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한강 둔치에서 열려

"그래도 우리에겐 10년의 역사가 있다"

민주노총 2005년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12일 오후 7시에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개최됐다.

1만 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이날 대회는 영상물 상영, 비정규 차별철폐 한마당, 민주노총 10주년 기념 및 열사정신계승 한마당, 비정규권리입법 쟁취 신자유주의분쇄 투쟁문화제 등 총 4부로 진행됐다.

  무대 오른편에 설치된 노동해방열사 합동 분향소

행사장 오른편에는 '노동해방열사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었고, 대오 뒤편에는 기아자동차비정규직노조,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 풀무원노조, 화물연대, 하이스코사내하청노조 등 투쟁사업장 노조들이 연 주점이 빼곡히 들어섰다.

'노동문화활동가 결의한마당'이 바로 뒤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총에서 개최한 전야제 본무대와의 사이에 부스를 설치한 여러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특히 '미군기지 확장저지 평택범대위'와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기초법 공대위'등의 부스가 시선을 끌었다. 한편,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전국순회투쟁단'은 열흘 간의 여정을 마치고 오후 6시 30분경 전야제 장소에 도착하여, 선전전을 갖고 합류했다.

  일본 철도노동자와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철의 노동자'를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다.

1부인 노동영상제를 마치고 열린 '비정규차별철폐 한마당'에는 일본에서 온 철도노동자들이 참석해 '철의 노동자'를 부르며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도로츠바 국철노동조합의 다나카 위원장은 "노동자가 처한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다"면서 "민영화 기도와 비정규직 양산 등에 대처해 일본의 노동운동이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결의를 다지겠다"고 발언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민주버스노조 국일여객지부와 공공연맹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사에 이어 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외에 2부에서는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의 발언, 안산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래공연, 여성연맹 조합원들의 노래공연, 민주노총 서울지역 실천단의 투쟁 보고 등이 있었다.

  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의 합창 공연

  '있을때 잘해'라는 유행가의 가사를 바꿔 부르고 있는 여성연맹 조합원들.

  '세상을 바꾸자' 민주노총 실천단

특히 수감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부인이 무대에 올라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비리를 알린것이 죄가 된다면, 모든 불법을 드러낼 때까지 3년이 아니라 30년이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투쟁할 것"이라는 김성환 위원장의 결의를 전했다.

전야제 본 행사인 3부, '민주노총 10주년 기념 및 열사정신계승 한마당'에 전재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회사를 전했다. 전재환 비대위장은 이날 낮에 있었던 '전태일 거리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전태일 열사가 남겨준 우리의 사명인 평등세상과 노동해방세상을 위해 힘차게 진군하자"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대회사를 하고 있는 전재환 비상대책위원장

이어진 '전태일 노동자상 시상식'에는 비상대책위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 전태일기념사업회 등 내빈들이 이소선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고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과 함께 전태일 노동자상을 수상한 공공연맹 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노동해방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위해 선봉에 서라는 의미로 주신 것으로 알고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소선 전태일열사 어머니는 "여러분이 참 보고 싶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고, "민주노총이 지난 10년 동안 투쟁하고 애썼는데 조금 잘못을 해서 국민들이나 기자들이 나에게 물어오면 '조금 지켜보면 잘 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면서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말라"는 말로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전태일 노동자상 시상에 앞서 이소선 어머니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의 손을 꼭 맞잡고 있다.

  전태일 노동자상을 수상한 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

또 "10년의 경험을 바탕을 앞으로 힘내서 잘 투쟁하되, 첫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받거나 멸시, 천대를 받지 않도록 고쳐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할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소선 어머니는 "내년 이맘때에는 모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잘 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거라고 이 전태일 엄마는 믿고 있다"고 전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연대사와,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를 소재로 한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의 공연이 이어진 후에는 민주노총 10주년 기념영상을 끝으로 본 행사는 마무리되고, 마지막 4부인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 신자유주의 분쇄 투쟁문화제'가 진행됐다. 문화제에서는 특히 '신자유주의'를 향해 가는 자본의 계획,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류기혁 열사를 소재로 한 연극과 퍼포먼스 등이 펼쳐져 주목을 끌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를 소재로 연극을 펼친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류기혁 열사가 자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재구성한 퍼포먼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모든 전야제 행사가 마무리됐고,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에서 마련한 100여 동의 천막을 연맹별로 배치받아 잠자리에 들었다. 민주노총이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대학교가 아닌 한강 둔치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나, 전야제는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진행됐다.

당면한 하반기 총파업투쟁에 결의를 모으는 자리라지만 다양한 영역과 다양한 투쟁사업장에서 각각의 내용으로 연설을 하고, 영상물 상영이나 대규모의 문화공연이 집중 배치되는 것도 예년과 비슷했다. 서울 수도권 지역의 조합원들은 당초 11시로 공지된 행사 마감 시간이 지연되자 상당수가 귀가하기도 했다.

13일에는 4개 주제별로 나뉜 각각의 연맹들이 오후 1시부터 서울시내 곳곳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본대회 장소인 광화문에 3시까지 도착하도록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본대회인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하반기 총파업 1차 지침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