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주말’ 막이 올랐다

서울역 광장에서 쌀개방 반대 아스팔트 농사 나선 1만5천 농민들


전국 각지에서 1만5천 농민 서울역 광장에 총집결

‘거리의 주말’의 막이 올랐다. 13일 오후 1시 30분 전국에서 상경한 1만5천 명(전농 집계)의 농민의 함성으로 ‘국민적 합의없는 쌀협상 중단과 국민투표 실시 촉구를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됐다. 농민대회를 필두로 전국빈민대회, 전국민중대회, 노동자대회전야제, 노동자 대회가 주말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백여 대의 경찰 차량과 수천의 경찰 병력이 서울역 광장을 둘러싸고 각 지역 농민들이 속속 도착하는 가운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최옥주 사무총장의 사회로 사전행사가 시작됐다. 첫 번째로 단상에 오른 장동하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농약으로 범벅이 된 수입쌀이 각급 학교와 군부대에 납품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장동화 의장은 “수입 양곡 창고에 들어가봤더니 맹독성 농약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라며 지역별로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녀들이 농약 범벅 수입쌀을 먹는 것만은 막아내자고 말했다.


“쌀을 지키는 것과 공직사회 개혁에 나서는 것이 똑같다”

현재 경찰에 의해 수배중인 민정규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도 무대에 올랐다. 민정규 부위원장은 “정부와 우리 공무원들이 밥상을 지키지 못해 농민들이 이렇게 거리에 나섰다”고 말하고 "농민들이 쌀을 지키는 것과 공무원들이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나서는 것이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공무원노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곧이어 정기환 전국농민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본집회가 시작됐다. 쌀푸대로 만든 옷을 걸친 농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고 각양각색의 깃발, 펼침막들이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안성에서 ‘아스팔트 농사’를 지으러 나왔다며 기자에게 떡 한조각을 권하는 60대 농민의 표정은 결연했다.

정재돈 농민연대 상임대표는 “10년전 UR 때부터 쌀 문제로 싸웠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변한 것은 없는데 우리 농민들의 흰머리만 늘었다”고 대회사를 시작했다. 이어지는 대회사에서 정재돈 상임대표는 “그때는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개방만은 막겠다는 헛소리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수입이 대세라는 엄포만 나오는 실정”이라고 규탄했다.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자”

곧이어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오종렬 우리쌀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연대사가 잇달았다. 이수호 위원장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의 노동자가 분신한지 오늘이 꼭 34년이 되는 날”이라고 운을 뗐다. “농업의 주인은 농민, 노동의 주인은 노동자” 라며 “이 땅의 주인이 누군인지 똑똑히 보여주자”며 “이제 따로 싸울 때가 아니라 우리 다 같이 힘을 모아 함께 싸우자”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농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여러분을 이렇게 또 거리에 나오게 만들어서 죄송하다”며 “국회에서 밥 안 먹는 사람들은 빠지고 밥 먹는 사람이면 다 쌀을 지키는데 나서게 하겠다”고 결의를 내비쳤다.

‘쌀 재협상 중단하고 국민투표 실시하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정치연설이 있은 후 대국민호소문과 투쟁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오늘 농민대회는 마무리 됐다. 농민대회 참가자 일동은 투쟁결의문에서 ‘국민적 합의없이 진행되고 있는 쌀 재협상을 중단하고 국민투표 실시하라!’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시청 앞까지 행진해 민중대회에 그대로 참가했다.

이 날 집회에는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주최 측에서 언론사 기자들의 신분을 현장에서 확인해 수십 장의 비표를 발급했지만 준비된 비표가 떨어져 즉석에서 추가로 제작해서 지급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 날 집회에는 외국 손님들도 참석했다. 반세계화공동투쟁기획단(공동기획단)이 지난 10일과 11일에 걸쳐 진행한 대안세계화 국제 포럼에 참석한 캐나다 퀘백대학교 사회학 도르발 브루네유 교수, 노동조합센터 총비서를 겸하고 있는 인도 금속연맹 아르덴두 닥쉬 위원장, 지속가능한세계화감시연구소 찰스 산티아고 소장등이 농민대회장을 함께 지켰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사람들
인도 금속연맹 아르덴두 닥쉬 위원장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인도 금속연맹 아르덴두 닥쉬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닥쉬 위원장은 인도와 한국의 상황이 비슷하다며 한국 농민들의 투쟁에 강력한 연대의사를 밝혔다.


오늘 농민대회에는 어떻게 참석하게 됐나
- 지난 10일 한국에 입국해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반세계화 워크샵에 참가했다. 오늘 민중대회와 내일 노동자 대회까지 계속 함께 할 예정이다. 15일 인도로 다시 출국한다.


오늘 표출되는 한국 농민들의 열기가 뜨겁다
- 한국 농민들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오늘 느꼈다. 현재 인도와 한국의 상황이 상당히 흡사하다.


인도의 상황을 간략히 소개해준다면
- 지난 1991년 인도 정부는 민중들, 심지어 의회와도 논의없이 시장개방, 자본세계화 관련 협약에 서명했다. 91년부터 올해 2004년까지 인도 민중들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여러 건의 큰 투쟁들이 있었고 올해 2,000만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다. 인도 공무원 노동자들도 이 파업에 동참했을 정도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 탄압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문제는 세계화란 말인듯 한데
- 자본과 모든 영역에서의 세계화, 특히 각국의 농업기반을 파괴하는 무차별 농산물 개방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 전영역에 걸친 무차별 세계화를 통해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각국 정부들은 힘을 잃고 민중들은 생존권을 잃고 있다. 무차별 적인 세계화에 저항하는 연대의 세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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