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주최로 개최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는 “기본법에서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을 때’는 개인정보의 수집・제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과거에 개인정보 보호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법률들까지 포함되는지 의문이다”며,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류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기본법 초안을 함께 준비했던 ‘프라이버시법 제정을 위한 연석회의’(연석회의)는 “기본법 제정만이 아니라, 기존의 여러 법률들에 대한 개폐 작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설립된 후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전 법률을 검토하여 개정 의견을 내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개인정보 보호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법률 개정 필요
현재 국내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은 공공영역의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과 민간 영역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그리고 신용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개별 영역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몇 개의 특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법이 제정되면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중 정보보호 관련 부분은 삭제되며, 기본법이 민간과 공공을 포괄하는 일반법의 성격을 갖게 된다. 하지만 통신비밀, 신용정보, 의료정보, 위치정보, 전자태그(RFID) 등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특별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기존의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신용정보보호법, 주민등록법 등은 개인정보 보호원칙에 비추어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연석회의는 기본법과 함께 주민등록법, 위치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교육정보보호법 등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2월 13일 -14일, 이틀간에 걸쳐 이들 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 공청회가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 역시 위치정보보호법, 교육관련 법률 개정안(교육기본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학교보건법 개정안) 등을 이번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법률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기본법 제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법이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따라 다른 법률들의 내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국내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들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연석회의가 준비한 기본법안이 이미 국회에 발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처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차원에서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혁신위가 계속 법안의 공표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부 법안이 발의될 때까지 민주노동당 법안의 심의를 미루고 있다. 연석회의는 지난 12월 3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몇 년간에 걸쳐 준비해온 법안이 지난 달에 이미 발의된 상태”에서 “정부 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법안 상정을 미루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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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일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