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평등(gender equality)과 권익 보호, 차별 반대를 위해 국가가 앞장서겠다는 데 누가 말리겠습니까?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 말려가고 있는 형편에, 여성 약자를 상대로 국가가 일정한 복지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게 맞지요. 그런데 ‘가족’까지도 국가가 관리하겠다고요? 가부장적, 전체주의적 가·국체제로 가겠다는 겁니까? 기존 가족의 개념이 의심받고 완고한 가족 체제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국가가 ‘보육’의 업무를 떠맡겠다니, 대체 한국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기르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을 국가가 관리·통제·규율·감시하게끔 맡기자는 겁니까?
‘건강가정기본법’에 관해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시나요? 이혼도 개인 맘대로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요. 제가 분명히 아는 것은 그런 엽기적인 ‘기본법’과 함께 여성가족부라는 기상천외한 국가의 확장이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에서 보육업무 비중이 1조 446억원으로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겁니다. 여성가족부는 ‘예산 1조원 시대 개막’이라고 자화자찬합니다. ‘공보육’이 강화되었으니 참으로 잘 되었다죠? ‘저출산 고령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좀더 정확하게 자본을 위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국가의 서비스라고는 물론 정직히 말해주지 않겠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죠. 우리가 무관심하게 있는 사이 그 팽창은 여성가족청소년부라는 괴물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예, 회괴망칙한 ‘괴물’ 맞습니다. 그 이전 한번 만나본 적 없고, 어떤 존재인지 종잡을 수 없는, 그렇지만 뭔가 그 이름만으로도 오싹한 그런 기구의 탄생이지요. 우리의 일상, 인·민의 자율을 총 관리할 국가의 득세. 여러분은 그 발상 자체로도 공포스럽지 않습니까? 여성가족부의 ‘보육정책’과 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 보호정책’을 상호 연계시키겠다죠? 보육+보호=?
여성단체들이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애당초 여성부 설립 취지, 그 정체성이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한 유감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여성의 문제를 보육, 가족의 문제와 통합시킨 부조리한 결정에 대한 분노의 표식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주체적 여성으로서 어떻게 국가가 멋대로 보육·청소년·가족의 영역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겠다는 데 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정부부처의 몸집 불리기식 통합에 반대한다는 구호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통합의 의사결정 과정이 비민주적이었고, 논리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더욱 ‘래디컬’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국가가 이렇게 가족도 모자라 청소년까지도 그 관리·통제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데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그 저의를 삐딱하게 의심하며, 그 결과를 두렵게 생각합니다. 국가가 일상과 그 주체를 이렇게 관리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하버마스가 ‘체제에 의한 일상생활의 식민화’라고 우려했던 일 아닐까요? 그 야만체제를 허용하고나면, 한국은 결코 ‘사회’로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 같아 겁납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거죠. 이번 선거에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자는 겁니다. 괴물의 탄생을 막아보자는 겁니다. 불필요한 국가조직은 우리 손으로도 없애고 줄여야 하지 않나요? 그 제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