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보-보수 교육감 후보 첫 맞대결

곽노현, “공교육의 새 표준 마련”, 이원희, “교원평가 10% 퇴출”

11일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각각 진보와 보수진영 교육감 단일후보로 선출된 곽노현 방송통신대학 교수와 이원희 전 교총회장이 나와 주요공약과 핵심정책, 교육현안에 대한 첫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전체적인 교육 정책과 교육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듣는 자리로 진보와 보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들답게 대부분 입장이 달랐다.


곽노현 방송통신대학교수는 전체적인 서울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총론과 철학, 정책방향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곽노현 교수는 주로 총론과 철학에 방점을 찍다보니 각론에 담긴 생생한 공약을 드러내진 못했다. 이원희 전 교총회장은 큰 정책방향 보다는 핵심 공약 5가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이원희 전 회장은 상당수 정책을 교원평가제와 연계 하는 등 교원평가를 통한 10% 교원 퇴출을 주로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의 5대 의무교육은 곽노현 후보의 무상급식 요구에 맞선 선심 공약인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곽노현 후보는 주요 정책으로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물림을 끊는 희망교육과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무한 책임교육으로 창의성 교육, 인간성 교육, 적성 진로교육을 3대 요소로 삼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학교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곽노현 후보는 또 “보편적 복지와 사회적 책임의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부패의 확실한 해소라는 전제 아래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 교육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지역사회와 함께 함으로써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원희 후보는 총론이나 정책 방향 제시보다는 주요공약을 간략하게 요약해 설명했다. 이원희 후보는 △교원평가 실시 10%퇴출 △5대 의무교육 실현(학습준비물 학교가 준비, 초등학교부터 친환경 의무급식 실시, 교복반값정책으로 생활복으로 전환, 수학여행비와 수업료 지원)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학교 실현 △걱정 뚝, 마음 뚝, 안전한 학교 실시 △현장에서 잘 가르치고 잘 돌보는 선생님이 우대받는 인사행정 등 핵심공약 5가지를 제시했다.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교원단체 명단공개를 두고는 이원희 후보는 전 교총회장 출신임에도 교총과는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이원희 후보는 “교원의 기본적 자료는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지만 전체 명단을 일괄해서 공개하기보다는 해당학교 홈페이지나 교육청에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교원단체명단 공개와 교원평가를 연과지었다. 이 후보는 “교원단체 가입여부도 기본 자료 공개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없다”면서 “다양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학생과 학부모가 자세히 알게 되고, 교원평가를 할 때 그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노현 후보는 교원단체 명단공개 반대를 명확히 했다. 곽노현 후보는 “교사 명단 공개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을 훨씬 넘어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서 “이 명단이 그냥 잘못 나가게 될 경우에 블랙리스트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노현 후보는 “만약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모든 교사에 대해서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는지부터 공개하라고 윽박질러야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원평가를 두고도 두 사람은 입장이 명확히 갈렸다. 이원희 후보는 부적격, 비리교사 퇴출을 주로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좀 더 열성적으로 수업준비를 하고, 잘 가르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원평가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며 “학생, 학부모의 상시평가제 도입을 통해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고 우리 교육이 강화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노현 후보는 “기본적으로 폭력교사라든가 비리교사는 법을 위반한 문제라 이 부분에 대해선 징계를 가하면 된다”며 교원평가제도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바라봤다. 곽 후보는 “교원평가제도의 합리적 핵심은 현재의 행정 잘하는 교사들이 우대받는 그런 행정중심의 학교를 수업 잘하는 교사들이 인정받는 수업 중심 학교로 바꿔야 된다는 데 있다”면서 “수업평가는 기본적으로 학생만족도와 건의사항 중심으로 진행돼야 된다”고 밝혔다. 곽 후보는 “그런데도 현실은 동료교사 평가와 학부모의 교과평가로 진행이 되고 있다”며 “학부모 평가는 담임평가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교과평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과목별 평가는 학부모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수업인 한두 차례의 공개수업 참관으로 유의미한 차별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재 실시되는 교원평가제도는 교육의 질을 제고하거나 부적격 교사를 밝혀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곽 후보는 “교사를 점수로 한줄 세워서 성과급이나 승진과 연계한다는 발상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무시하는 옳지 못한 방식”이라며 “오히려 행정중심 학교문화풍토에서 그동안 수업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을 잃은 교사들에게 제대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서 교사로서의 초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선택제가 오히려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놓고 곽노현 후보는 “각종 수능성적 공개가 맞물리면서 학교간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비를 늘리는데 일조하는 제도”라고 규정하고 “저 같으면 정말 열악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굳이 먼 학교 다니지 않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교과목, 자기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답”이라고 제시했다.

이원희 후보는 고교선택제를 놓고도 교원평가와 연계해서 바라봤다. 이 후보는 “고교선택제 뿐만 아니라 교육 선택권 없이 획일적 하향평준화 속에서 학교 선생님들은 변화를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교원평가를 통해서 우수교원에 관한 인센티브, 그리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다양한 보상이 되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획일적 하향평준화로 가는 문제는 이제 사립학교부터 평준화도 점차 자율화돼야 한다”며 “사교육 과열을 우려하면서 이것을 그대로 두자고 하는데 입시를 손보면 된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는 곽노현 후보는 “우선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여력이 있으면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면 좋겠다”며 “학교야말로 보편적 복지의 장이 돼야 된다”고 밝혔다. 곽 후보는 “어떤 분들이 상위 20% 부자한테는 돈 받고 밥 먹여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러는데, 이것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 복지라는 측면을 생각할 경우에는 그런 얘기는 참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원희 후보는 “무상급식이라는 말에 대해서 교육복지라고 하는 부분을 동의한다”며 “저는 급식뿐만 아니라 준비물, 교복, 수업료, 수학여행 경비, 특히 30%정도의 학생이 이로 인해서 차별받고 있다면 이것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더 나아갔다. 이 후보는 “빨리 재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이지, 어떤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며 “중학교까지 5대 의무교육을 실현하도록 노력하면서 2011년부터 초등대상으로 친환경 의무급식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태그

서울교육감 , 곽노현 , 이원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교육명가

    두분의 대결 볼만하겠는데요... 아무쪼록 선의의경쟁을 통해서 깨끗한 선거 치럿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원희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