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동안 정책 협의해 오던 한국노총마저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과 파견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조정’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기권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9일 오전 노동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정 관련 정부입법을 추진 중이며 마지막 조율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기권 국장은 “그간 당에서 정책협의를 하며 노동계와 많은 소통이 있었고, 현장에 가서도 점검을 해 당과 정부, 노동계 간에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넓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많은 소통으로 공감과 인식 넓혔다는 노동부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무의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반발 때문에 지난 1월 29일에 법 개정 논의는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정책협의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은 지난 2일을 마지막으로 실무협의를 중단했다. 노동부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입법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기권 근로기준국장은 “그간 당에서 정책협의회를 하면서 노동계와 소통이 있었고 정부안이 마련되면 당과 노동계 소통도 더 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날 2009년도 규제개혁 추진계획 발표 자료에도 오는 6월 30일까지 추진과제로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안정 및 고용여건 개선을 담았다. 추진과제에는 사용기간 조정, 파견업무범위 조정, 차별시정제도 활성화 등이 담겨있다.
민주노총 강력 반발, 한국노총도 반발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이날 갑작스런 발표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노동부는 발표하기 전에 한국노총에 언질조차 주지 않았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3월 2일까지 한나라당 입장은 일괄 기간연장은 어렵다는 것까지 공감했다”고 전했다. 정 부대변인은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중소영세 사업장은 해고 가능성이 있으니 기간연장의 문호를 열고, 유예하자고 해서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실무협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공기업, 대기업, 금융권 등 가능한 곳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영세한 곳은 불가능 하니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고용을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한나라당과 한국노총간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노동부가 먼저 치고 나왔다. 이기권 국장은 “여러 채널로 의견을 제안 중이며 구체적 내용과 일정, 추진 방법은 막판 의견조율이 끝나는 대로 밝힐 예정”이라고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실무협의에서 한국노총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내용이 법안에 그대로 담길 공산도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기존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노동부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선택지는 투항 아니면 투쟁인데 투항할 경우 한국노총은 모두 죽기 때문에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동부의 정부입법 발표를 여론을 이용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정 부대변인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도하던 한국노총마저 등을 돌리면 노동부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동부를 비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부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안정 문제가 절실한데 오히려 비정규 악법을 입법안으로 내는 것은 노동자와 전쟁을 하자는 것이다. 5월 1일을 기점으로 MB 정부의 노동탄압과 관련해 총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