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놀이터 '미끄럼틀'이 오픈했다. 문화연대는 '미끄럼틀'에 대해 "급진적 행복을 찾아 상상력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미끄럼틀' 중 '한장의 정치'를 기획연재한다. '한장의 정치'는 "새로운 사회, 급진적 정책을 상상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정책칼럼"으로 "만화가, 미술작가, 활동가, 교사, 평론가, 교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과 함께해온 이들이 상상하는 정책칼럼이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세금을 국민 ‘스스로’ 알아서 내도록 하겠다. 스스로 내라고 하면 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하겠지만, 국민들의 선의를 믿고 계획을 잘 세워 스스로 내도록 유도하면 현재보다 곱절은 잘 걷힐 것이다.(나만해도 그럴 생각이 있다.) 국민들 스스로 세금을 내야겠다는 심리적 환경을 조성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한데, 세금의 사회적 기능에 관하여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꼼꼼한 스케줄에 의해 감성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누가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전체주의적인 살벌한 사회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를 위하여 세금을 많이 내야겠다는 마인드를 갖도록 유도하는 일에 국한한다면 전체주의는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제도는 부분적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잘못해서 실패하면 나라 살림을 거덜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을 표본으로 시행해 보고, 점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의 소득세율이 대략 20% 내외인데, 북유럽은 40-70%정도라고 한다. 일단 출발은 현재의 세율대로 내도록 유도하고-더 내거나 덜 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앞으로 북유럽 수준으로 세금을 내도록 유도할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 그렇게 하도록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세무서를 경찰서 다음으로 무서워하고, 세금 고지서만 받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세금보고를 할 때는 사회주의자도 자본주의자로 돌변하게 된다. 눈빛도 달라진다. 만약 세금을 많이 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질 것이다. 현재 세금을 내면서 사회를 위하여 기꺼이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만약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모든 사람이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 사회를 위해 내고 있는 세금이 공직자들의 유흥비로 탕진되거나, 금수강산을 파헤치는 개발사업으로 허비되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신문에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과반수의 한국인들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낼 용의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착한 국민이라면 이 제도는 필연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수입이 줄어도 다 같이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제도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역시 운용의 묘를 잘 살리는 일인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주일만 연구한다면 이 제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을 걷는 데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세무공무원들이 몇 명이나 될까? 탈세를 막는데 들어가는 사회적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 절감되는 수 조원의 돈을 나라 살림에 보탠다면 복지국가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 보니 국내 경제학자의 논문이 최초로 ‘사이언스’지에 실렸는데,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이타심이 살아남은 이유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이타심이 여태껏 인류에게 남아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 학자의 말에 따르면 이타심은 외부에 대한 적개심과 동시에 진화되었다고 한다. 순수한 이타심만으로는 멸종하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회를 위한 이타심은 어떤 적개심과 한 쌍을 이룰까? 확대해석을 하지 말라는 연구자의 말이 있었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일 것이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치사한 생각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 우리 유전자 속의 이타심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세금 스스로 내기’를 꼭 실현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꿈꾸는 사회주의는 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세금 내는 것이 즐거운 것이야말로 사회주의의 참다운 내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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