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산의 아웃사이더다. 용산 학살에서 눈을 돌릴 수 없어 용산 학살 전국순회투쟁 집회에 나가 촛불을 흔든다 해도 나는 아웃사이더다. 영화 <파주>에 나오는 주인공 중식이 처럼 철거현장에서 철거민들과 함께 투쟁하지 않은 나는 용산에 대해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집 안에 가스통을 들여 놓고 사는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허스름한 식당, 붕어빵집을 들락날락하는 나는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다. 영화 <파주>에서 결국 비극은 가스통을 집 안에 들여 놓고 살아야 했던 가난과 빈곤 때문에 생겨나지 않았는가. 중식이는 은모에게 언니의 죽음에 대해 철저히 비밀을 숨긴다. 언니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모르는 은모처럼 우리 또한 용산에서 왜 저런 짐승 같은 학살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닌가. 이 시대에 개발이라는 것이, 철거라는 것이 왜 일어나는지, 나도 은모처럼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살아갈 것 아닌가.
일본의 아베총리마냥 건설족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토건 정권에 원인이 있고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도시의 슬럼화를 가속화하는 것이지만, 내가 용산의 아웃사이더인 한 그 원인을 파악했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언니가 죽은 후 은모는 중식이에게 “그럼 나는요?”라고 말한다. 언니의 죽음의 원인을 모르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중식에게 요구하는 은모처럼 우리는 용산의 죽음을 제대로 알고 집회에 나가는 것일까?
국회에서 용산 돕기 카페가 열렸고 한명숙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봉하 쌀을 들고 용산을 찾았다. 근 1년이 다 돼가도록 용산 촛불은 타올랐지만 이 시대 빈곤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빈곤이 우리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용산 범대위에서 체포구금을 각오하고 <파주>의 중식이 처럼 철거민들과 함께 싸웠어도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왜 그럴까? 검찰 조서 3천 쪽이 발각되면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겁먹은 이명박 정권의 쌩까기 전략 때문일까. 광주를 경험한 이 나라에서는 아마도 주된 원인이 거기에 있을 터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껏 우리가 용산의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 아닐까. 용산 4지구 현장에서 집회를 하고 미사를 올리며 씻김굿을 했으며 수많은 행사를 열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아웃사이더적인 행동에서 비롯한 싸움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용산 투쟁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의 아웃사이더 투쟁에서 인사이더 투쟁으로 변해야 한다. 이대로 1년을 훌쩍 넘기고 말면 앞으로는 그대로 이명박 정권의 수명을 지켜주며 살아야 한다. 노조 죽이기를 위시해 언론, 4대강 등 모든 것을 죽이기로 작정한 정권 아닌가? 앞으로 3년 동안 용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단기적인 전망이 나와야 한다. 밑으로부터 분노가 터지기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고 보상을 받은 후 용산 문제의 뚜껑을 덮어버릴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검찰 조서 3천 쪽을 내줄 정권도 아니다. 훗날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다른 정권이 들어서서 용산 학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린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현재 용산 학살 문제는 질곡에 빠져있다. 용산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은 우리 각자가 용산의 주체로 나서서 용산 4지구를 반개발, 반자본주의의 코뮨으로 만드는 투쟁에 나서고 용산 4지구에 모든 계층, 계급이 순회 거주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용산이 해방 공간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용산의 비극은 다른 곳에서 또 다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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