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단체, 사망실태조사 및 대책마련 연대모임 결성

"노숙인 사망실태조사 후 대정부 요구안 제출할 것"


지난 달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발생한 노숙인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숙인 단체들이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은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원인 파악을 도외시 한 체 일부 언론의 부정적 여론몰이에 편승하여 ‘노숙인 강제수용조치’라는 즉흥적인 방안으로 노숙인을 ‘열등시민화’하고 있다”며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근본적인 노숙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대모임, “노숙인 존재 은폐하고, 사회로부터 배제시켜”

연대모임은 또 22일 사건 당일 일어난 노숙인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사태에 대해서는 서울역의 초동조치 미흡과 남대문 경찰서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는 한편, “‘단속’과 ‘수용’을 중심으로 ‘시혜’와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정부와 서울시 등 관계당국의 노숙인 정책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대모임은 “충돌사태 이후 아직까지 당시 상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모든 책임이 노숙인에게 씌워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등은 노숙인에 대한 강제수용이나 물청소를 통한 강제추방처럼 노숙인의 존재를 은폐하고 사회로부터 배제시키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며 서울시의 대응을 비판했다.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사건 당일 노숙인은 사망 후 짐수레에 실려나갔고, 경찰은 시신을 빼돌리려 했다”며 “그것을 본 동료 노숙인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임에도 정부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노숙인 폭동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정부와 언론의 여론몰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최 모 씨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모든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는 것은 헌법적 요구일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존립근거”라며 “법집행 공무원들의 부당한 인권유린에 맞서 노숙인들이 저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숙인들이 ‘인간이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저항한 것은 정당하다”며 경찰의 노숙인 사법처리 방침을 비난했다. 당시 경찰은 충돌과정에서 6명의 노숙인들을 연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시민 최 모 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경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 앞에 한명의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봤다. 그는 왼팔이 꺽여져있었고, 옆구리에 멍든 자국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이어 “사건 당시 이미 경찰과 철도공안은 도착한 상태였지만, 쓰러진 노숙인은 짐수레에 실려나갔다”고 설명한 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 죽었다고 할지라도 인간적이고,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당시 처리과정은 그렇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연대모임, “실태조사 이후 대정부 요구안 제출할 것”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노숙인 난동’으로 묘사하며, 노숙인들을 ‘사회적 악’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언론과 그릇된 대책만 내놓고 있는 서울시와 정부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연대모임 구성 배경을 밝혔다.

연대모임의 향후 활동에 대해 그는 “거리 생활자들뿐만 아니라 쪽방, 만화방 등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모임은 약 한달 간의 일정으로 노숙인 의료지원체계 및 노숙인 사망실태 등을 조사한 후 이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노숙인 정책 수립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