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의 핵심은 예산 ‘삭감’이 아니다

[진보논평] 개발중단 만이 자연과 인간을 모두 살리는 길이다

교수신문이 올 한해 한국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뽑았다. 이는 “일을 정당하지 않은 그릇된 수단으로 억지로 하는 것”을 뜻하는 데, 현 정권의 일방주의적 경향과 행태를 빗댄 것이다.

세종시 문제, 용산참사, 미디어법, 4대강 문제 등 현 정권이 추진한 정책 어느 하나 예외없이 국론을 분열시켰고 서민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 없다. 청와대에서는 툭하면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찬가만 울려 퍼지고 여당은 거수기에 충실하여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어서 정국을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명박은 국론분열과 국정파행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개발주의를 토대로 하는 토건국가로서 업적에 급급한 조급증으로 인하여 겉만 번지르르한 이벤트성 행보만 보여주고 있다. 경제 살리기 효과 없이 재정만 거덜 낼 부자 감세를 강행하고, 법질서 확립이라는 이름으로 용산참사를 불러오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민중들의 입은 봉쇄하는 등 특권층 편향과 서민 배제의 정책을 펴 왔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성패를 결정짓고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서 현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이다. 최근 예산 정국에서 4대강 사업 예산문제 때문에 여야간 대치상태로 인하여 국정이 파행으로 치닫다가 오늘(12월 22일) 본회의 일정 합의와 예산안 연내 처리 노력에 합의했다고 한다.

여당의 날치기 통과를 우려하여 항상 대책 없이 머리만 들이대는 민주당이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3조2천억 원 규모의 4대강 예산에 대한 이자보전비용 800억 원 전면삭감만 이뤄지면 국토해양부의 예산과 관련해선 기존 삭감 가이드라인인 1조원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수정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는 민주당답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예산‘삭감’의 문제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2012년까지의 사업비만 22조2000억 원이 소요되는 4대강 사업의 내년도 공식 예산은 3조5000억 원이다. 여기에 수자원공사가 부담하는 3조2000억 원이 있고, 환경부와 농림부 예산에 포함된 사업비 1조8000억 원까지 합치면 8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외에도 토지보상비 7조8500억 원, 수질개선 비용 증가액 2조7000억 원 등 13조6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 한다. 민주당 주장에 따르면 4대강 사업비는 35조8000억 원이 된다. 이외에 수도시설비, 수도시설 유지관리비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민주당이 수정 제시한 겨우 800억 원 정도의 삭감으로 해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 결식아동 급식, 장애복지, 노인복지 등 다른 부분에 들어갈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 예산만 봐도, 보건복지가족부가 편성해 올해 지원했던 예산 541억 원이 2010년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됐다. 이 정권은 복지예산의 경우 지난해 본예산에 비해 8.6% 증가해 사상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추경예산에 비해서는 0.7% 증가에 불과해 의미 없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감세정책과 금융위기 이후 재정투입 확대로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이 재정확장 정책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강 사업 참여 건설사들 간에 담합 의혹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명박 정권이 명운을 걸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조차 “4대강 사업 강행으로 권력형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었는데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포항의 6개 건설사가 9군데를 따냈는데, 그 중에 8군데가 이명박의 모교인 동지상고 동문들이었다.

환경평가도 졸속으로 끝냈다. 지류, 지천의 오염원은 방치한 채 본류만 준설해 오염된 물의 흐름을 막겠다고 한다. 몰상식하다. 멀쩡한 강에 수십 개의 댐을 만들고,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다 훑어내겠다는 것은 대운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증좌이며,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홍수를 예방한다고 하면서 하천의 자연성을 파괴하고, 수질을 정화시킨다면서 오염을 보에 가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은 국민을 전부 바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소통을 귀찮아 한다는 미실의 말은 전적으로 틀렸다. 지배계급이 백성들과의 소통을 귀찮아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공사를 그대로 강행하면 주변 농경지가 다 거덜 난다. 낙동강 유역은 이미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아하, 쌀농사가 풍작일 때 추곡수매가 때문에 표출하는 농민들의 분노를 원천적으로 근본적으로 없애려는 가보다. ㅠ.ㅠ

4대강 개발은 국토의 과잉관리이며 과잉관리는 “자연을 친절하게 살해하는 방법”(조선일보, 2009.9.11)이라는 외국인 특파원의 충고를 유념해야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에게 하는 만큼 그대로 되돌려 준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의 근본적인 재검토다. 아니 더 늦기 전에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과 인간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국론분열의 원조인 이명박의 저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더 이상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2005). 비록 지금은 ‘절망이라지만 희망이 보인다’(2008). 그래서 우리는 ‘온몸으로 부딪쳐’(2007)서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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