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무효화를 요구하며 국회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 관련 법안도 논의가 중단되고 있다. 이번 주 안으로 쟁점사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환경노동위원회의 일정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원식 법안소위원장은 당초 계획대로 13일에 법안소위 열 계획이었지만 이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사립학교법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공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임시국회에서 비정규 법안이 다시 논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예상이다.
이렇게 국회에서 비정규 관련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권리입법 쟁취와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13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유제한 없는 기간제법은 아무도 보호할 수 없다”며 쟁점사안으로 남아있는 기간제 사유제한을 명확히 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기간제의 악순환은 끊어져야 한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기간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임세병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나는 취직할 때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었다”고 하전하고 “상시적이고 꼭 필요한 일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기간제에서 사유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은 이러한 상식을 뒤엎는 일이다”며 “나는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비정규직으로 취직 시킬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교사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랜드노동조합은 5년 전에 투쟁을 통해 1년 계약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단협으로 얻어냈다. 하지만 사측은 3개월, 6개월, 9개월 등으로 1년이 되기 직전에 계약해지를 하면서 단협을 통해 한 약속을 무상하게 만들었다.
김유진 이랜드노조 조직실장은 “회사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보너스에 퇴직금 등을 줘야한다며 1년이 되기 직전에 계약해지 했다. 그리고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1년이 되기 직전에 해고하고 이 사람을 다시 고용하기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고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유제한을 없앤다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과 신규 채용인력은 모두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기간제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보호 법안은 있을 수 없다“
기자회견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반대하는 것을 보호라는 미명하에 법안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권혜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은행에서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다 해고되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계약이 해지되면 억울해도 호소할 데도 없다. 만약 사유제한이 없어진다면 지금도 정규직이 단발 계약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계약직이 될 것이다”며 “정규직의 30% 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더 빼앗아가려고 하는 것이며 하루 하루 힘들게 살고 있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더 빼앗아가려고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 높였다.
민세원 KTX승무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년 또는 3년 후에 고용의무를 둔다는 것은 고용보호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파견노동자와 같이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도 2년, 3년 후에 자동 해고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노동현장에서는 기간제법 제정을 의식해서 3년 이상 계약갱신을 했던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한 해고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며 “기간제 노동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상시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한 경우 합리적 사유가 있을 때만 기간제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기간제 사유제한’이 이번 비정규 관련 법안 논의에서 반드시 지켜질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