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대신 최소유지업무, "공익 조화vs파업권 제한"

[민주노총 로드맵 정책워크샵](3회)-"단체행동 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0일 민주노총 제 3차 로드맵 정책워크샵에서는 ‘단체행동권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직권중재 폐지와 관련된 논의들이 주되게 진행됐다.


최근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또다시 논란거리가 된 직권중재제도는 이미 오랜 전부터 헌법상 보장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구시대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996년, 2003년 합헌결정이 내려졌지만, 2003년의 경우 위헌 의견이 4명이나 됐었다.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위원회(CFA) 역시 최근 수년간 직권중재제도와 관련해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를 조정하라는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

노사관계제도선진화위원회(선진화위원회)는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에서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익보호 방안으로 △간이조정, 조정과정 공표 등 조정절차 보완 △노동위 직권으로 조정 개시 △파업 시 7일전 예고의무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유지 의무부과 △대체근로 제한에서 공익사업 제외 △필요시 긴급조정 실시 등을 도입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김홍영, “파업권ㆍ공익 조화로운 보장, 노사관계 자주성 위해 최소업무유지 필요“

선진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홍영 충남대교수는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 유지의무’가 직권중재 폐지의 가장 핵심적 관건이라는 전제에서 최소업무 유지의 취지와 상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김홍영 교수는 “최소업무 유지의무 도입의 의의는 ‘파업권과 공익의 조화로운 보장’을 실현하고, 파업 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황을 유지함으로서 긴급조정 필요성을 늦추는 효과를 통해 노사관계의 안정과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업무 유지의무의 법제화의 대상 기준에 대해 김홍영 교수는 △정지ㆍ폐지된다면 공중의 일상생활 또는 공중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건강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중요한 시설 내비 장비를 손상시켜 향후 서비스 제공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중요한 업무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 △쟁의행위 시에도 유지될 긴급한 필요가 있는 업무 등을 들었다. 김홍영 교수는 이 기준에 현행 공익사업개념에 포함돼 있는 ‘국민경제에 현저히 저해’한다는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강조했다.

또 김홍영 교수는 “최소유지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자세히 기술하되,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정이 안 될 경우 노동위가 결정(중재)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영 교수가 최소유지업무를 위해 제시하는 방안은 △노사협정이나 노동위 결정(노사협정이 안될 경우)으로 각 사업장에서 최소유지업무를 구체화하고 근로제공을 계속할 근로자를 사용자가 지명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업무명령 위반으로 징계 △지명된 근로자가 거부 시 다른 근로자를 지명해 대체근로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김홍영 교수는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공적인 대체노동력을 투입하거나 대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사적인 대체서비스가 더 확대되도록 규제를 잠정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적극적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마치며 김홍영 교수는 “선진화 방안에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유지 의무를 도입한다는 제안은 논의의 시작을 의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의 자율적 통제”라며 “정확한 실태조사에 기초해 범위는 구제적인 기준을 통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영 교수가 제시한 최소업무 구체적 예

김태연, "파업효과 낼 수 있는 핵심부분 파업 금지"

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시내버스, 도시철도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통상의 1/2 배차.
시외버스, 제주도 항공, 도서간 선박운행-하루 운송 횟수의 1/2
도시철도, 철도 운송 중앙 및 각 역의 관제업무

수도 전기 가스 열에너지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망공급체계 유지 관리 업무
지역난방 경우 야간냉방을 위한 생산
발전 석유정제 등 연속생산공정 경우 안전하게 감량생산 위한 작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응급실, 분만실, 마취실, 회복실 업무와 그러한 업무와 관련된 시설지원부서의 필수적 업무
중환자실, 인공신장실, 암병동 등의 치료업무 및 특별급식 제공 업무
(단, 종합병원이나 일정 규모 이상 병원, 보건소가 없는 도서산간벽지 병원에 한)
혈액은행, 장기은행의 보관 의무 및 공급에 필요한 업무
하수 폐기물의 처리사업에서 환경피해 방지 의무

은행 및 4대 사회보험사업
전산망의 통상적인 유지 업무
자동입출금기의 이용 유지 관리 업무
사회보험 급여의 신청, 심사, 지급 등의 업무

방송 및 통신사업의 경우
전국단위 지상파와 라디오, 텔레비전 송출 업무
KBS1라디오 및 KBS1 TV의 보도 업무. 정오 저녁 뉴스와 긴급뉴스
우편 소포 등 속달업무
전화망 정상적인 유지 관리 업무
인터넷 망 유지 관리 업무

김태연, “노조 파업권 공익 대립 개념 아니다, 최소유지 의무 구시대적 파업제한”

김홍영 교수에 이어 발제를 진행한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제안된 로드맵의 문제점으로 우선 대체근로의 확대를 지적했다. 공익사업을 대체인력 투입 제한에서 제외하고, 파업제한을 위해 임시직 도급 등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화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로드맵이 제시하는 신규채용 방식의 대체근로는 파업 참가자의 원직복귀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준에 반한다”는 것이 김태연 국장의 지적이다.

김태연 국장은 특히 최소업무유지 법제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직권중재 상황과 다를 바 없이 파업권을 제한할 것”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했다. 최소유지업무 대상 공익사업은 기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여객운수, 공중위생, 방송, 조폐, 열난방, 사회보험 업무 등까지 확장돼 있다. 김태연 국장은 “이미 국제노동기구가 철도, 석규사업 등을 필수공익사어 범위에서 제한 할 것을 권고한 마당에 오히려 로드맵은 공익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현행 필수공익사업보다 파업권 제한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태연 국장은 “제출되는 기준과 예시에서 제시하는 최소업무 유지는 파업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의 파업을 금지해 파업이전 교섭타결이나 파업 장기화를 초래할 것”이며 “업무 간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조합원들의 폭이 매우 넓고 이는 사실상 파업자체가 어려워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연 국장은 최소유지업무 결정과정에서 파업금지대상 조합원 판단에 대한 분쟁 등에 노동위 일방중재가 허용되는 등 국가권력의 지배개입이 강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사용자의 지명권은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권을 강화하고 조합원 탄압의합법적 수단이 될 것”이며 “지명 거부 시 조직적 행위에 대한 조합원 개별책임부과 등의 문제가 제도화 된다”는 점도 김태연 국장이 우려하는 바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김태연 국장은 파업권을 공익에 양립시킴으로서 파업(노동자의 요구)를 ‘사익’추구라고 전제하는 점을 들었다. 김태연 국장은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몇 년간 공공의료기관 확대, 건강보험 확대, 영리의료기관 확대 반대 등 공공성 강화 투쟁을 해왔고, 철도나 발전 등에서도 몇 년간 민영화 반대, 공기업투명경영, 사회공공성 강화였다”며 파업권이 공익에 대립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태연 국장은 “혹 위원회가 현재 노조의 실질적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1인승무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나 간호사의 비정규직화 반대는 안전한 시민교통확보나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 장기적으로 진정한 공익의 추구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태연 국장은 “11%대의 낮은 조직률로 인해 동종업종의 공익대체효과가 크고, 자동화의 발달 등으로 사용자의 파업대응력이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에 위원회가 우려하는 파업 혼란 사태는 현실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노조가 그동안 공공부문 파업에서 위원회가 우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 고민하고 응급실 업무 유지 등 구체적 실천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김태연 국장은 “이런 노사 현실을 무시하고 파업권의 법적제한으로 접근하는 것은 비민주적 구시대적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