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단체, "공공역사 객사방지대책 마련되어야"

노숙인 사망사건 진상조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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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발생한 노숙인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대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숙인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의료지원체계의 시급한 개선을 요청했다.

지난 1월 22일, 경찰이 노숙인 시신을 서부역 방향 출입문을 통해 기습적으로 빼내자 대치하고 있던 노숙인들이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시신탈취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미디어참세상자료사진]

"경찰조서내용, 목격자 진술과 상이한 점 많아"

연대모임은 이번 진상조사를 위해 당시 사건의 목격자를 확보하고 그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과를 재구성했다. 연대모임은 “두 명의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고, 경찰조서 내용과 비교 검토한 결과 그 내용에 상이한 점이 많다”며 서울역관계자 및 공익요원, 철도공안의 조직적인 사실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사망한 노숙인 이 모 씨(67년 생)의 시신 수습과정에 대해 연대모임은 “최초 이 모 씨를 손수레에 실은 지점과 역사를 이동해간 경로가 경찰조서와 목격자 진술이 상이하다”고 지적하며 “이 차이점으로 인해 이 모 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최소한 1시간 이상의 시간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밝혔다.

연대모임은 또 사건 발생 후 공익요원의 대응 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건 당일 서울역 대합실에 쓰러져 있던 노숙인 이 모 씨는 공익요원에 의해 손수레에 실려 옮겨졌다. 이에 대해 연대모임은 “이동용 도구로 사용된 손수레는 충분한 길이도 확보되지 않는 규격(가로80cm X 세로130cm)인 것으로 확인 되었다”며 “피해자의 건강상태로 봤을 때 호흡이 더욱 압박되는 자세로 옮겨졌다”며 철도공안과 공익요원의 허술한 조치를 지적했다. 피해자가 심각한 상태의 질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조치에 대한 기본 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된 사망 노숙인 2인에 대한 부검 결과 이 모 씨는 폐결핵, 김 모 씨는 간경화가 사망 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연대모임은 “피해자가 옮겨져 사망에 이르기까지 의료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공익요원과 철도공안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통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대모임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발생한 노숙인들의 집단투쟁은 손수레에 실려 옮겨진 이 모 씨가 경찰들에 의해 또 다시 기습적으로 옮겨지며 발생했다. 연대모임은 “공익요원들에 의해 손수레에 실려 옮겨지는 이 모 씨를 본 동료 노숙인들 사이에 이 씨가 공권력에 의해 타살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경찰과 노숙인들 사이에 대치가 발생했다”며 “이 후 경찰이 노숙인 단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사체를 옮겼고, 흥분한 노숙인들이 공안실로 몰려가는 과정에서 대합실 내 집기가 파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역사 중심의 의료지원체계 마련 시급

지난해 12월 서울역 뒤편, 서부역 계단에 누워 웅크리며 잠을 자고 있는 노숙인[미디어참세상 디카 - red_eyes]
연대모임은 이번 노숙인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응급의료체계의 개선을 촉구했다. 연대모임은 “서울역과 같은 공공역사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노숙생활자 뿐만 아니라, 이용객 전부에게 있어 의료적 응급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여지가 있는 곳이며, 또한 ‘만취자’, ‘건강악화자’, ‘조치필요자’ 등과 같이 즉각적인 위기개입이 필요한 계층이 상존하는 곳”이라며 의료지원체계의 시급한 구축을 촉구했다.

또 “특히 만성질환, 알콜, 정신질환, 폐결핵 등 전염성 질환은 이를 방치할 경우 건강을 심각히 악화시키고, 탈노숙을 어렵게 하는 만성노숙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적 관점에서 이를 1차적으로 진단해내는 의료적 구조가 필요하다”며 거리현장중심의 건강사정(평가) 구조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연대모임의 설문조사(‘거리생활자 인권 및 생활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리생활자들에게 응급의료상황이 발생한 경우는 약 56.5%에 이른다. 또 응급상황이 발생한 장소를 살펴보면 공공역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공원(23.1%), 지하도(14.9%)순으로 분포되었다.

연대모임은 따라서 “공공역사에서의 객사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공공역사 등에서의 응급의료상황에 대한 조치, 인권옹호에 대한 업무지침을 민·관의 협의구조를 통해 함께 마련하고 상호 공유 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