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법제도개선방안선진화위원회(선진화위원회)는 1차적으로는 노사자율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창구단일화가 돼야만 사용자의 교섭의무가 발생한다고 명시해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선진화위원회는 단일화 절차로 △과반수노조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다수교섭대표제 △조합원수에 비례해 교섭위원단을 꾸리는 비례교섭대표제의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 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자율 결정의 문제로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노사자치 원칙을 침해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기본입장이다.
14일 민주노총 로드맵 2차 정책워크샵에서는 ‘복수노조ㆍ산별노조 체계하의 단체교섭’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발제자로는 이승욱 부산대 법학교수, 조용만 건국대 법학교수,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이승욱, “단일화에 민감할 필요 없다, 다수대표제가 현실적 대안”
이승욱 교수는 자율교섭제를 시행 중인 일본의 예를 들어, “자율교섭제를 시행해도 현실에서는 노조의 규모에 따른 교섭력의 격차로 다수노조에 해택을 주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고, 다수노조의 기준 역시 판례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결성하는 노조 무력화 시도와 조합 간 차별 행위를 벌이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며 자율교섭제가 창구단일화의 대안이 아님을 주장했다.
또 비례교섭 대표제에 대해서도 교원노조의 예를 들어 “단일한 근로형태와 근로조건을 가진 교원노조에서조차 비례교섭대표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민간부분에서는 더 문제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노조에 교섭단 참여를 보장하기 때문에 어용노조의 관여를 배제할 방법이 없는 점 △복수노조의 난립을 가져올 수 있는 점 △조합규모와 기업규모 차이를 반영해 교섭위원 배분을 제도적으로 설정하는 입법기술이 어려운 점을 들어 비판했다.
이승욱 교수는 “교섭창구단일화가 궁극적으로는 노조의 교섭력 강화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며 “노동계가 창구단일화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욱 교수는 “문제는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여지를 소수화하고 교섭력을 뭉치는 방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욱 교수는 끝으로 “기업 내 복수노조의 경험을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분쟁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며 창구단일화제도를 2005년 말까지 조속히 확정한 후 기업변동 등으로 1사 다노조가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2006년 우선 시행하고 2007년부터 전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시행 방안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또 이승욱 교수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사관계가 급변할 것이 예상되므로 이를 현재의 노사관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만, “창구단일화가 당연한지부터 짚어야, 비례대표제 상대적 우월”
조용만 교수는 “외국의 경우 일정 요건 하에 교섭을 촉진하기 위해 창구단일화를 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가진 교섭권을 가진 각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게 되는 것으로 도입배경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하고 “선진화 방안에서 제시된 두 개의 안 중에서 다수대표제보다는 비례대표제가 상대적으로 타당하다는 관점에서 언급한 것일 뿐 가장 다수대표제가 가장 적절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비례대표제에 찬동하는 발제를 진행했다.
조용만 교수는 비례대표제의 타당성의 근거로 △단체교섭권에 대한 침해의 최소화 △노동조합간의 평등권 보장 △창구단일화 방안에 모든 노조가 참여할 기회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노사자치원칙에 부합 △교섭단위 내 절대다수 차지하는 노조가 없는 경우 공동 혹은 개별교섭 보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국제노동기준에 보다 더 부합 △전체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에 한정된 대표성을 가진 노조의 대표성의 본질에 부합 등을 들었다. 조용만 교수는 또 비례대표제가 분쟁해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참여ㆍ통합적 노사관계의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용만 교수는 비례대표제의 난점에 대한 반론에서 “교원노조의 경우 교섭단 구성의 어려움은 교원노조법상 교섭위원 선정의 불비 등 제도적 흠결 때문이었지 비례대표의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수대표제나 비례대표제나 현실적으로는 결국 다수노조 의사 관철될 것이지만, 다수가 함께 참여해 의견을 통일해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례대표제가 우월한 대안임을 강조했다.
김태연, “산별 고려한 종합적 새 틀 짜야, 자율교섭에 맡겨라”
김태연 정책국장은 이어 “선진화위원회는 복수노조의 교섭방식 결정 근거를 노동 3권 강화가 아닌 ‘갈등과 비용 최소화’로 잡고 있다”며 “이는 노동 3권을 최소화해야 하는 ‘비용’으로 간주하고, 노동 3권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기업주가 당연히 비용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태연 정책국장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평등권 문제는 일차적으로 이들이 노동 3권을 확대 강화해 노동조건을 쟁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창구단일화는 후발 소수노조의 입장에 있는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조의 노동 3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헌법이나 국제노동기준에 반하지 않는다는 증명에 급급해 하는 모습은 위배소지 우려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실제로도 여러 면에서 위배의 소지가 많다”는 점도 김태연 정책국장은 지적했다. 또 김태연 정책국장은 “외국의 사례가 기본적으로 노조의 교섭력을 촉진하는 전제 하의 제도라는 차이를 무시한 채 언급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은행 등 1차 다노조 체계의 국내 사례가 자율교섭이 감당 못할 정도의 비용을 유발하지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왜 고려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태연 정책국장은 “한국노동운동이 산별노조 전환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창구단일화의 의제가 기업단위로 던져졌다해도 이후에는 산별교섭까지 역규정해 파행적 산별교섭구조를 만들거나 산별 전진 자체를 더디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태연 정책국장은 “복소노조-산별노조체제에 조응하는 종합적 교섭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산별교섭 촉진 제도개선안 △자율교섭 구도 △노조차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금지조항 강화 △단체협약효력 확장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