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가족대책위, 쌍용차 공투본 등이 2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이 세 번째 서울 상경에 나섰다. 쌍용차 가족대책위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경제위기 고통전가 반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 경기지역 공동투쟁본부(쌍용차공투본)' 등과 함께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노정교섭과 공적자금 투입을 촉구했다.
쌍용차공투본 공동대표인 이홍우 진보신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쌍용차의 대량 정리해고 사태에 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며 "정리해고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앞세워 노동자를 몰아내는 폭력과 잔인함이 안타깝고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이금주 쌍용차지부 대의원도 "가족같던 동료들이 공장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존권을 지키는 것과 공장 가동으로 대립하고 있다"며 "유일한 해법은 정부가 나서서 노정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억울한 심정이 청와대로 이끌었다"
도영호 경기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용산참사가 이명박 정부의 민중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줬다면, 쌍용자동차 사태는 노동자를 대하는 이명박 정부 인식의 상징 같은 것"이라며 "모든 노동자를 대표해 쌍용차 노동자들이 끝까지 힘내서 싸우라"고 격려했다.
세 번째로 상경길에 올랐다는 이정아 가족대책위 대표는 지난 주 서울시청 부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삼보일배를 벌인 이야기를 전했다. "어디다 대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삼보일배를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공권력에 막혀 버렸다"는 이정아 대표는 "하루종일 눈물을 흘리다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서는 "억울한 심정이 '청와대로 가라'고 우리 등을 떠민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정아 대표는 "평택시장도, 경기도지사도 '바쁘다'며 우리를 만나주지 않던데 경기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뭔가. 모두들 정부 핑계만 대길래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달라"고 말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
"4대강 살리기 22조 원? 1조 원 투입하면 20만 명 회생"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5년 전 정부가 흑자기업이던 쌍용자동차를 상하이차로 매각했고, 노동자들이 기술유출 우려를 내내 목놓아 외칠 때도 외면하더니 이제 와서 수수방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예산이 22조 원에 육박하는 것을 들어 "이중 단 1조 원만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으로 투입한다면 쌍용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그 가족들 등 20만 명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낮 12시께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항의서한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 인도로 이동해 경찰과 잠시 대치 상황을 빚었으나, 김용한 쌍용차공투본 공동대표와 이정아 가족대책위 대표가 서한을 전달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