양해도 내 손을 잡으며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그의 얼굴은 ‘투쟁’보다는 옆집 마음씨 고운 아저씨다. 하지만 잠시도 그의 이마에 두른 머리띠는 풀지 않는다.
하루빨리 머리띠를 풀고 함께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삼성에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라지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다른 화물에서 파업을 해도 우리는 동참을 안했어라.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 물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에. 삼성에 쪼매라도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했어라. 부두에 가면 다 만나라. 거의 매일 만나지라. 화물 하는 사람끼리는 통하고. 남들 파업할 때 일한다고, 계란 맞아가며, 욕먹으며, 배신자 소리 들어가며. 정말 이렇게 살아야하나 생각이 들어도 삼성전자에 협조하기 위해 일했당께.”
삼성을 위해 일했당께
그렇게 삼성을 위해 7년 동안 화물차를 몰았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다. 이유는 운송료를 올려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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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까지 일했지라. 회사하고는 운송료랑 재계약 문제로 6일에 협상도 했고. 근데 3월 7일 아침 문자메세지를 보내 계약해지라고, 회사에 출입하지 말라고 항께 무슨 이런 일이 있다요.”
이야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극동콘테이너는 삼성광주공장 일을 위해 인수합병과정에서 46억을 들여 인수권을 샀다. 인수하는 돈이 많이 들어 그 해 상반기에는 운송료 인상을 해 줄 수 없고, 하반기에 인상해주겠다고 했다.
“근디 하반기에도 안올려주고, 그 다음해에도 고대로야. 1년 6개월이 지나도 우린 한마디 말고 않고, 회사를 위해 죽어라 일만 했지라. 그래서 지난 해 12월에 참을 만큼 참았응께, 이젠 쪼까 올려주라. 광양은 20만원은 받아야 쓰것고, 부산은 40만원은 받아야 쓰것다고.”
참을만큼 참았응께
공문도 올리고, 협상도 요구했지만 뾰족한 답을 회사는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2월 중순께 광양은 3천원, 부산은 5천원을 올려주겠다는 답변을 듣는다. 삼성전자 물류업체인 삼성로지텍이 극동콘테이너에 인상해 준 금액이다.
극동콘테이너 분회가 인상 요구한 액수와는 큰 차이가 벌어진다. 2년 동안 회사가 어렵다고 참아오다 요구한 운송료 인상의 답변이 “애들 과자값 주”듯이 한다고 이광원 씨는 흥분을 한다.
하남산단에 있는 금호타이어의 물류를 실어 나르는 화물 노동자는 똑같은 부산까지 가는데 42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금호타이어는 적자이고, 삼성전자는 수 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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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속버스 타고 서울 가는데, 중앙고속 탔다고 요금 다르고, 금호고속 탔다고 요금 다릅니까. 근데 똑같은 거리를 금호타이어 물건 나르는 거랑, 삼성전자 물건 나르는 거랑 달라야 합니까. 우리 요구는 옆에 금호타이어 화물과 같은 수준을 요구한 거지라. 흑자 기업인 삼성전자 일한다고 더 달라고 한 것이 아니지라.”
고속버스회사 다르다고 서울가는 요금 다르다요
삼성전자가 건설교통부에 신고하여 승인 받은 운송료는 62만 7천원이다. 극동컨테이너는 42만원을 받고 이광원 씨는 36만원을 받았다. 거의 절반이 중간에서 사라진 것이다.
“정당하게 신고 된 금액이 제대로 내려오면 아무 문제 없지라. 근디 신고는 허위로 했능가, 아니면 중간에서 물류담당이 챙겨먹었는가 너무 큰 돈이 쑥덕 잘린 거 아닙니까?”
노동부에서 중재를 해서 나온 금액은 광양까지 18만1천원, 부산은 38만5천원이다. 처음 3천원, 5천원 했던 “애들 과자값”보다는 올랐지만, 이 금액으로는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금호타이어에서 받는 금액도 많은 게 아니지라. 하지만 여타 조건을 따져봐 최소로 고만큼은 되어야 쓰것다고 한 거지. 기름값에 통행료에 관리비 보험 세금 오일 갈고 타이어 갈면 적자라. 적자. 눈에 안보이게 들어가는 게 솔찬하지라.”
눈에 안보이는 돈 솔찬하지라
차 한대에 타이어가 18개다. 한달에 한개는 갈아야 한다. 타이어 한개 바꾸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30만 원가량 든다고 한다. 7천만 원짜리 화물차가 2년을 타면 4천만 원이 된다. 1년에 1천5백만 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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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 모니까 큰 돈 버는가 하지만 안 그래라. 실제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은 백이삼십만 원 이지라. 요즘 마누라 있고, 애 있고 하면 어디 이 돈으로 살 수 있는가. 3,4천만 원 하는 차 팔아 더 싼 중고차로 바꿔서 생활비 쓰고 해라. 나도 츄레라 뒤꽁무니 천만 원에 팔고 5백만 원짜리로 갈았지라. 내 살 깎아먹고 사는 거지.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라. 이제 이천만 원짜리 똥차 하나 남았는데, 고거 퍼지면 밑천도 없는 거지라.”
처음 7천만 원 주고 산 이광원 씨의 차는 이제 2천만 원이다. 고작 백만 원 남짓한 돈으로는 살림 살기도 힘드니, 적금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유류보조금 85만원이 없었더라면 굶어 죽었을 거라고 한다. 이광원 씨는 그나마 남은 저 차마저 퍼지면, 알거지라고 한숨을 쉰다.
굶어 죽었을 거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 운송료 올려달라고 한 거지라. 근디 올려주기는커녕 새벽에 해고라니 말이라도 된다요. 무리한 요구했으면 말도 안하지라. 안그라요?”
웃음만 가득할 것 같던 이광원 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절실함을 너머 마지막 삶의 끄나풀을 잡고 매달려 있는 이광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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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컨테이너 화물노동자들 70명이 100명 일을 했어라. 부산 갔다 오면 하룬데, 부산 다녀와서 광양에 한 탕 더 갔다 왔어라. 운송료가 적으니 몸을 굴려 먹고 살라고 바둥거렸어라. 하루에 18시간, 20시간 씩 일 했지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아니냐고 묻자, 이광원 씨는 쓴 웃음을 짓는다. “백만 원 버는 사업가, 입에 풀칠하려고 하루 스무 시간 운전대 잡는 사업가, 회사에서 부르면 달려 나가고, 시키면 죽어라 일하는 사업가. 누가 사업가하고 싶어 합니까. 부려먹기 조으라고 만든 거 아닙니까. 우리는 우리 의지로 일을 하는 게 아닝께. 회사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업가도 있어라. 요게 노동자 아니면 누가 노동자라요, 잉.”
하루 스무 시간 운전대 잡고
화물노동자의 싸움은 삼성과 싸움이 되었다. 삼성광주공장 화물노동자 문제가 극동콘테이너 소속 노동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여기서 물러서면 전국의 화물노동자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51명의 해고자. 이들의 목을 친 당사자를 화물연대는 삼성으로 보고 있다.
“화물노동자가 뭣 땀시 삼성과 싸운다요, 잉. 우린 극동에 소속이든 어디 소속이든 삼성전자 일만 했지라. 회사는 바뀌어도 일은 삼성이요, 그 물건을 움직인 것은 우리 노동자지라. 지금 극동과 합의해봤자 삼성이 함께 약속하지 않으면 말짱 헛거지라. 극동과 삼성이 일년에 한 번씩 재계약하는디, 극동 해지하면 우리도 낙동강 오리알이어라. 안그라요, 잉. 긍께 우리는 삼성과 뗄라야 뗄 수 없는 거지라.”
29일 새벽, 야반도주 하듯 조선대학교를 빠져나간다. 서울로 집결을 화물연대에서 결정했다.
“이제 이기는 일만 남았어라. 예전에 다른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몰라라 했지만 이제 안그랄라요. 지금 생각하니 얼매나 어리석었는지 부끄럽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또 봅시다요. 나는 싸게 서울로 올라가야 항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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