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단일화, 복수노조 허용 빌미로 노동3권 제약"

[민주노총 로드맵 정책워크샵](2) - 복수노조 경험 노조들 "자율교섭" 한 목소리

14일 민주노총 2차 로드맵 정책워크샵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체제 하의 자율교섭, 법제화된 교섭창구단일화 하에서의 산별교섭, 자율적 산별교섭 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연맹이 참여해 ‘복수노조ㆍ산별노조 체계하의 단체교섭’ 방안에 대해 다양한 토론을 벌였다.

이 날 지정토론에는 한진천 공공연맹 사회보험노조 교육국장, 정일부 금속연맹 금속노조 정책실장, 한만중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 김태균 사무금융연맹 전국축협노조 정책기획실장이 참여했다.

한진천, “자율교섭하며 큰 비용문제 없었다”

98년 의료보험 1차 통합으로 국민건당보험공단에서는 사회보험노조(당시 의료보험노조)와 공무원교직원의료보험공단노조의 복수노조체제가 시작됐다. 2000년 의료보험 완전통합 이후 공단에는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가 2개의 복수노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진천 교육국장은 “공단 내 양 복수노조는 노사자율적인 개별교섭구조로 각각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큰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2005년까지 임단협 과정에서 교섭기간이 장기화된 것은 개별교섭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복지부와 공단이라는 공공기관의 중층적 지배구조로 인해 상부기간이 승인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컸다”는 것이 한진천 교육국장의 강조다.

2003년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는 비례대표제 형식으로 중앙노사협의회를 운영한 한 경험이 있다. 한진천 교육국장은 당시의 경험을 예로 들며 “비례대표제는 다수노조와 소수노조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대립시 안정적인 교섭구조를 가져가기 어렵고 이로 인해 사용자가 교섭의무를 해태할 여지가 크며, 현행 과반수의 사회보험노조의 다수대표도 소수노조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는 제도적으로 명시할 것이 아니라 자율교섭 방식 하에서 양 제도에 대한 노조의 자율적 판단 하에 돼야하며, 단일화가 안 된다면 모두 개별적 교섭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복수노조 허용 취지에 맞다”는 것이 한진천 교육국장의 결론이다.

한만중, “ 성격 다른 노조 교섭단 강제가 적대감만 반복시켜”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교원노조특별법에 의해 전교조와 한국교총은 비례대표 방식의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 받았다.

한만중 대변인은 “1999년 7월부터 진행됐던 교섭은 교육부의 관료적 태도와 교섭의제나 절차에 대한 과도한 법적 규제, 한국교총과의 갈등으로 난항을 거듭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구단일화로 인해 한국교총과 겪었던 갈등이 심각했다“고 한만중 대변인은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교섭단 구성 비율 문제부터 난항을 겪었고, 교섭단이 꾸려져도 한국교총은 요구조건에 이견이 있으면 교섭에 불참했으며, 교육부는 이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곤 했다. 시도단위 교섭이 중앙에 위임돼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교총이 위임을 안 해서 시도단위 교섭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고, 네이스 투쟁당시에는 네이스에 찬성하는 한국교총이 교섭단 구성 자체를 불응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만중 대변인은 “성격이 다른 노조에게 교섭단을 구성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국 합리적 상호 존중의 경험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 감정만 남기는 과정을 반복시킬 뿐이며, 이를 사용자가 악용할 경우 노조의 교섭력은 속수무책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강제적 교섭창구단일화에 비판을 더했다.

정일부, “산별체제 확립은 비정규법안이나 로드맵 문제보다 큰 문제”

2001년 결성 이후 5년차 중앙교섭을 진행 중인 금속노조의 고민은 ‘산별체제 확립’. 정일부 정책실장은 “창구단일화 문제는 어쩌면 아주 부수적인 것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산별노조 체제를 어떻게 확립할지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모든 걸 바쳐야 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정일부 정책실장은 “노조가 나뉘면 노조의 힘이 약화된다는 것을 조합원들은 알기에 가급적 단위노조를 지킬 것이고, 조직적 분립이 있다 해도 다시 정리하는 것이 조합원의 힘”이라며 복수노조 체제가 된다고 해도 바로 기업단위 노조가 난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의 난립이 아니라 자본이 지원하는 어용조직의 발로이고, 2007년 노사지형의 변화 전에 산별확립이 안되면 일본 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

정일부 정책실장은 또 “비정규 악법 문제나 로드랩 대응 문제도 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전면전을 위한 전술문제의 하나로 종합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 로드맵의 내용이 단순 대응할 수준조차 되지 못하며, 비정규권리입법쟁취도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로부터 가능하고, 비정규노동자조직화는 산별체제가 확립될 때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균, “창구단일화는 복수노조 허용 빌미로 노동 3권 제약하려는 의도”

지난 1999년 전국축협노동조합은 초기업별 단위노조를 설립했으며, 2000년 단일한 단체협약 체결 이후 현재 66개 사업장 전 조합원이 규정받는 단체협약을 가지고 있다.

김태균 정책기획실장은 “99년 이전 결성된 기업별 단위노조 일부가 전국축협노조와 결합하지 않고 독자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점차 전국축협노조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조직 운영되고 조합원들은 이에 더 부합하는 노조에 집중화되기 때문에 창구단일화 이유로 복수노조 난립을 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태균 정책기획실장은 “현행 노동법상 단체교섭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가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교섭방식은 철저하게 각 개별노조별 교섭권한을 부여해야하며 노동자 스스로가 개별적 교섭을 할 것인지 대표 교섭단을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균 정책기획국장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 어린 투쟁을 통해 쟁취한 복수노조금조항 철폐는 노동 3권의 진정한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대신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한다는 발상은 노조는 인정하되 단체교섭권 제한을 통해 노동3권을 제약하겠다는 의도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