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는, 일방적인 학대 해고다

[연속기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진실(1)

[편집자말]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입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이 대책이 현실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현재 정부는 어떻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연속기고를 합니다.

첫 번째로 ‘저성과자 해고’라는 이름의 학대해고가 노동자들의 인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하는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경직성이 너무 커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안하고 있으니 통상해고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쳐서 해고하는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합의하려고 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불발된 이후에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직무성과제를 도입해서 임금체계를 유연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해고도 쉽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현대중공업은 알게 모르게 그 시범 사업장이 되어 정부에 이쁨을 받고 있고, 그 중심에 낙하산 인사 권오갑 사장이 있다. 지금 현대중공업에는 전대미문의 대량 해고가 진행 중이다.

2008년 이후 노동자들은 죽어라고 일하면서 현대중공업에 연간 몇조 원씩의 이익을 남겨주었다. 그러다가 2014년 무능한 경영진의 부실 경영으로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야케, 태양광 등 부실 계열사를 늘렸고, 계열사를 통해 기자재를 비싸게 구입함으로써 경쟁사에 비해서 원가상승이 되기도 했다. 최대 주주의 눈치를 보며 단기적인 성과중심의 경영방식을 취하다보니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사무직 노동자 1,500명을 해고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성과자 해고’였다. 노동자들에게 임의로 등급을 매기고 낮은 등급이라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강요한 것이다. C등급이나 D등급을 받은 노동자들은 주로 장기근속자들이었다.

작년 말부터 회사가 진행한 해고과정 중에서 몇 가지 문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먼저 회사는 과장급 이상 중견사원에게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그리고 퇴직에 불응한 노동자들에게는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PC를 철거하고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노동자들을 괴롭혀서 자기 발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노동자 괴롭히기는 인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인데도, 태연하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괴롭혀서 내보내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18시에서 17시로 단축해서 입사할 때부터 매월 받아오던 고정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회사는 2014년도에 임단협이 타결되어서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비조합원인 과장급 이상에게는 부당하게 차등지급을 했다. 단체협약에서는 2014년 6월 1일부로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회사는 과장급 이상의 경우 2014년 12월에 시작된 성과연봉제를 적용하여 개인 성과 평가에 따라서 차등지급을 했다. 2014년 6월에서 11월까지는 연봉제 실시 이전인데도 마음대로 차등지급을 한 것이다. 즉 강제적인 임금삭감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나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강제 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무역량 강화라는 코미디 같은 교육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점이다. 강제 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울산 시내 달동에 있는 “현대중공업교육장”에서 “직무역량향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현 직무와 별 상관없는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이미 사내교육센터인 인재개발원이 있는데도, 협소하고 열악한 교육장을 급조해서 그곳에 토끼몰이하듯 노동자들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평가시험을 계속 치르게 해서 노동자들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었고, 지금도 여러 형태의 교육이 진행 중이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회사는 고졸 여성노동자들도 강제로 쫓아냈다. 장기근속한 여성노동자들에게 회사를 떠나도록 종용했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수백 명이 노동자들이 치를 떨며 정든 회사를 등졌다. 도저히 이런 방식의 해고를 수용할 수 없어서 남은 노동자들에게는 일반직 노동자들처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CAD를 강제로 이수하게 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보면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하거나 인사변동을 할 때에는 노동조합에 미리 통보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는 이런 것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0년이 넘게 이 회사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을 듣도보도 못한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라는 이름으로 괴롭히고 있다. 장기근속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C급이나 D급으로 평가받고 연봉 1/3 토막이 싹둑 잘리고, 사회적인 살인인 해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회사는 공포분위기가 되고 노동자들은 서로 경쟁하고 눈치보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초래한 ‘경영위기’는 노동자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문어발식 경영과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그 ‘경영위기’를 핑계 삼아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노동자들만을 내몰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 그 중에서 ‘저성과자 해고’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땀 흘려 일해도 기업경영자들의 잘못으로 생긴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노동자들을 등급 매겨서 강제로 나가게 하는 정책이다. 버티는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어서 자기 발로 나가게 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서 합법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정부는 도대체 제 정신인가.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회사도 산다.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는 저성과자 해고 행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하고, 이런 일방적 해고를 가이드라인으로 합법화하려는 정부 정책도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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