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불법파견산업단지?

제작자정보
제작 : 혜리
최저임금 실현과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서울남부공대위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30일 오전 관악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냈다.

이들에 따르면, 신규채용 여성 생산직의 경우 70%가 불법파견 노동자다.
(기륭전자의 경우 근 3년간 99%)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고용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하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만, 법률은 법률일 뿐, 노동부는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 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파견해고자의 글> "집에서 영원히 쉬세요"

주말 오후, 주 중 거의 유일하게 모처럼 식구들이 다 모여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일주일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지 너무나 지쳐 기진맥진이다. “조금만 쉬었다가 저녁먹자.”라는 말을 하자마자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저 00닷컴에 이00 차장인데 000씨 입니까?”
“예 맞는데 왜 그러세요.
“오늘 출근 하셨어요?”
“예 OT(잔업)까지 하고 지금 막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세요?”
“오늘 (4월 30일)까지 출근한 것으로 하고 출근하지 마세요. 회사에서 그만 나오시래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출근하지 말라고 했는데 000씨는 조장 유티(부조장 ) 지시 불이행이라고 썼는데...”

순간 가슴이 콱 미어져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레비게이션을 만드는 전자회사에서 용역 파견으로 9개월째 일하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비정규직 했지만 언론 방송에서나 들어 봄 직한 일이 설마 나에게 해당하랴 했던 일이 끝내 저에게도 들이 닥친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모든 인간다움과 인간적 권리에 대해 비(非)자와 비(卑)자를 부치는 그 이름이 내 이름 이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캄캄해졌습니다.

2004년 8월 뜨거운 태양을 받으면서 첫 출근한 회사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인 계약직, 용역 파견된 도급이라는 이름의 노동자들이 섞여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인 계약직은 기본급과 상여금이 1/3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용역 파견직은 보너스는 생각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회사는 2-3개월에 한번씩 물갈이 해고를 합니다. 해고도 하기 전에 사람을 뽑아 놓고 직후에 해고하는 것도 흔합니다. 그러다 보니 안 잘리기 위해 눈치를 보다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과 정은 없어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서로 경쟁심을 조장하여 쥐어짜도 말도 못합니다. 언제 어떻게 해고 될지 모른 다는 불안감에 사람이 늘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사람의 대우가 기계장치보다 못한 실정입니다.

라인 작업이라 잔업과 특근을 빼는 것도 어렵고 휴가라도 받으려면 갖은 수모를 당해야 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자주 쉬는 것 같으면 (한달에 두 번 이상) 얼굴이 일그러지고 세 번만 쉬면 “집에서 영원히 쉬세요.”라는 말을 듣고 맙니다. 그러니 빠지고 싶어도 진짜 급한 일이 아니면 빠질 수가 없습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면 저녁 8시에 일이 끝납니다. 잔업이 길어지면 9시 10시 철야도 드물지 않습니다. 온몸이 부서져라 일만 하는데 회사는 언제나 눈에 차지 않는지 더 많은 수량을 요구합니다. 하루목표가 숙련된 사람이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빼 내는 수량을 매일 생산하라고 합니다. 겨우 여기에 적응하면 더 많은 양을 요구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25초당 한 개의 장비를 암실박스를 통해 검사하는 것입니다. 그날은 불량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2005년 4월 26일 화요일 입니다. 아침 8시부터 불량을 잡기 위해 기존의 검사보다 한 가지 검사를 더해야 했습니다. 25초간에 한번에 마칠 공정이 두 번에 걸쳐10초에서 15초 정도 시간을 더 들여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장비하나에 10초 이상에 더 걸리는 상황에서 평소의 흐름대로 생산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숨 한번 쉬지 않고 죽어라 일을 해도 오전 11시부터 물량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유티가 와서는 왜 밀리냐며 사나운 눈초리로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이에 저보다도 먼저 앞 동료가 사실을 말하면서 지금 공정이 무리하다며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유티는 대책 없이 우선 대차(장비를 검사하고 쌓아 놓는 곳)에 쌓아 놓고 하라면서 대차만 갖다 주었습니다.

라인이 조금만 시간이 나도 대차에 쌓인 것을 처리하면서 일을 하다보니 오후 3시가 되자 양쪽 어깨 근육이 마비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를 하였습니다. 유티는 지금 불량 검사 중이라며 조금만 참고 일을 해달라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에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기가 차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티가 밀린 공정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맨 앞쪽 라인에서 투입 일을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OT(잔업) 시간에 유티에게 “내가 오늘만 일하고 내일 일하지 않을 사람이 아닌데 사람을 보충하든지 아예 불량검사를 완벽하게 해주던지 제발 대책 좀 세워 달라.”고 하자 단번에 “나한테는 사람을 보충하고 빼는 권한 없어요.” 잘라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억장이 무너져 “유티가 왜 그런 권한이 없냐. 지금도 물량을 많이 빼기 위해 앞쪽 투입라인엔 사람을 더 투입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 뒤 라인은 알아서 잘하라는 식인데...” 해보지만 대답 없는 푸념입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 해보니 어제 검사한 한대차가 QC 검사에서 재검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원래 지금 공정이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소 감각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불량 기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서 있지 않습니다. 그날따라 불량률이 많아 생산에 지장이 있자, 생산 기사와 유티 등이 적당한 것은 그냥 보내라고 해서 보낸 것인데 불량 판정이 나 재검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생산 기사에게 불량의 기준 한도를 잡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생산 기사는 이 제품이 이렇게 불량이 많은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장비는 다른 라인에서 만들던 것으로 9개월 간 일하면서 처음으로 해본 것입니다. 장비 자체가 다른 장비보다 두 배 이상 부피가 큽니다. 그리고 라인 작업 공정 중에서 제가 맡은 일은 암실 박스를 들여다보고 하는 일이라 유독 자세가 매우 불안정하고 힘듭니다.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위성라디오 앞면을 빛의 샘 현상이나, 버튼 등에 제대로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는 LED 과정, 버전 숫자의 확인, LCD 화면과 화질의 이상을 확인하고 화면 조정까지 25초 안에 다하려면 몸이 비틀어 질뿐 아니라 머리마저 복잡해져 모두가 싫다고 피하는 공정을 제가 맡은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하루 일이 끝나면 눈과 머리 어깨 근육에서 말도 못하는 통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장에게 이전에도 공정을 옮겨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번 일이 있기 전 3일 전에도 간곡하게 전환배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부 하기 싫은 힘든 일을 열심히 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대책을 요구했는데 그것에 대한 답변이 해고였던 것입니다. 그것도 전화 한통으로 피곤한 일주일의 일이 끝나고 그나마 가족과의 평화를 누리기 위한 주말 오후에 말입니다.

회사에 입사 한 후 누가 알아주건 말건 열심히 눈 한번 돌리지 않고 불평 없이 일해 왔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해고에 대한 불안을 이기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해고라니…….

열심히 일한 것이 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우리 노동자들이 고통을 느끼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을 것입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살려 달라면 해고하는 현실이 우리 비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노동자들입니다. 순간순간 가슴을 졸이면서 눈치를 보고 최선을 다 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우리 노동자들의 신세가 서럽습니다. 우리들도 전화 한통으로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하루살이 인생은 면해야 할 텐데...

어처구니없게도 저에게 마구 대하는 유티도 비정규직 입니다. 조장은 정규직이 합니다. 유티가 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 즈음에 회사로부터 물량 독촉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성과를 내고 싶어 했을지 모릅니다. 그것이 다른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는 우리들 끼리 돕고 아껴도 모자랄 판인데 우리 끼리 지지고 볶고 하고 있는 꼴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건강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길은 없는 것인지. 오늘도 저는 어깨 아픔을 없애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갑니다.
태그

불법파견 , 기륭 ,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혜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문경락

    회사의 이익을 순수한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품질을 향상시켜 획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불량배처럼 이익을 창출하려는 회사측의 속셈이 근본적인 문제같습니다..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중소기업은 영세기업에...걱정입니다

  • 문경락

    불법이 합법으로 합리화 되는 이 사회의 기업활동이 미래의 꿈마저 비정규화 시킬 것입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