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우리는 이제 너희에게 속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외쳐야만 하고 또 그럴만한 현실을 포함한 역사적 근거들이 너무 많아 꼭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우렁찬 외침과 저항은 당연히 거리에서 현장에서 외쳐지는 노동자 민중의 일치된 심장이 내지르는 투쟁이어야 한다.

새해 벽두부터 계급투쟁의 본질을 은폐시키려는 정치권의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횡행하고 있다. 야만의 자본주의 질서에 타격이 가해질까 두려워하는 여, 야 정치권의 모략들은 노동자들을 향한 정치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선거부정과 공공재의 민영화(사유화) 의제로 한껏 고조된 노동자, 시민의 저항의 정치의식을 지방선거라는 무기력한 공간으로 수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기획의 뉴스들이 벌써부터 안방으로 몰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정말 절망에 머물게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법과 제도를 들먹이며 언론 길들이기를 멈추지 않는 박근혜 정권은 이미 지배권력 편향의 언론 판짜기에 안착했고 포플리즘-파시즘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해 나가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 스스로 상품 물신화에 푹 젖어 있어서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라의 공공재를 국제 투기 자본에게 개방하겠다고(팔아먹겠다고) 당당히 밝히는 대통령을 가진 21세기 한국이 슬프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런 대통령의 오류(애국심으로 치환된다)를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수사로 막아보려는 지배 관료나 여당은 여기저기서 서로 모순되는 말들을 뱉어낸다.

그것은 일종의 딸꾹질 같은 건데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것이 있을 때 나오는 자연반응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 1년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사건이나 말들이 많았으나 진실은 단 하나, 이 정부의 유일한 철학은 자본 사유화 정책.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한 정치만 고집하는 것이다. 돈을 위한 정치는 노동자, 민중과 대화나 소통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노동자는 오로지 자본에게 이윤배가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그들의 시각을 뻔뻔하고 강경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서 파시즘의 발흥이란 자유주의 기회세력의 무능의 거울이자 좌파세력 실패의 결과라고 한다.우리의 현재도 이것에서 비껴가진 않는다. 그러므로 전선은 계급전쟁이어야만 한다. 민주대 반민주구도로 전선을 잡고 있는 민주당은 파시즘의 능력(?)을 대중적으로 넘어서지 못할 것이고(무능력한 정당으로 낙인찍힌 민주당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모르므로 진짜 무능력하다) 애매한 새정치 구호로 호남을 세력화하고자 하는 안철수도 새 정치의 방향(이념)이 보이지 않는 한 역사의 흐름을 잡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그들은 기회주의 중도세력일 뿐으로 전선의 핵심을 잡지 못하고 부차적인 문제에 골몰한 결과로 인해 문제를 키우는 집단으로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선거 풍토가 고착화된 한국의 기득권 구조가 그렇게 몰아가겠지만 계급전선을 은폐한 전략으로는 노동자와 민중을 철저히 배반하는 자본 사유화당인 새누리당을 야권세력은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그들은 현실정치의 혹독한 교훈을 알지 못하고 배우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야권이 총력으로 새누리당을 분쇄한다 할지라도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모르는 그들이 진정한 정권교체세력이 될리는 만무하다. 정치적 이득을 계산한 정치쟁점화 선점을 위해서 무원칙한 타협을 통해 계급투쟁의 전선을 유린하는 행태는 집권여당이나 제1야당인 민주당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철도파업에 대한 정치적 타협’이 바로 그러한 증거중의 하나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민주당이 박근혜 퇴진 투쟁을 등한시 하면서도 노동자계급 투쟁을 와해시키는데 앞장서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 선거를 향한 얄팍한 포퓰리즘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지형에서는 노동자계급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존재를 설명하고 희망을 현실가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투쟁의 지속이 계급정치의 정치세력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 가볍지 않은 과제라고 머리를 내저을 필요는 없다. 노동자 정치가 실종된 시점에 철도노조의 22일간의 파업투쟁은 동력의 집중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정세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시기에 파업을 철회한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정부의 반노동자성과 여, 야당의 본질을 알게 되었고 ‘민영화 반대’의미를 범 대중적으로 알려 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노동자 투쟁이야말로 변화와 변혁의 출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쌍차투쟁이나 용산참사 등의 싸움만 해도 고립된 영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서서히 그 저항의 구역(정신)이 확장되는 기운이 느껴진다. 밤이 깊으면 밝은 새벽을 더욱 더 많은 이들이 염원하게 되는 이치인가.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사건으로 역사적인 사건의 두 번 반복설이 시중에 많이 떠돌았다. 역사의 두 번 반복설은 헤겔의 역사 관념을 맑스가 보충한 것인데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되풀이 되어 종결짓는 것”을 의미한다. 박정희 유신이 비극적 종말이었다면 박근혜 유신은 희극적 종말로 되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YH사건에서 김경숙의 죽음에 비해, 테러작전을 방불케 하는 생중계로 그들이 체포한 것은 고작 커피믹스). 웃으면서 조롱할 수 있었던 커피믹스 사건의 이면에 도도하게 흐르는 불온한 희망을 그들은 엄중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양심은 박근혜 유신권력에 대해 충고할 만큼 했다. 아버지의 유산을 버리고 시대변화에 걸맞게 자신의 진정한 정치를 펼쳐보시라고. 그런데도 박근혜는 스스로 이러한 역사 반복설의 운명을 자신만만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면서 그 아버지를 복권하기 위해 권력을 차지한 딸이 거꾸로 아버지의 한 가닥 추억마저 깡그리 청산하는 역사의 장을 만들어 간다면 이것만큼 희극적이고 역설적인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1%를 위한 정치로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면서 입만 열면 내세우는 대통령의 궤변인 국민행복에 대해 이젠 그 국민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 분노는 그들이 장벽을 쳐서 몰아대는 노동계만의 분노가 아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계급 일반에 내재된 필연의 분노란 말이다.

그러나 역사진보의 합법칙성은 그냥 이루어지진 않는다. 모순에 대해 저항하는 인민의 투쟁의 동력에 따라 시간이 길게 이어지거나 짧은 동안에 끝나거나 하는 것이리라. 노동자계급의 정치참여는 투표를 통해서만 하는 게 절대 아니다. 대중투쟁의 지속적인 반복이야말로 정치 헤게모니의 판도를 바꾸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나라로 가기 위한 전방위 보루인 것이다. 새해에도 민주노총은 계속 총파업을 조직한다고 한다. 무기력증을 유포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선거전을 시원하게 날려버렸으면 한다. 비장한 결의와 각오로 선포한 총파업 선언을 60년 나아가 120년 만에 우리가 만드는 ‘역사 반복설’에 담긴 투쟁의 은유법으로 갑오농민전쟁의 전선을 만드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