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뽑았어?"
심드렁한 한 마디와 함께 인터뷰 자리를 내주었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소강 국면이다. 휴식은 좀 취했는지, 최근 동향은 어떠한지...
"일단 한나라당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웃음) 지금은 주로 내부 일정과 당 일정을 챙기고 있다. 오늘은 국가인권위 이주노동자 농성 현장을 갔다왔다. 인권위원장을 만나고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주노동자들의 특별한 당부는 없었나
"이주노동자의 주장은 '일시보호 해제' 등 위법적 행위가 인권위 결정으로 합법적인 것이 되었다는 데 문제의식이 크게 있었고, 안와르 위원장 건강 상태가 안 좋았다고 했다. 건강을 고려해서 인권위가 나와서 치료할 수 있도록 외국출입국관리소에 권고안 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국가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과 어려운 일도 있을 텐데 이쪽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42개 조항 의결 순탄치 않았다"
지난 법안심사소위에서 기간제 28개, 파견제 14개 등 42개 조항이 의결된 바 있다. 남은 쟁점은 기간제 제4조 '사용'과 연계조항, 제8조의 차별적 처우와 연계조항, 파견법 5조 파견대상의 업무, 파견법 제6조 3항 고용의무와 고용의제 등이다.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이 자세히 보도가 되어 알지만 42개 조항을 의결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법안심사소위 과정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며 말을 이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들 비정규 문제 해결을 보는 시각과 관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고,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거기에 당마다 정책적 판단도 있고 하다 보니 안 하나하나 심의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처리된 안만 놓고 보면 쟁점이 많지 않았지만, 특히 시행 시기 문제가 큰 쟁점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기간제든 파견제든 시기 문제가 큰 논란이었다. 원래 정부안은 시행 시기를 300인 이상은 2007년 1월 1일 부로, 300인 이하는 2009년 1월 1일 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고,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도 초기에는 같은 의견이었다. 토론하면서 시행 시기가 길어지면 노동자들의 실제 차별 해소가 상당 기간 유예된다는 문제제기가 되면서 단계적으로 당겨졌다."
'300인 이상'은 2007년 부로 하되 '300인 이하 100인 이상'은 2008년 1월 1일 부로 시행하는 것으로 1년 당겨졌다. '100인 이하'는 여전히 2009년 1월 1일 부로 결정되었는데, 이 점이 정부가 주장하던 안과 바뀐 부분이다.
단병호 의원은 "가벼운 건 아니라고 본다. 비정규 차별 해소 문제가 중요하다. 비정규직이 중소영세사업장에 특히 많이 포진되어 있는데 100인 이상부터 당겨진 것은 의미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견제 파견 기간에서 정부는 여전히 3년을 고집한다. 그리고 파견제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한나라당도 3년을 이야기한다. 열린우리당은 내부적으로 3년도 있고 2년도 있고 그런데 휴지기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에 전부 동의했다."
단병호 의원은 "휴지기 문제는 어찌 못하더라도 3년을 연장시키는 건 안 된다 해서 파견 기간을 현행으로 정리하는 걸로 합의했다"며 법안소위 협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하나, 민주노동당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근로계약시 교부를 통한 서명 명시' 부분이었는데 이는 시행령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고 했다. 그밖에 큰 쟁점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환노위 다른 의원들은 대책없는 원칙만 주장한다고 한다"
지난 1일 오전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비정규직에 관한 입장'을 브리핑했을 때 단병호 의원이 당일 오후에 바로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유제한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반박한 적이 있었다. 지나가며 늘 부딪히는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관계는 어떤 지 물었다.
"뭐. 워낙 입장 차이가 크다는 걸 많이 느낀다. 환노위에는 옛날 노동운동 했던 의원들이 다수가 있다. 현재 처한 위치와 조건 탓이라고... 개별적으로 만나면 서로 다 이해한다, 공감한다 하면서도 막상 논의에 들어가면 접근이 안 되는, 가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혼란과 갈등이 생긴다."
다른 환노위 의원들이 단병호 의원한테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
"대책없는 원칙만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대책없는 원칙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원칙인데, 그게 다 보는 시각과 판단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말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걸 최대한 원칙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말은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들이밀면 부정한다."
"한국노총 및 시민사회단체의 안과 열린우리당 안이 똑같은 건 아니다"
본 질문으로 들어갔다. 한국노총이 노동계 최종안으로 제출한 것이 열린우리당의 입장과 차이가 없었다. 녹색연합,민언련,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YMCA,여성단체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 등 7개 시민단체가 이를 지지했다. 시민단체의 열린우리당 안 지지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어려운 문제다. 우선 확인할 건, 이 안을 낼 때 한국노총이 의견을 내고 그 다음날 시민사회단체가 입장을 냈는데, 그때까지 열린우리당의 공식 입장은 없었다. 그렇게 보면 열린우리당 입장이라고 단언하기에는 근거가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좀 다르다."
단병호 의원의 말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지금도 고용의제가 아니라 고용의무를 주장한다며 이 점이 한국노총 및 시민단체의 안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의 당론이 고용의무인데 시민단체는 고용의무가 아니라 고용의제를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지금 비정규법안의 핵심 쟁점으로 하나는 기간제한이냐 사유제한이냐, 또 하나는 고용의제냐 고용의무냐 문제 등 두 가지인데, 후자에 있어 열린우리당과 시민단체의 의견은 다르다."
객관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둘이 똑같다고 하기 어렵지만, 한국노총 및 시민사회단체가 사유제한 문제를 포기한 것과 열린우리당의 기간제한과 동일한 걸 놓고, 이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므로 같은 입장으로 평가되는 것 같다는 해석이다.
단병호 의원은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나왔듯이 한국노총 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보았다. "한국노총은 실제 그렇다. 기간제한 써도 남용을 억제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연내 처리를 하자는 입장이고, 시민사회단체도 같은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단병호 의원은 이 점이 자신의 생각과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유제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의식"
8일 제출한 민주노동당의 기간제법 수정안의 기조와 내용 설명을 부탁했다. 기존 1,4,5,10호 조항 외에 6개의 수정안을 추가하게 된 배경과 문제의식이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수정안이 사유제한의 원칙을 지키기는 했으나 기간제 사용의 폭을 넓혔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계절적 사업의 경우
5.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6.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7.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8.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9. 안전조치를 위한 긴급한 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 수정안은 2,3,6,7,8,9항 추가)
이 대목에서 단병호 의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인터뷰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이 이전에 노사정위원회 협의 과정에서 내용적으로 사유제한 문제가 상당히 쟁점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는 큰 쟁점이 안 되었다. 이목희 의원은 사유제한은 한국에서 도입하기 어려우므로 언급 안 하기로 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유제한 문제는 쟁점이 안 되었다. 특히 한국노총이나 시민사회단체가 비정규직법안에 당연히 기간제한 되는 걸로, 여론도 그렇게 가고... 그런데 그렇게 가면 정부법안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파생된다."
단병호 의원은 실제 법안이 기간제한으로 가는 것은 남용 억제에 아무런 효력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의 측면으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법이 한번 만들어지면 다시 바꾸는 건 훨씬 어렵다. 기간제한 문제는 도저히 대안이 아니므로" 따라서 사유제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유제한 문제는 완전히 배제되고 기간제한 문제로만 가있어서 이걸 반전하려고 했다. 사유제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 문제가 논의 자체도 안 되는 것을 보며 사유제한의 쟁점화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열린우리당의) 논리를 깨는 게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단병호 의원은 일찌감치 사유제한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12월 1일 브리핑에서도 "기간제 사유제한은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사유제한의 네 가지 사유(위 1,4,5,10항)에 국한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항이 4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고 기조를 후퇴한 건 아니다"
"여론과 관심의 반전을 꾀하고, 법안소위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이야기한다는 차원에서 현재 4개로 되어 있는 (비정규직 권리보장의) 원안을 10개 조항으로 제출했다."
사유제한 쟁점을 끌어내고 정부가 일방적인 강행으로 기간제한으로 가더라도 이후 사유제한의 정당성은 확보해놔야 한다. 당연한 것으로 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내놨다는 게 수정안 제출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기존 권리보장의 기조를 해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단병호 의원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조항이 4개에서 10개로 되니까 엄청나게 많은 후퇴를 한 게 아니냐 라는 건데 기조에서 후퇴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존 네 개의 항을 구체적으로 풀어쓴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단병호 의원의 설명이다.
"수정된 2,3항 내용은 기존 1항을 풀어서 내놓은 것이고, 나머지 6,7,8,9항 네 개인데 네 개를 살펴보면 10항 안에 포함된 것을 약간 구체화시킨 것이다. 구체화한 내용과 범위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 건 아니다."
여기서 일방적으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은, 현재 세계적으로 11개 국가에서 사유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를 꼼꼼히 살펴보는 가운데 정리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사유제한 남용을 법으로 막고 있는 프랑스 법안을 적극 참조했고, 그런 맥락에서 기존 4항(수정안의 10항)을 풀어썼다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은 "항이 늘어나니까 심리적으로 양보 후퇴한 것 아닌가 라고 보는데, 실제 내용적으로 후퇴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렇지만 수정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등 공식적인 논의 기구를 통하지 않고 제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잘못을 인정했다.
"공식 논의기구 거치지 않고 제출한 절차상의 잘못은 인정"
"내가 법안심사소위를 마치고, 그쪽에서 구체안을 요청한 데 대해 가볍게 생각한 건 있다. 프랑스 법전 내용 검토도 된 상태여서, 그 정도면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출한 거다. 법안을 함께 검토해왔던 7개 단체와 사전에 검토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또 민주노총이나 당의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전비연 등에서 절차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수정안을 노동운동 내부에서 쟁점으로 삼아 더 토론할 생각은 없는지...
"대중적으로 확인하고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하면 되는 일이겠지만, 현재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것을 다시 철회하냐 마냐 이거는 아닌 듯 하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혼란만 가져올 거다. 우리한테 실익이 어떠할 지 검토도 필요하겠고..."
뒤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단병호 의원은 제출한 수정안이 전술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권리보장 안은 40여 개 노동사회단체의 지지를 받을 뿐 아니라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운동의 비정규직 권리 쟁취 입법안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지금 사유제한의 6개 조항을 추가함에 따라 특히, 7,8,9항을 명시함으로써 원안에 있던 10항이 사용자로 하여금 더 자의적인 행사를 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게 수정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핵심으로 보인다.
단병호 의원은 최근 기자 브리핑에서도 "사실상 10가지를 기간제 사유로 열어 준다면 실제 기간제 사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합리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상시적 업무가 아닌 일시적 업무에 있어서는 모든 부분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기존 권리보장 안의 기조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병호 의원은 다르게 보았다. "예를 들어 10항에 7,8,9항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10번 항 해석이 달라지느냐. 10항은 '일시적, 임시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7,8,9항은 일시적인 부분을 전제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단병호 의원은 "4항에 명확하게 일시적, 임시적으로 해놨고, 남용 막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것까지 허용하지 않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병호 의원은 "토론해봤으면 한다. 상식적으로 보자. 상시적 업무는 정규직을 쓰고, 객관적으로 있는 임시직조차 못쓰게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수정안의 항이 늘어났다고 과도한 해석은 금물이다."라고 못박았다.
민주노동당의 수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어떠했나.
"열린우리당이 우리 안을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제출한다 하더라도 열린우리당 안에 밀려 법안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없다는 전망이 유력한데...
"그렇게 본다. 그럼에도 안을 낸 것은 한국노총도 안을 내고, 시민사회단체도 안을 내고,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기간제한을 당연한 것으로 가는 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유제한은 전혀 쟁점화 되지 않고 기간제한만 대안인 것처럼 갈 가능성이 커, 기간제한 문제가 있고 대안이 아니다 라는 것을 환기하고, 사유제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시킬 필요성을 크게 느낀 거다. 물론 적극 검토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사유제한, 기간제한 문제 어느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
기존 4항으로 쟁점화 하는 것은 여의치 않았나
"사유제한 문제는 사실이든 아니든 이야기 안 하는 분위기였고, 묵살 당했다. 마치 여론도 다 정리된 건데 새삼스레 사유제한 끌고 가느냐 이런 상황이었다. 한국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그렇게 가는데 입법화 그냥 가면 심각한 문제 아니냐. 기간제한 문제점은 당연히 부각도 안 되고... 수정안으로 제출하지 않았으면 사유제한 문제는 더더욱 쟁점화도 안 되었을 거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유제한이 중요한지 기간제한이 중요한지 활동가들은 인식할지 모르지만 현장 대중들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출한 수정안이 이후 노동운동의 입법에 있어 기준처럼 작용할 것이고, 당장 해당 조항과 연관된 사업장에서는 직접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오히려 현실론을 들었다.
"기간제에 있어 수정안으로 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남용 자체도 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더 큰 고민은 우리가 실제 사유제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단병호 의원은 현재 힘과 조건에서는 사유제한 제도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고민이 꽂혀 있었다. "조항이 이보다 줄면 더 좋겠지. 그런데 그보다 과연 사유제한 자체를 도입할 수 있겠느냐, 이게 더 안타깝고 고민이다. 기간제한 가버리면 사유제한은 돌릴 수 없지 않는가"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그법을 폐기하고 바꾸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재차 강조했다.
수정안을 제출하고, 여론을 환기하고,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사유제한 도입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현실에서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는 방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약간 과열된 분위기...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통과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등 여야 대립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등을 다룰 임시국회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시국회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되면 나머지 쟁점 논의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국회가 언제 열릴지 감이 안 잡히는데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들 기조는 강경한 것 같다. 연말에 국회 열릴지 말지 모르겠는데, 지금 언제 열린다고 속단할 수는 없고... 언제 열리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유되는 속에서 국회가 열릴텐데, 특히 비정규직법안 관련해서는 두 당의 입장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이 훨씬 오른쪽으로 댕겨가려는 입장이므로 국회가 열리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마지노선이 1월 9일이 될 것이다."
사실 법안심사소위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는 다 나왔고, 큰 두 쟁점, 기간제한이냐 사유제한이냐, 그리고 파견직 고용의제냐 고용의무냐 내용도 다 나와있는 상황이다. 단병호 의원은 파견제의 쟁점에 대해서도 "파견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서로 주장할만큼 했고 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와 토론할 여지도 없을 것 같다"며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가운데 국회 앞 천막 농성 투쟁이 계속된다고 환기하고, 이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 특히 단병호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건냈다. 다시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되면, 그리고 본회의 개악안 통과가 시도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거다." 단호했다. "우리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는 한 손 놓지 않을 거고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거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민주노동당의 역할, 단병호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그러나 개악안은 막지 못할 거다. 쌀 비준안 통과되는 것 봐라. 그렇게 했는데도 못 막았다. 쌀비준안은 그나마 여론도 있었고, 의회 내 한나라당 농촌의원의 심정적인 동조도 있었다. 훨씬 유리한 국면이었는데도 통과되었다."
민주노동당과 단병호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하더라도 과도한 기대를 걸면 안 된다는 주문이다. 비정규법안을 막아내는 힘은 국회 안에 있지 않고 바깥의 힘에 달려 있다며 오히려 역주장을 펼쳤다. 단병호 의원의 또 하나의 현실론인 셈이다.
"밖에서 단병호가 안에서 어떤 것을 하느냐 그걸 보고 자족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의도한대로 비정규법안 가는 걸 막는 힘은 국회 안에 있지 않다. 밖에 있다. 안에서 별 짓 다 해보겠지만 비정규 개악안 통과될 것이다. 이 점 밖에서 다시 한 번 상기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